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성명전 벌이다 호된 '역풍'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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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성명전 벌이다 호된 '역풍'맞아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9.1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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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밀반대협 궐기에 반박..."후안무치" 막말하다 '혼쭐'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추석이후 민심을 다잡기는 커녕 역풍을 맞는 형국이다. 오는 25일 열릴 예정인 박희태 대표의 충북방문을 앞두고 축제분위기 고조는 고사하고 시민단체의 항의집회가 열리지 않을까 내심 고민하는 흔적 또한 역력하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한나라당 충북도당(위원장 오성균)이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상임의장 이상훈)와 벌인 성명전의 후유증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는 지난 4일 열린 ‘중부내륙첨단산업.관광벨트 관철과 수도권규제완화저지를 위한 충북도민 궐기대회’ 이후 성명전을 벌여왔으며,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정점에 달했다.

한나라당은 궐기대회에서 앞서 지난 1일과 3일 두차례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궐기대회의 정치화’를 우려했으며, 이후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자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측이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박 성명서는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일 “행사를 주관한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는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 부족으로 말그대로 ‘蹶起(궐기)’에 실패하고 大會(대회)를 만들지 못하고서 그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시키고 있다”며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 지도부는 후안무치한 언행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발표했다.

‘후안무치(厚顔無恥-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을 모름)’라는 용어가 등장하자 울고싶은데 뺨을 때린 격으로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측이 크게 반발했고, 한나라당에 대한 도민들의 여론도 급속히 나빠졌다.

지역원로급이 망라한 단체에 ‘후안무치’라는 용어를 썼으니, 정치적이나 도덕적으로 온당치 않은 표현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일을 저질렀다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대를 잘못 고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비난에 휩싸인 이면에는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가 특정한 성향을 가진 단체라고 보기 어렵다는데 있다. 이 단체에는 충청북도, 충청북도의회, 충북시장군수협의회(청주시), 충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청주시의회), 충북지역개발회, 충북개발연구원, 충북지역대학총학장협의회, 충북상공회의소협의회, 충북기자협회,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지방분권국민운동충북본부, 충북여성경제인연합회, 기업사랑농촌사랑운동본부, 신행정수도지속추진범충북도민연대, 충북상인연합회등이 가입돼 있다. 진보와 보수, 경제단체부터 공공기관까지 망라한 조직이다. 단체의 성격상 특정성향의 단체가 아닌 지역이익을 위해 뭉친 단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조직이다.

또한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궐기대회 이전부터 성명서를 연거푸 발표하면서 참석 예정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등 지나치게 긴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있다. 궐기대회가 반정부투쟁으로 확산될 것에 대한 염려가 강하게 작용하다 보니 상당히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가 15일 밝힌 성명서에서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94 충북도민 궐기대회가 1차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퇴진운동으로 확산되는 것, 2차적으로는 1만명 이상의 충북도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가 되는 것, 3차적으로는 초광역개발권에서 충북이 제외된 것에 대한 문책이 집권여당의 지역조직인 한나라당 충북도당과 집권여당 소속인 정우택 도지사에게 제기되는 것 등이 두려웠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면서 정작 집권여당이 된 뒤에도 아직까지 야당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두영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성명서에서 지난 총선에서 왜 자신들을 선택하지 않았느냐고 표현한 것이나 마치 협의회가 민주당과 짜고 일을 벌이는 것처럼 오해한 것을 보고 크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의 소통부재를 원인으로 꼽는 인사도 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여당이 됐는데 국회의원이 1명 뿐이다보니 시민단체등과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당이 젊은 정치인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설익은 표현과 대처방식으로 도민들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기 지방선거에 영향 미칠까 촉각

어쨌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큰 짐을 안고 충북을 방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충북홀대에 대한 지역민의 반발이 격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북도당도 ‘구원’하고 민심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기 지방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불거져 앞으로 지방선거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박대표의 방문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측도 이런 분열상이 지속된다는 것 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18일 양측은 박대표 방문이전에 회합을 갖고 그동안 쌓인 오해 또는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고 이를 공표했다. 이에 앞서 17일 오성균 한나라당 도당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수도권과밀반대충북협의회와 모두의 힘을 모아 충북발전을 위해 큰 길을 나서겠다"고 화해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욱 청주청원사랑모임 사무국장은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면서 “지역발전을 위해 공동노력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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