동물원의 개념을 확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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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개념을 확 바꾸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5.0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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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야생동물구조단체와 협력, 보호 및 방생해
기존 시멘트 바닥 걷어내고 ‘우리’환경개선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동물원은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문이 닫혔다. 그 사이 동물원에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단 동물들이 살던 방이 바뀌었다. 차갑고 뜨겁던 시멘트 바닥을 걷어내고, 흙길을 깔았다. 곳곳에 잡초가 피고 꽃이 피었다. 좁은 우리에 사실상 전시물처럼 갇혔던동물들은 이제 이동통로를 확보하고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그렇다. 인간을 위한 동물원에서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진화 중이다.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그동안 볼 수 있었던 게 이상하지 않나요?”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말을 툭 건넨다. “동물원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우리를 구했다고 말해요.” 이 말은 동물 우리환경개선으로 정작 동물원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사람들)’를 구했다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청주동물원 이야기 영화로 제작

 

시선을 달리 보니 익숙했던 모든 풍경들이 과연 옳았는지되묻게 된다. 전국의 실내동물원은 180군데가 있다. 그리고 도시 이름이 붙은 공영동물원이 운영 중이다. 동물원은 고민이 많아지는 공간이다.

김정호 팀장은 2001년부터 청주동물원에서 진료수의사로 일했다. 1998년 충북대 수의학과(93학번)재학시절 실습생으로 오면서 인연이 맺어졌다. 현재 동물원에는 김 팀장 외에도 한명의 수의사가 더 있다. 이들은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고, 정기검진을 통해 예방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었다. 야생의 습성이 있기 때문에 동물들은 잘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약자는 늘 공격을 당하기 때문이다. 동물별로 1년에 한번 정기검진을 도입한 것도 예방의학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혈액, 오줌, 방사선, 초음파, 안과, 치과, 귀 등 부위별로 의료기관과 연계해 검진을 하고 있다.

원래 꿈은 아프리카 초원에서 야생동물들을 돌보는 것이었죠. 수의학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는 2016년 진료사육팀장이 됐다.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었던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마침 2016년부터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청주동물원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주동물원을 33개월 가까이 촬영한 영화가 바로 동물, Garden, Zoological’이다. 2019년 개봉했다. 이제는 동물원의 뒷공간을 개방해도 된다고 판단했어요. 처음엔 다큐멘터리 감독이 동물원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해요. 6개월 정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매일 찍으셨대요. 동물원을 매일 보다보니 뭔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해요. 이후 정식 허락을 받아 촬영을 했죠.”

영화에선 1999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박람이(항공엑스포박람회를 기념해서 붙은 이름)’가 수술을 받던 중 죽는 장면이 나온다. 날것의 사건이었다.

박람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돌봤기 때문에 아픔이 컸어요. 박람이는 좁은 우리에서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해 디스크 질병을 앓았어요. 제대로 못 걷다 죽게 되죠. 치료하다보니 동물들이 왜 병에 걸릴까 원인이 궁금해졌어요. 결국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 섰죠.”

하지만 아직 동물원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낮았고, 관련 예산 또한 확보하지 못했다. 2018년 대전에서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했던 곰이 탈출했는데, 이 곰을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시민들이 구조하게 된다. 이듬해 곰을 청주동물원으로 데려오게 되고 환경부로부터 생물자원보전시설 사업으로 예산지원을 받게 된다. 때마침 개봉한 영화도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게 국비 1억과 시비 1억을 들여 곰사를 짓는다. 2020년엔 국비 3, 시비 3억을 들여 호랑이, 여우, 산양 등의 막사를 짓게 됐다. 올해는 예산이 국비와 시비 합쳐 11억원으로 뛰었다.

 

데크를 놓아 공간을 가로로 연결지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데크를 놓아 공간을 가로로 연결지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야생의 공간 닮은 동물원

 

그동안 청주동물원은 경사도가 높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관람객들의 불만이 있었다. 다른 지역으로 이전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보면 이러한 환경은 호랑이 및 야생동물에겐 최적의 장소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 또한 전국에서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청주로 모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됐다.

청주동물원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경사도가 높아 유모차를 끌고 오면 관람이 힘들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가로로 데크를 놓는 등 공간을 횡으로 연결시켰다.

또 극적으로 구조된 야생동물들의 탈출기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됐다. 동물을 그저 관상용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동물을 통해 과학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전에는 청주동물원의 동물 종이 130여종이었지만 지금은 80여종으로 줄었다. 외국에서 수입한 동물 등의 개체수가 자연감소로 줄게 됐다. 그러자 동물 구입비 및 기온차에 의한 난방비 등이 줄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동물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이 자연 그대로 서식하는 장소로 바뀐 것이다. 청주동물원은 동물복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곳이 된 것이다.

청주동물원은 이러한 공로로 최근 국회에서 ‘2020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김 팀장은 오소리, 너구리 등 단어가 익숙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라요.담비도 그렇고요. 토종 동물들이 우리나라 기후와 맞아서 그대로 살아왔던 거죠. 야생동물을 키워서 방사도 해요. 동물원은 동물을 생태와 단절시키는 곳이 아니라 연결 장소가 돼야죠.”

청주동물원은 1997년 처음 문을 열었다. 1970~80년대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우리들에게 동물원은 유희의 장소였다. 이제 20년의 세월을 맞은 청주동물원은 토종동몰 보호소로 방향성을 찾았다. 변곡점에서 새 옷을 입은 동물원은 이제 생태의 공간이고, 배움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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