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과정은 우리네 삶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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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과정은 우리네 삶과 같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6.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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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연희 _ 구들C&C 대표

   
얼떨결에 요리에 입문하게 되었다. 보통 결혼 10년차가 넘는 주부라면 어느 정도의 요리는 기본이 아니겠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달랐다. 가족의 식단은 음식을 만들어 동네방네 돌리는 것을 취미로 하는 어머니 덕에 굳이 내 손이 갈 일이 없었을 뿐더러, 평상시 나의 지론이 인간의 기본욕구인 의·식·주 중에 순서를 정하라면 서슴없이 주가 맨 앞이고 식은 마지막이라는 것 이었다.

게다가 어디선가 엉터리로 주워들은 논리를 핑계 삼아 음식은 손을 댈수록 재료 본래의 맛을 훼손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어지간하면 칼을 들지 않았고, 맛있는 음식은 전문식당에 가서 먹어야 나도 잘 살고 식당도 잘 살게 된다는 억지스런 경제 논리까지 들먹이던 터였다.

이러던 내가 요리에 입문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싼 값에 제대로 된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있다는 친구의 꼬드김에 함께 지원서를 쓰게 되었는데 컴퓨터 추첨에서 그녀는 떨어지고 별생각 없던 내가 덜컥 당첨이 된 것이다.

아무튼 그것을 인연으로 나는 요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요리는 생각보다 까다롭고 준비과정이 길었다.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용도에 맞게 손질하고 필요한 양념을 준비하는 일은 재미도 없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나마 조리과정은 좀 나았다. 솔솔 풍겨 나오는 음식냄새는 나를 들뜨게 하였고, 특히 요리를 마친 후의 시식과정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어느 날 모 행사에 음식을 만들어 내야할 일이 생겼다. 우리는 바로 전 시간에 만들어 보았던 편육과 야채무침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 일찍 행사장에 도착해 서둘러 준비를 하고 고기를 먼저 삶기 시작 했다. 곧 다른 사람들이 왔고 요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 냄비뚜껑을 열었을 때 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가지런히 있어야할 고기가 너덜너덜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애초에 사왔던 부위가 잘못된 데다 실로 꽁꽁 묶어 삶아야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기는 겨우 모양을 갖추었고 요리는 생각보다 더 훌륭한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나는 미안하여 고개도 못 들었지만 끝까지 함께해준 동료들이 고마웠다.

요리의 과정은 우리네 삶과 같다. 혹 과정중의 실수가 있을지라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서로간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완성될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요리는 새로운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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