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프레임에 갇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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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프레임에 갇히지 말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5.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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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이 3년 전에 한 약속
한반도 전쟁의 땅이 아니라 평화의 땅으로 만들려면…
분단 체제 유지를 원하는 집단이 바로 ‘적폐세력’이다

 

충청리뷰는 ‘2021 언택트 금강산 마라톤 대회51일부터 8일까지 열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대면행사도 어렵고, 금강산 관광 재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4년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할 때 충청리뷰는 관광사업자로 참여했다. 20083월까지 5번의 행사를 치렀지만 그해 7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이후 남북 경협의 장이었던 개성공단마저 2016년에 문을 닫았다.

정권이 바뀌어 20184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 남북은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도 곧 재개할 것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답보상태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은 남북의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성공단 문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은 남북의 복잡하게 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개성공단 문부터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그는 분노하는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분노하는 인사가 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이사장이다. 그는 북한학 연구자이자 현장 실무자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 제 16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인수위원회에서 국가 안전 보장 회의(NSC) 설계 작업을 했다. 참여정부에서 NSC 한반도 평화체계담당관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하여 남북 평화체계를 다루다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서 더 폭넓게 남북관계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여러 번 교섭과 협상을 했다. 학자 입장에서 북한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근무를 자원했고 20082월부터 4년간 개성에서 근무했다. 이 때 개성에서 발생하는 신청·세무·회계·세금·임금협상 등 북한과의 모든 협상을 담당하면서 거의 매일 북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경험을 했다.

그는 4.27남북정상회담과 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100% 우리정부의 탓이라고 꼬집는다. 상황인식의 오류라는 것. 그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인식의 오류가 나타나는 건 첫째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이고, 둘째 남북의 역학관계가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북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다. 4.27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은 더 이상 전쟁에 시대가 아닌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봤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분단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를 원하는 특정세력에게 정부 관계자들이 휘둘린 것이다. 이 집단이 바로 적폐세력이다. 한반도에 필요한 건 적폐청산을 통한 평화실현이다.”

 

남북한 노동자들이 만나야 한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때때로 수위를 넘나들었다. 가장 불편하고 예민한 얘기를 직설화법으로 꺼낸다. 그는 하루빨리 남북이 종전선언을 한 뒤,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 또한 이른바 적폐 세력이 설정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

“‘비핵화 프레임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져야 평화가 온다는 말은 분단체제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일 뿐 전제조건이 되어선 안 된다. 왜 미국은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핵은 용인하면서 북한의 핵에 대해서만 이토록 문제 삼을까. 비핵화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남북은 영영 분단 체제를 벗어날 방도가 없다.”

김 이사장은 이들을 분단 적폐세력이라고 칭한다. “미국의 네오콘(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신()보수주의자)에게 대한민국은 무기를 팔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다. 6.25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고, 여전히 분단을 원하는 세력들은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 네오콘 뿐만 아니라 일제에 기생했던 세력들은 바로 분단세력으로 탈바꿈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으로 살고 있다. 분단적폐가 사라져야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

그는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을 통해 통일의 기초를 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강조한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해 북한 지역인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에 조성된 공단이다. 남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된 경제협력 모델로 운영됐다. 14년 동안 운영된 개성공단은 20162월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폐쇄조치됐다. 2019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도 개성공단의 재개 용의를 밝혔으나 2월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또다시 안갯속을 걷고 있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은 남북의 노동자들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재개가 되면 개성공단엔 약 5000개의 기업이 입주할 수 있고, 한국에 협력업체만 10만개를 둘 수 있다. 개성공단은 단순히 공단이 아니라 남북이 만나는 장이다. 평화를 위한 경제협력이 가능해진다. 사람이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의 기업들이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 북한은 돈을 벌기 위해 개성공단 문을 열어 준게 아니라 평화프로젝트로 추진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 뿐만 아니라 금강산 및 개성 관광 등도 재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성공단은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장소다. 개성공단에서 6만의 남북 노동자들이 매일 만났다. 남북 경협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인적물적 교류도 일어나게 된다. 개성공단 재개는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안보리 제재를 피할 방안도 다 마련돼 있다. 현 정부의 선택만 남아있다.” 한반도가 전쟁의 땅이 아닌 평화와 번영의 땅이 되기 위해선 먼저 개성공단 문을 열어야 한다고 그는 지난 5년 내내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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