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예술촌을 가다] 지역문화공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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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예술촌을 가다] 지역문화공간으로 변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7.10.1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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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분야 레지던스 프로그램…새 지원 통로 열어
예술가들, 지역연계 프로그램 통해 ‘단골손님’확보

예술가들이 공간을 탐했다. 아마도 함께 먹고, 자고,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자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오래된 꿈’이었을 것이다. 사실 예술가들은 그동안 자본의 논리에 밀려 점차 도심에서 시골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버려진 폐교나 빈 건물에 예술의 생기를 불어넣었다. 마을 사람들과 자연이 그들의 친구가 됐고, ‘창작’을 매개로 무엇보다 예술 동지(同志)들과 함께 ‘맛있는 예술밥’을 먹었다. 본지는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이 된 충북의 예술촌을 따라가본다. 충북 예술촌의 지도 그리기및 신 개념의 예술촌과 지역 연계 프로그램 소개, 명소화 전략 등 앞으로 4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글싣는 순서

1.예술촌 지도 그리기
2. 新프로그램 등장과 지형변화
3. 브랜드가 된 예술촌 탐방
4. 문화 명소화 전략

예술촌들은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정신적인 의식주를 함께 소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같은 목표를 갖고 있어야 했다. 따라서 예술촌 내부의 인간적인 문제들이 밖으로 불거지면, 종종 탈퇴로 이어졌다. 최근까지 예술촌 생활을 했던 A씨는 “개인 창작보다는 집단성이 강조되다 보니, 희생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더 큰 무대에 서고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제 예술촌들은 새로운 방향찾기에 나서고 있다. 창작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소소한 문화예술교육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르도 다원화됐다. 무엇보다 오지가 아닌 도심 내 빈공간을 점거했다. 특히, 개인을 위한 창작지원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의 등장은 새로운 활력을 낳고 있다.

도심내 신 예술촌 창작스튜디오
청원군 마동리의 한 폐교를 예술촌으로 꾸민 마동창작마을의 예술가들은 올 6월, 12년만에 일반인들에게 전시장을 오픈해 화제가 됐다. 이른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오픈스튜디오를 벌인 것이다. 마동창작마을의 터줏대감인 이홍원 화백은 “작업실 수리할 때도 많고, 작가들 복지를 위해서도 오픈스튜디오의 필요성을 느꼈다. 해마다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오픈스튜디오는 작업실과 일상을 개방하는 전시형태로, 작가와의 대화 및 체험 프로그램이 열려 대중과의 거리를 좁힌다.

사실 마동창작마을처럼 예술가들이 오지의 폐교를 점거하는 사례는 일반적이었다. 빈 공간이 자연스럽게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대치됐고, 특히 마동창작마을이 있는 청원군 문의면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많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러한 예술가들의 공간이 점차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신도심 건설로 구도심내 유효공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에서는 미술분야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작가들의 새로운 지원정책으로 떠오른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일정기간 한 공간에 머무르면서 창작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미술창작스튜디오가 민간과 지자체 영역에서 속속 건립되고 있다. 창작스튜디오는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각종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열어 작가들의 ‘인큐베이터’ 장소로 통한다. 청주시도 올 3월말 약 49억원을 지원해 용암동 시립정보도서관 뒷 건물에 청주시미술창작스튜디오를 개관했다. 미술창작스튜디오는 16평 규모의 15개의 작업실과 전시장 3개소와 교육실, 휴게실, 옥외 작업장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 16명의 단기· 장기 입주 작가가 있으며 이들 은 운영위원회 심사를 통해 선정됐다. 입주기간은 1년으로, 연장은 조례상불가능하다.

미술창작스튜디오는 오는 10월부터 다양한 행사들을 펼친다. 먼저 입주작가들의 릴레이 전시회가 내년 3월까지 잡혀있다. 또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워크숍을 열어 평론가와 외부 큐레이터 등이 함께 입주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고 토론한다. 그리고 12월에는 오픈스튜디오를 계획중. 김복수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큐레이터는 “내년부터 지역연계프로그램을 통해 소통의 자리를 확대할 것이다. 5월에는 미술대회를 벌일 계획인데, 입주작가들이 심사위원을 나서는 등 재밌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또 방학기간에는 참여프로그램을 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청주시미술창작스튜디오는 도심 내 위치하고 있다.  
 
   
 
  ▲ 현재 16명의 작가가 작업실 지원을 받아 창작활동및 전시회, 오픈스튜디오, 워크샵 등을 벌이고 있다  
 
국제레지던스, 아시아 작가를 만나다
첨단문화산업단지(옛 제조창)에도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 청주민예총이 지난 2005년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지원사업으로 국고 지원을 받아 복합문화체험장을 운영했지만, 이듬해 창작스튜디오로 간판을 바꿨다. 지금은 미술, 영상, 문학 등 장르별 예술가들의 창작의 짐을 꾸리고 있다. 이름도 하이브 캠프(HIVE CAMP)도 바꿨는데, 이는 벌집 구조의 건물형태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이브 캠프는 민간 영역에서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자, 또한 연 2년째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벌여 관심을 끈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제교류기금 사업에 선정돼 5000만원 내외를 지원받아, 동아시아 5개국 6명의 작가들이 3개월 가량 청주에 머물르면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도 같은 항목의 기금을 받아 5개국 8명의 작가들이, 지난 8월 청주에 왔다.

디어본 벤다카(태국), 코이케 메에코(일본), 래스완디(인도네시아), 후준(중국), 뚜(베트남), 축(베트남), 황(베트남), 주옌(베트남) 등 아시아작가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레지던스 참여작가들은 이미 2007충북국제아트페어에 참여했고, 앞으로 안덕벌 예술제, 오픈스튜디오, 아카이브 전시(도큐멘트전)등 다양한 영역에서 교류를 펼칠 예정이다. 한국의 입주작가들은 자체 워크숍을 통해 ‘소통’을 준비하기도 했다.

또한 하이브 캠프는 오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는 신미술관에서 ‘베트남 신미술전’을 개최한다. 그동안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현지 디렉터로 나서 베트남의 신 미술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디렉터를 맡은 김기현 하이브 캠프 관장은 “전후세대인 베트남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미술경향을 엿볼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교류의 작은 결실과도 같은 행사라서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에는 11명의 베트남 작가들이 참여했다.

   
 
  ▲ 첨단문화산업단지 내 하이브 캠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벌인다. 동아시아 작가들이 이곳에 약 3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창작활동및 다양한 미술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사진은 지난 8월에 열린 발대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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