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민도서관 유랑극장 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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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민도서관 유랑극장 동행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3.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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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꽃보다 아름다워"

5월 4일 오후 2시. 옥산면소재의 아동복지시설인 혜능원으로 3~4대의 차량이 줄지어 달린다. 차량마다 ‘인터넷시민도서관 유랑극장’이라는 깃발이 달려있다.
이들은 ‘인터넷시민도서관 유랑극장’팀이다. 지난해 연말 독거노인과 장애우들을 위한 동행영화제를 열었던 ‘인터넷시민도서관’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한달에 2번씩 시골과 복지시설을 찾는다. 그래서 ‘유랑극장’이다.
이들의 일정은 대략 농한기에는 시골로 가서 영화상영을 하고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고, 또한 귀농한 농가에 가서는 농촌과 도시의 연대를 논의한다. 오늘 찾아가는 곳은 복지시설인 혜능원. 분명한 것은 이들의 ‘유랑(流浪)’에는 종착역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골과 도시를 엮는 매개체일뿐

인터넷 시민도서관의 홍보를 맡고 있는 손민경인(아이디 ‘하루살이’)씨는 “유랑극장은 소외된 지역에 가서 하루 영화를 상영하고 오는 봉사차원이 아니다. 영화는 시골과 도시가 만나는 매개체일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시민도서관은 인터넷문명, 시민혁명, 도서관문화가 합쳐진 단어로 사회정의와 생태평화를 추구하는 인터넷공동체이다. 그래서 이들은 모일때 서로의 아이디를 부른다.

아이디 ‘고두미’씨의 말이다. “처음엔 고두미님이라고 부를때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여기에 있으면 모두 존대말을 쓰고, 나이나 신상을 묻지 않는다. 인터넷 공동체의 뚜렷한 색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보기모임인 씨네오딧세이와 연계해서 유랑극장을 만들어간다. 씨네오딧세이측으로부터 영화에 필요한 기자재및 필름을 공급받고, 함께 유랑극장을 떠나기도 한다. 시골에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와 같은 고전이나, 시대를 느낄수 있는 ‘YMCA야구단’을 상영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가 단연 인기가 높다.

맛있는 자장면 150그릇

혜능원에 도착하니 어린이날 분위기가 한층난다. 고운 잔디위에 만국기가 펄럭인다.어린이날에는 이미 10여년째 내려오고 있는 후견인 체육대회가 예약돼있다. 인터넷시민도서관 외에도 이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충북대 봉사동아리 파이오니아, 새날터, 서울지역 대학동아리 희망원 네트, 그리고 자장면팀이었다.
자장면팀은 벌써 일년이 넘게 복지시설에서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전직 중국집을 운영했던 이들은 지금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자장면을 만들어주기위해 다시 뭉쳤다. 오늘은 김창호, 정민남, 조상지, 김명철씨와 옥산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주방일을 도왔다. 고향친구, 사회친구라는 이들은 한사람은 면을 뽑고, 한사람을 건더기소스를 만들며 일을 진행했다.

회장을 맡고 있다는 김명철씨는 “독거노인을 위해 반찬을 싣고 나르는 차량봉사를 했었는데, 그 때 옥산자원봉사센터 회장님이 제의를 해왔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라 친구들과 쉽게 뜻을 모았고, 바로 자장면 봉사에 나섰다” 라고 말했다. 
줄곧 청애원을 갔는데 혜능원은 처음이라고 했다. 오늘도 청애원을 갔다가 다시 혜능원을 찾았다. “청애원은 장애우 시설인데, 그 곳 아이들이 자장면을 먹는 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단체로 나와서 자장면을 먹기가 어려우니까. 우리들이 올때를 기다렸다가 한번에 5~6그릇 먹는 애들도 있다.” 자장면팀은 이날 무려 150여명이 먹을 자장면을 만들었다.

신나는 야외영화제

인터넷시민도서관 유랑극장팀은 야외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해가 질때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평화의 줄넘기, 이라크 아이들에게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 평화의 손도장찍기 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한쪽에선 ‘해밀’ 님이 기증했다는 팝콘기계를 가지고 ‘모메게’님이 열심히 팝콘을 만들었다. 몽글몽글 터지는 하얀팝콘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줄이 내내 끊기지 않았다.
해가 지자 축구골대위에 세운 스크린을 통해 ‘이웃집 토토로’가 상영됐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씨네오딧세이 총무를 맡고 있는 강정미(독서지도교사·26)씨는 “언제나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터넷시민도서관 유랑극장팀은 혜능원 식구들과 모여 이날의 일정에 대해 나누고, 앞으로의 연계방향을 모색했다.

인터넷시민도서관은 인터넷공동체지만 오프라인에서 꾸준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달에 2번 유랑극장을 찾는 것외에 에덴원을 정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벌인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노인들을 위한 한글학교도 운영했다.
인터넷시민도서관 유랑극장 팀들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수 있는 영화를 통해 도시와 시골, 소외된 아이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었다. 작은모임이지만 이들의 종착역은 분명했다. 바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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