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사피엔스가 우주에 보내는 ‘사유의 편지’
상태바
호모사피엔스가 우주에 보내는 ‘사유의 편지’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1.13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인문학 개념어사전' 제1,2,3권 출간
2008년부터 인문학 개념 2200자로 완성, 100세 될 때까지 할 것
원전 토대로 작성한 텍스트, 각국 언어로 호환될 수 있도록 설계해
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방대한 지식의 보고서인 책 ‘인문학 개념어사전’을 출간했다. /사진=박소영 기자
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방대한 지식의 보고서인 책 ‘인문학 개념어사전’을 출간했다. /사진=박소영 기자

 

현생인류가 새로운 인류에 보내는 지식의 백과사전이 출간됐다. 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사진·69)가 최근 <인문학 개념어사전소명출판>을 펴냈다. <인문학 개념어사전>은 이번엔 3권으로 엮었다. 1권은 논리사상철학이고 2권은 역사사회자연이다. 3권은 문학예술과학이다. 한권이 무려 718페이지다.

충북대에서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한 그는 이 책을 통해 타고난 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방대한 인문학의 세계를 통섭의 정신으로 마음껏 유영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가 구축한 사유의 깊이와 넓이는 시공간을 넘나든다. 평생 대학에서 문학과 예술을 가르쳐온 그가 양자역학부터 AI까지 꿰뚫고 있다니. 게다가 그는 지역사회에서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진보적인 운동가이기도 했다. 퇴직 후엔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 모든 일들을 한 사람이 해내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어떻게 이렇게 매일 매일 수도자처럼 공부하고 글을 써내려갔을까. 그가 어쩌면 사람이 아닌 자가학습을 하고 있는 AI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재직 시절에 매주 한 개의 주제를 2200자의 텍스트로 담아냈고, 퇴직 후엔 가속도가 붙어 요즘엔 하루에 한 개의 글을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에 처음 시작한 작업이었다. 당시 계기는 이랬다.

 

예술가들과 공부하기 시작

 


이철수 판화가가 충북민예총 회장을 맡고 있었다. 예술가들이 모여서 공부할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나보고 공부할 내용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사실 조금 미루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기본공부를 마친 후 지금과 같은 글을 쓸 계획이었다. 계획이 앞당겨져 첫 글을 아우라에 대해 썼고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그는 2008년부터 시작한 글쓰기가 2053년 본인이 100세가 되는 해에 마치도록 설계했다. 45년 동안 총 1만개의 개념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올해 나온 3권외에도 약 40권 분량의 책이 더 완성되게 된다. <인문학 개념어사전>은 책 한권마다 정확히 230개의 개념이 담겨있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 고행을 택한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전국의 산을 오른다. 또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열심히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인간과 우주 자연을 총체적으로 설명해보려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고민도 하고 한탄도 했지만 하나의 개념을 비교적 정확하게 서술했을 때의 기쁨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인문학 개념어 사전을 쓰기 위해 그는 공부를 먼저 했다. 영어, 독일어, 라틴어, 중국어, 고대한문을 공부했다.

자유롭게 강의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뿐이다. 원전을 보기위해 외국어 공부는 할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 개념어사전은 생활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언어로 교환할 수 있도록 계산해서 작성했다. 그래서 좀 딱딱하게 다가올 수는 있다. 원전의 기본개념을 차용해 사유를 종합했다.”

 

원전 보기 위해 외국어 공부

 

하루 24시간 중에 15시간 정도를 그는 글쓰기에 몰입한다. 어쩌면 눈앞에 그가 있어도 그의 머릿속은 새로운 인문학 개념과 놀고있을 줄 모른다.
한국어로 번역된 책도 의미 있지만 원전을 봐야만 글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인류가 오랫동안 구축해 온 지식과 가치를 마주할 때 즐거웠다. 한 인간이 45년 걸려서 할 작업을 머지않아 메타인간 또는 인공지능은 단 45초만에 끝낼 수 있을 줄 모른다.”

만약 그러한 세상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 책을 통해 21세기 인간적 사유의 고결함을 보여준다.

<인문학 개념어사전>은 확장성을 가진 기본텍스트를 사용한다. 따라서 다양한 조합과 다각적 응용이 가능하다. 그는 사전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괄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일관된 체계를 갖췄다. 아울러 서술의 보편성, 객관성, 함축성, 예술성, 완결성을 추구했다. 모든 개념은 서···결의 5단 구성이며 한국어 2200자 분량으로 서술했다고 말했다.

공부를 진행하면서 개인의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 똑같은 사건과 이론을 봐도 처음에 대했을 때와 깊이 생각하고 봤을 때 달랐다. 끊임없이 새롭게 보기를 실천했다. 오히려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쓴 글을 지금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편견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전이기 때문에 균형감 있고 정확하게 쓰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자가가 볼 수 있는 만큼 보이고 쓸 수 있다는 말이 진짜 맞더라.”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는 공부하고 익힌 자연과학의 새로운 명제에 대해 설명했다. “끊임없이 개념과 대화했다고 읊조리는 그에게 인류의 미래에 묻고 싶어졌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류는 반성하고 있으며 존재론적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인류는 미래에 문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인간이 창조한 또다른 메타인간이 곧 등장할 것이다. 호모사피엔스와 메타인간이 지구에 살지 우주에 살지 모르겠지만 그 날은 올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이후 인류의 미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당장 그의 책을 구해 읽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