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신화를 쏘고 구릿빛 감동으로 짓누르다
상태바
금빛 신화를 쏘고 구릿빛 감동으로 짓누르다
  • 베이징-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8.13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자양궁 임동현·박경모 단체전 金 연금술사
박은철 레슬링 첫 메달 … “銅이라도 괜찮아”
사격 총감독 · 코치까지 충북 3인방이 일냈다

   
“베이징에 충북의 기상을 떨쳤다” 베이징에는 홀대론도 푸대접론도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을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자랑스러운 충북건아들만 있었다.
204개국 1만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순위 10위를 목표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양궁의 임동현, 박경모, 레슬링 박은철, 복싱 이옥성, 수영 이겨라, 사격 김윤미 등 6명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본보는 안태희 기자를 10일부터 14일까지 베이징 현지로 특파해 충북출신 선수들의 활약상과 베이징 올림픽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 남자양궁 단체전 금메달의 3분의 2는 충북의 몫이다. 임동현, 박경모 선수가 모두 충북 출신이기 때문이다. 단체전 금의 주역인 박경모·이창환·임동현 선수(왼쪽부터)가 금메달을 깨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뉴시스
지난 11일 베이징올림픽 양궁경기장에서는 충북출신의 임동현, 박경모선수가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빛 과녁을 꿰뚫었다. 경기 초반 우리 선수들이 10점 골드를 연속으로 공략하면서 승부의 추는 쉽게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대반격이 시작됐고 총 24발 가운데 21발을 쏜 결과, 199점으로 균형을 이루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반격은 여기까지였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화살이 7점 과녁에 꽂혔고, 맏형 박경모는 침착하게 9점으로 마무리하며 227점(이탈리아 225점)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팬들도 박경모의 마지막 화살이 9점에 꽂히자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임동현과 박경모는 이로써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목에 걸었던 금메달을 베이징에서 다시 만지는 감격을 맛보았다. 한국양궁 남자 단체전의 3연패이자, 충북 출신 선수의 최초 올림픽 2연속 금메달 수확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이번 올림픽에서 충북에 연고를 두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6명. 이들 중 ‘10-10’(금메달 10, 종합 10위)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금메달 밭을 일굴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 그동안 지역으로부터 받지 못한 응원 속에서도 묵묵히 땀방울의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銅 박은철’ 레슬링 메달 신호탄
12일 레슬링에 출전한 박은철(27·주택은행)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했던 금빛은 아니지만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경기에서 획득한 첫 번째 메달. 박은철은 베이징 CAU체육관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55kg급 패자전에서 하미드 수리한(이란)을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4강전에서 박은철은 러시아의 나지르 만키에프에 1:2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해 3, 4위전에 진출했다. 박은철은 지난해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그레꼬로만형 55kg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으며 청주 중앙중, 충북체고, 한국체대, 상무 출신이다.

특히 6명의 충북출신 올림픽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충북에서 현역생활을 하고 있는 복싱의 이옥성(27겫맛볍봤?에 거는 기대가 크다. 51kg 플라이급에 출전한 이옥성은 12일 1,2차 예선을 거친 뒤 16일 3차 예선, 20일 8강전, 22일 4강전에 이어 23일 대망의 결승전에서 승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천 의림여중과 제천상고, 주성대 출신인 사격의 김윤미(동해시청)는 10일 10m 공기권총에 출전했으나 16위로 예선탈락했고, 서원초와 대성여중, 대성여상 출신인 수영의 이겨라(울산시체육회)가 11일 자유형 200m에 출전했지만 2분05초71로 46위에 그쳐 아쉽게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는 사격에만 변경수(국가대표 총감독), 차영철(국가대표 50m소총 코치), 오금표(국가대표 트랩 코치) 등 충북 출신 3명이 임원으로 참가하는 등 유도의 전기영(남자 국가대표 코치), 충주여중 손희주 교사(배드민턴 심판)가 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변경수 사격 총감독 등 충북 출신 사격 임원진 3명은 12일 베이징 사격관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경기에서 진종오 선수가 ‘사격 16년 노골드’의 한을 푸는 천금 같은 금메달을 선사함에 따라 연금술사로서의 위상을 톡톡히 세웠다.

승전보가 보약… 병상에서 일어나 웃다
임동현 祖母 파킨슨병, 박경모母 뇌졸중 투병

   
▲ 승전보만한 보약이 있을까? 양궁 금메달의 주역인 임동현, 박경모 선수에게는 중병을 앓고 있는 가족들이 있지만 그들의 기원으로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 사진=육성준 기자
한국 남자 양궁이 올림픽 3연패 위업을 달성한 1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용암동 임동현 선수(22·한국체대)의 집.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손자가 쏜 금빛화살이 시위를 떠나 과녁 정중앙에 꽂히는 순간, 거실에 모인 가족 10여 명이 텔레비전 앞에서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안방 침대에 앉아있던 할머니 오수자 씨(72)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10여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오씨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손뼉을 치려고 애썼다.

오씨는 “동현이가 출국하기 전날 ‘할머니 맛있는 것 사드세요’라면서 용돈 10만원을 주고 갔다”며 “피땀 흘려 번 돈을 쓸 수 없어 (동현이가) 돌아오면 되돌려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숙부 임한영씨(37)는 “항상 반듯한 성격을 갖고 있는 아이여서 큰일을 해낼 것으로 믿었다”며 “두 번째 금메달을 딴 것이지만 오늘처럼 동현이가 자랑스러운 날은 없었다”고 했다.

“경모야! 고생했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야. 장하다.” 11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 결승전에서 박경모(34·인천 계양구청) 선수가 금 과녁을 명중시키는 순간 박 선수의 어머니 김순예씨(61)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얼마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쪽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김씨는 결승전에서 “심장이 떨려 못 보겠다”면서도 끝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TV앞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벌이던 20여명의 이웃과 친지들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어머니 김씨를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박 선수의 금메달은 더욱 감회가 새롭다. 박 선수는 지난 6월 암으로 부친을 여읜데 이어 최근엔 어머니까지 쓰러져 시집간 딸의 간병을 받아왔다. 여동생 현숙씨(30)는 “오빠가 지난달 아버지 49제 때 와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 아버지 영전에 바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도 “우리 경모가 집안 걱정 때문에 집중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며 “부엌에 정화수를 떠 놓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성을 드린 정성을 하늘이 돌봤다”고 기뻐했다./ 베이징=안태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