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만이 답 아냐, 게임 레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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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만이 답 아냐, 게임 레저렉션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10.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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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광고업계의 큰 손은 게임산업이다. 요즘 게임광고는 웬만하면 캐스팅하기 어려운 최정상급 배우를 수십 명씩 대거 기용하기도 한다. 내용은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다. 딱 봐도 돈 썼다는 느낌의 광고들인데, 게임사는 더 많은 배우를 못 섭외해서 안달이다. 그만큼 게임산업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은 19319억원이다. 최고 매출을 기록한 게임은 3개월 만에 2000억원을 올렸다. 역대 분기 최고 수치라고 한다. 대부분 내수시장 매출에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이 많음에도 매출은 천정부지다.

이에 힘입어 게임산업은 고도화됐고 다른 콘텐츠 산업들을 흡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메타버스다. 중심에는 게임산업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깔려 있다. 세상이 메타버스로 갈수록 게임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흐름에서 최근 레져렉션 콘텐츠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레저렉션은 부활 또는 소생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과거 성공했던 콘텐츠를 지금에 맞게 개선해 시장에 출시하는 상품들을 의미한다. 중심에는 미국의 게임회사 블리자드가 내놓은 디아블로2 레저렉션가 있다. 1달 전 출시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모바일 게임이 판을 치는 요즘 세태에서 PC기반 게임의 한계를 딛고 1위까지 올랐다.

메타버스도 아니고 유저 간의 소통이 원활한 것도 아닌데 고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먼저 이 게임의 주요 고객층은 30~40대다. 게임을 즐겼던 추억이 있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러기도 한 것이 게임의 초판은 2000년 출시됐고 주요 고객은 당시 용돈을 아껴가며 게임을 구매해 숨어서 즐기던 10~20대였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이들의 추억을 집중적으로 건드렸다. 인터페이스, 플레이 시스템이 20년 전의 그것이다.

어쩌면 고도화된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요소다. 이를 두고 오토메틱으로 운전하다가 수동으로 하는 것과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서버가 다운될 만큼 인기다. 기존 고객뿐 아니라 지금의 10~20대 고객들도 유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항간에서는 이를 분석하기 바쁘다. 그동안 세련미, 상업화만 고려한 콘텐츠 제작소비에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의 콘텐츠는 공짜로 유인해서 하나씩 더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한 콘텐츠로 인식된다. 하지만 레저렉션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반대다. 이는 소비층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순한 추억팔이도 아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간과하는 콘텐츠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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