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산책길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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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산책길의 유감
  • 충북인뉴스
  • 승인 2008.09.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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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숙 _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엊저녁 산책길에 들른 무심천은 부드럽고 한결같다. 지난여름 장마에 범람 위기를 잘 견뎌 낸 무심천은 자못 신통해 보인다. 게다가 얼마 전 리뷰를 통해 위기에 처해진 귀한 미호종개가 산다는 고마운 소식을 접한 뒤로 내게 무심천은 더욱 각별하다.

무심천은 나의 즐겨찾기 일 순위다. 아주 많은 사람들을 무심천 덕분으로 만난다. 청주를 동서로 가르는 무심천인 만큼 사람들 또한 다양하다.

시간대별로 다르겠지만 저녁 밥상을 물리고 나서는 주부들에게는 아홉시 이후 무심천의 진풍경은 시작된다. 유모차에 갓난쟁이를 태워 오는 젊은 부부들부터 외모와 건강을 동시에 지키려는 알짜배기 미혼여성들, 멋진 사이클을 타고 청춘을 뽐내는 청년들, 자전거에 음향기기를 달아 흥겨운 가락을 연신 달고 다니는 어르신들까지 다채로운 삶을 무심천은 매일 밤 펼쳐 보여준다. 잘 보존된 생태환경에 산책이나 운동, 담소 나눌 공간으로 무심천만한 곳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니 우리의 자랑거리가 아닌가.

그러나 무심천을 걸을 때 마다 아쉬운 점 아니 불편한 점 한 가지가 있다. 무심천엔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나뉘어 있는데 무심천의 진가가 올라감에 따라 사람 수도 늘어 매번 부딪힘 없이 걷기란 아주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지도 오래다.

그러나 최소한 공동살이에 대한 기본 덕목은 지켜져야 한다. 지난여름에야 그놈의 지독한 더위가 사람들을 인사불성으로 만들어 그깟 선지키지 않는 것쯤이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아랑곳 않고 앞지르기를 한다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 온통 두 선을 장악해 오름과 내림의 구별 없이 만드는 통에 걷는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에 밀려나기 일쑤였으나, 이젠 여름도 가고 불쾌지수란 이름으로 정당화 될 만한 대상은 어디에도 있지 않다. 이젠 한가위도 지난 가을이다.

충북에도 독자적인 문화 헌장이 선포되고 선진 문화로 가는 걸음이 작은 것들로 부터의 실천이라는 명제를 모르는 이들은 없다. 일터에서 돌아와 홀로든 가족과 함께든 무심천을 찾는 이들에게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가 그저 조심하라 넌지시 일러주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서의 기능만을 갖는 그런 좋은 날은 멀리 있지 않다.

정해진 선을 지키고 옆으로 가고픈 욕망을 접고 앞뒤로 가면 되는 것이다.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뒷모습인들 어떠랴. 제자리에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다. 자전거와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 없이 흐르는 무심천이건만 그런 제자리의 풍경은 우리들이 만들어야 하는 몫이다. 한가위 지낸 달이건만 아직도 넉넉하고 도톰하게 살이 올라 무심천을 밝게 비춰준다. 그 무심천엔 바로 우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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