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평민, 늠름한 농민을 위한 마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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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평민, 늠름한 농민을 위한 마을도서관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7.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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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자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7월 19일 옥천의 안남면에서 배바우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은 지 일주년이 되는 잔치가 열렸다. 일 년 전 안남에서는 7월 중순의 뙤약볕만큼이나 강렬한 작은도서관 개관식이 있었다. 작은도서관 추진위원들은 모두 농부들이었다. 젊거나 늙은 땅냄새가 물씬 나는 농부아저씨들이 싱글벙글하면서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개관잔치에서 마을 한글학교 학생인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은 춤을 추었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이 건립기금을 지원하고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사업추진을 지원하여 68평 규모의 아담한 마을도서관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렇게 진행되기까지 안남면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전국의 작은도서관 사례를 수집하고 탐방하면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작은도서관 건립을 위한 지원신청서에 ‘위대한 평민, 늠름한 농민을 위한 마을도서관’을 만들어가겠다고 하여 지원단측이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중에 듣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책에서 손을 놓은 지도 오래되었고 도서관을 운영하기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와 작은도서관이 담고 있는 가능성을 어떤 방법으로 과연 펼쳐낼 수 있을지 아무도 경험해 본 사람이 없으니 막연하였을 것이었다.

주교종 추진위원장(지금 배바우작은도서관장)께서 다가와 조용히 그리고 심각하게 “아이들이 이렇게 도서관에서 뛰고 있는데 도서관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하는 게 맞는 거죠”라고 물으셨다. 한 어머니는 “도서관은 좋지만 어휴, 우리가 도서관에서 무얼해”라며 설레이면서도 무엇을 상상해야 좋을지 모를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마을주민들 대부분이 마을도서관의 후원회원이 되어 있었고, 어렵사리 약간의 예산도 지원을 받게 되었다. 운영위원들의 표정은 여유가 있고 과정을 설명하는 말에 힘이 있었다. 역시 개관잔치에서처럼 한글학교 할머니들이 노래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율동과 의상에도 비중을 두었다. 아이들은 다행히도 처음처럼 뛰지 않았으며 영상그림책을 보다가 다른 어른들에 방해되지 않게 놀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동안 배바우사람들은 우리나라 농촌의 작은도서관의 향후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은 벌써 8월 9일 전북 진안에서 열리는 ‘마을 공동체와 도서관’이라는 주제의 도서관운영사례로 발제가 약속이 되어있었다.

우리 고장의 늠름한 농민들이 자랑스러워 덩달아 신이 나고 살맛이 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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