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에서 끝내 무산된 ‘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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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계’에서 끝내 무산된 ‘원 코리아’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8.1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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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응원 무산 아쉬움 힘찬 응원으로 달래
남한응원단 텐진까지 찾아가 북 여자축구 응원

(베이징=안태희 기자)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을 주제로 펼쳐지고 있는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공동응원이 무산됐으나, ‘원 코리아(One Korea)’의 꿈을 반쪽응원 만으로라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독 이번 개막식 입장식에서 8년 동안 실시됐던 남북공동입장이 무산된 데다 남북정상의 10.4선언에서 채택한 남북공동응원까지 이뤄지지 않아 경기장 곳곳에서 공동응원 대신 각각 응원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11일 베이징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경기에서는 남한의 응원단 70여명과 북한 응원단 30여명이 관중석에 조우했다. 남한 응원단은 왕기춘 선수와 북한 계순희 선수를 열심히 응원했지만 남북 공동응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남한 응원단과 함께 응원하자는 제안에 대해 사전조율이 되지 않은 탓인지 북한 응원단측이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한 응원단은 현지 교민들과 함께 경기장 안팎에서 무리를 지어 흰색 바탕에 푸른색의 지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흔들며 두 선수의 이름과 코리아를 외쳤다. 온 세계에서 모인 4000여 관중은 코리아 응원단이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칠 때마다 귀를 기울였다.

북한응원단은 ‘계순희’를 연호하면서 힘찬 응원을 보냈으나, 계순희가 예선 2차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하자 낙담한 듯 응원열기가 잦아들었다.

중국 관중 안티 한국에 아쉬움
여기에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안티 한국’ 응원분위기는 400여명의 코리아응원단의 아쉬움을 더했다. 지난 10일 친황다오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의 축구경기에서는 관중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한국관중들이 ‘필승 코리아’를 외쳤지만, 나머지 중국관중들이 이탈리아를 일방적으로 응원해 한국관중들을 어리둥절케 만들었다.
중국 관중들은 한국응원단과 경쟁하듯 이탈리아팀을 응원해 한동안 양측 응원단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북공동응원단’에서 막판에 ‘코리아응원단’으로 이름을 바꿔 중국에 도착한 한국응원단은 북한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중국인들에게 기가 죽지도 않았다.
코리아응원단은 또 12일 베이징에서 차량으로 2시간 이상 걸리는 텐진까지 찾아가 독일과 경기를 하는 북한 여자축구선수단을 응원했다.
코리아응원단 참가자인 박지영씨(29)는 “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함께 응원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각각 응원하게 돼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하나의 코리아를 염원하면서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남과 북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울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모저모>

중국인 ‘찌아요 중궈’ 자부심 대단

베이징 올림픽을 주최한 중국의 큰 포부는 개막식뿐만 아니라 경기장 곳곳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국인들은 베이징올림픽이 자신들의 미래와 포부를 담은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여러 가지 불편을 겪는데도 불구하고 대단한 자부심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장마다 ‘찌아요 중궈(加油 中國)’ ‘찌아요 올림픽’을 외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찌아요’는 ‘기름을 넣는다’라는 뜻이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화이팅’ ‘영차’등의 의미로 쓰인다. 중국에서는 주유소를 ‘가유소(加油所)’로 표기한다.

경기장에서 만난 한 베이징 시민은 “내가 살면서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민이 모두 번영하고 잘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림픽을 계기로 조선족 출신들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민족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다.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자란 김성위(22.북경과기대 공대3)씨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서 열리는 올림픽 유도경기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조선족과 한국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삼엄한 올림픽’ 곳곳 경계눈초리

이번 올림픽에서는 경기장 안팎뿐만 아니라 베이징 전역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르면서 ‘삼엄한’ 올림픽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올림픽 주 경기장을 비롯해 각 경기장에는 경찰과 보안요원 등이 안팎에서 2중, 3중의 검색을 하고 있으며, 고속도로 톨게이트마다 공안의 보안검색대가 설치돼 있고 휴게소에도 공안차량이 비상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은 베이징 시내에서 수시로 불심검문을 받고 있으며,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을 경우 원래 고향으로 추방된다는 말까지 돌 정도이다.

특히 경기장내에서는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 음료수를 종이컵에 옮겨 부어 판매하고 있으며, 안팎에 경찰, 보안요원, 자원봉사자들이 안전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장권 못 구해 응원단 다수 발길 돌려

올림픽 특수(?) 때문에 바다를 건넌 원정응원단의 대부분이 응원을 하지 못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터무니없이 가격이 폭등한 입장권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리아응원단은 11일 400명 전원이 유도경기에 입장하려고 했으나 입장권 구입과정의 혼선과 함께 막판에 폭등한 입장권 가격 때문에 결국 70명만 응원을 해야만 했다.

1장 당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입장권 가격이 장당 10만원에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응원 때문에 ‘이산가족’이 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미처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각국의 응원단이 표를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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