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일처리 너무 안일” 여론
상태바
“충북도의회 일처리 너무 안일” 여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05.06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자치경찰제 조례안 원점에서 논의…도의회 책임론 부상
지방자치법·공무원 후생복지 규정 개정 필요성 대두
충북도의회 본회의 장면
충북도의회 본회의 장면

 

충북 자치경찰 조례 문제가 결국 터졌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4월 30일 충북도가 올린 조례안을 수정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충북도는 이 조례안이 지방자치 모법인 지방자치법과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재의요구는 의결된 안건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 다시 의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자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자치경찰제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에 이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충북도·도의회·경찰청 등 관계자들은 문제 풀 생각을 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했다.

일이 이렇게 꼬인 이유는 충북도와 충북경찰청 간에 사전 협의가 부족했고, 조례 제정 권한이 있는 충북도의회가 너무 안일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충북도와 경찰청이 각자 주장만 하더라도 결정권을 가진 도의회는 보다 치밀하게 논의하고 여론수렴을 했어야 하나 이와 관련된 전체회의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의원들은 집행부 편, 경찰청 편 식으로 나뉘어 왈가왈부하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례안 내용 중 문제가 됐던 것은 제16조 자치경찰의 후생복지에 관한 부분이다. 경찰청 표준조례안은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 및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예산 범위에서 복지·처우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반면 도 조례안에서는 지원대상을 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으로 한정했다.

그런데 도의회가 경찰청 의견을 그대로 따른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충북도는 사무국 소속 경찰공무원은 자치경찰관이 되면서 충북도 소속으로 바뀌지만,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은 그대로 국가공무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국가공무원인 자치경찰 담당공무원의 후생복지 의무를 충북도에 전가시키지 말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법과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 이 예산은 매년 40억원에 달한다.

오세동 충북도 행정국장은 “이런 조례를 만들면 법에 저촉돼 지원할 수 없다. 그래서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한다. 아니면 차라리 자치경찰 수행 공무원들도 충북도 소속으로 바꿔달라. 그럼 지원하겠다. 우리는 자치경찰제가 잘못됐으니 고쳐달라고 중앙정부에 얘기하는 것이다. 경찰과 싸우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도의원들 수정안 발의 포기

반면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일 충북경찰청은 충북도가 도의회에 관련 조례안 재의요구를 하자 ‘충북도민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도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조례안을 의결한 도의회와 충북 치안을 함께 고민한 충북도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자치경찰 정책을 추진해 도민에게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지 관계기관과 지역사회 힘을 모아 고민하고 논의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미 조례안이 통과됐으니 재의요구 보다는 정책을 추진할 때라는 의미로 읽힌다. 도에서 문제삼은 조례안에 대해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와 충북경찰청은 이미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충북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는 ‘일방적인 충북도 자치경찰 조례안 피해자는 도민’이라는 1인 시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충북도 입장을 지지하는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온전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수 있게 조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방에 재정을 단 한 푼도 전가하지 말고 전액 국비로 지원하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조례안은 도의회에서 통과 되더라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의회는 경찰이 제시한 표준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도의원들 스스로 현행 자치경찰제 문제점을 지적했으면서 조례안을 심사할 때는 이를 무시했다. 연철흠 의원(민·청주9)은 4월 30일 5분발언을 통해 “자치경찰 신분은 국가직이고 간부인사권도 경찰청에 있어 지자체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국가의 예산부담만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상교 의원(민·충주1)은 “자치경찰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다. 지방자치의 정신과 지방자치법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 날 김영주 의원(민·청주6)은 본회의 도중 정회를 요청하고 충북도와 충북경찰청 양쪽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내려고 했으나 다른 의원들이 시간없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이 또한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다른 시·도 역시 충북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와 경찰청은 차제에 관련 법·규정 개정에 힘을 모을 때다.
 

자치경찰위원 하려고 줄 댄 사람들 누구?
시중에 전직 경찰간부·교수·법조인 소문 파다

 

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이념에 따라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도 지자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도입을 논의했으나 30년이 지난 올해서야 본격 시작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국가경찰이 하고 있는 방범순찰, 학교폭력·성폭력 예방, 교통법규 위반단속 등 지역과 밀접한 업무는 자치경찰이 담당한다.

자치경찰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는 사람들은 자치경찰위원들이다. 충북의 자치경찰위원들은 총 7명이다. 이들의 임기는 3년. 자치경찰의 인사·예산 등에 대한 주요 정책, 자치경찰공무원의 주요 비위사건 등에 대한 감사요구 등의 일을 한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자치경찰위원이 되기 위해 추천권을 가진 기관·단체장들에게 줄을 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 전직 경찰간부, 교수, 법조인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자리가 막강한 권력이라고 생각한 경찰간부 출신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뛰었다는 후문이다. 이 위원회에 경찰출신은 1명 들어갔다.

한편 이 위원회는 교수 4명, 변호사 1명, 전직 경찰간부 1명, 전직 충북도 공무원 1명으로 구성됐다. 모 씨는 “가능한 직업별로 1명씩 들어가도록 했다. 같은 직종에서 2명 이상 추천이 들어온 경우 조정했다”고 말했으나 교수는 4명이나 들어갔다. 이에 대해 비율이 맞지 않는다며 뒷말들이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