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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길, 어휴 고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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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길, 어휴 고생길!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7.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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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혜주 청주시 상당구 수동

   
휴가라는 말은 정말 바람 같다. 내 안의 무언가를 덜어내어, 가볍게 가볍게 하늘로 밀어올려주는 바람 같다. 살랑살랑거리며 ‘그 바람에 마음껏 쉬다가 와야지’라고 생각하며, 내 마음은 벌써 이만큼 하늘로 떠 있는 것 같다. 정말 여유롭고 자유롭다.

딱, 짐을 싸기 전까지는 그랬다.
꼭 필요한 것만 싼 것 같은데, 짐은 벌써 바윗덩어리같이 무겁다. 아직 몇 가지 더 챙길게 남아있는데, 가방은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면 바로 터져버릴 기세다. 얼굴에 벌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헉- 여보, 이걸 다 가져 가려고?’

잠시 외출했다 들어온 남편이, 여기저기 싸놓은 짐들로 점령당한 집을 천천히 둘러본다. 난장판이다.
‘당연하지. 며칠씩이나 있다 올 건데. 철저하게 챙겨가야 편안히 쉬다 오지.’

‘하긴... 이번엔 그냥 시골 빈집을 며칠 빌려 가는 거니까. 특별히 주위에 놀 때도 없을 거야 잡지책도 좀 가져가고, 노트북도 좀 챙겨. 심심하면 영화라도 봐야지.’

‘그래 참, 나무 그늘에서도 보게, 여기 야외의자도 가져가자. 얼른 차로 옮겨놓고 있어.’

나는 나대로 짐을 챙기는데 바쁘고 남편은 4층이나 되는 집에서부터 계단을 내려와 차까지 그 짐들을 옮기느라 오르락 내리락. 둘 다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숨이 턱까지 찰 때쯤, 드디어 모든 짐들이 옮겨지고 출발만이 남았다. 문단속을 마치고 차로 향하는 마음이 뿌듯하다. 이 완벽한 준비라니, 이젠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다 오는 것만 남았다는 생각에 우린 마냥 들떠 차문을 열었다. 그 순간.

‘어맛!’
‘으악-’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우리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자리를 짐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그 많던 짐들을 다 차안에 실었으니 우린 한참을 말없이 서서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한다.

‘타! 그냥 가방 끌어안고 앉아’
나는 주섬주섬 앞자리의 가방을 끌어안고 차에 올라탔다. 노트북이랑 책들 인가보다. 가져오지 말걸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무게감에 다리가 저려온다. 힘들고 지친다. 자꾸 밀려오는 짜증을 억지로 누르고 있는데, 남편의 한마디가 불에 기름을 붓는다.

‘이게 무슨 휴가 가는 차야? 이사 가는 차지.’
빽-하는 신경질과 함께 즐겁고 가벼운 휴가 길은 날아가 버리고, 무겁고 빡빡한 고생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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