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효율성’이냐 ‘중앙집권화 가속’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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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효율성’이냐 ‘중앙집권화 가속’ 양날의 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09.29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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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 ]현행 16개 시.도, 230개 시군구에서 70개로 축소논의

<font color=blue>조선 태종때의 8도제에서 출발해서 갑오경장 이후 13도제가 되어 지금까지 그 틀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지방행정체제가 2년만에 또다시 개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회가 지방행정개편특위를 다시 만들고 현행 16개 시.도, 230개 시.군.자치구를 70개 정도로 축소하기 위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 현행 지방행정체제가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주민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인력과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지역 간 격차를 날로 심화시키고 있어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과 지방분권을 훼손하고 오히려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반박 속에서 점점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근 불거지는 행정체제개편의 쟁점을 모아 분석해 봤다.

<쟁점1> 지방행정체제 어떻게 축소될까

현재로서는 65-70개의 광역시로 개편하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지난 2006년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에서 합의에 거의 이르렀던 개편방안은 「시?도 - 시?군?구 - 읍?면?동」의 3계층(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구를 포함할 경우 4계층)으로 이루어진 다층화된 계층구조를 1단계 감축(폐지)하는 것이다. 즉 도를 분할 내지 폐지하는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게 의뢰한 '지방행정체제개편 연구 결과보고서는 ‘자치1계층제’, ‘자치2계층제’, ‘혼합개편안’ 등으로 나눴다. 자치 1계층은 시군통합을 통해 통합된 시를 광역자치단체로 하고, 동시에 도의 폐지를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도와 시군간의 기능통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자치2계층제는 대도시지역 및 도지역의 행정체제 개편을 하지 않고, 도-시군 기능을 완전 분리시키되 이를 위하여 시군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혼합모형의 경우 자치구를 행정구로 전환하고 도-시군 기능분리 및 시군통합을 혼합하는 형태이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전국을 최소한 5~7개 광역단위로 묶어 광역분권화하고, '중앙정부→16개 시·도→230개 시·군·자치구'를 '중앙정부→4~7개 광역지방정부→100여개 시·군·구'로 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밖에 학계에서는 전국을 서울주(서울+인천), 경강주(京江州=경기+강원), 충전주(忠全州=대전+광주+충남·북+전남·북+제주), 경상주(慶尙州=부산+대구+울산+경남·북) 등 4개로 광역화하는 방안,  ‘1특별시-7개도로 개편하는 방안, 광역시+도, 도+도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쟁점2> 지방행정체제 축소가 대안인가

정세옥 사단법인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인구규모와 면적은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리적 특성과 여건에 따라 인구와 면적은 다를 수 있고, 다른 것이 정상"이라면서 "일정한 인구규모를 미리 상정해 놓고 모든 자치단체를 획일적으로 그 틀에 끼워 맞추려는 것은 무리이며 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일본은 기초자치단체를 통폐합하고 있지만 아직도 1700여개가 넘고. 프랑스도 광역자치단체(R?gion)가 22개이고 기초자치단체가 3만6000여 개나 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행정계층이 적을수록 중앙집권화 경향이 짙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계층의 국가는 중앙정부의 기능이 증가하는 반면, 다계층의 국가는 지방정부의 기능이 증가해 지방분권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중앙정부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이 많을수록 지방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다.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중앙정부가 권한을 독점할 경우 지역의 경쟁력이나 국가경쟁력이 궁극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크다.

<쟁점3> 풀뿌리 민주주의 흔드나

대규모인 시.군.구를 3개 이상 통합하여 광역화하면 ‘근접성의 민주주의’ 이념과는 거리가 멀어지며, 지방자치의 최고이념인 민주성에 역행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가 퇴색하고 주민자치에 입각한 자주적 살림이 불가능해진다는게 지역시민단체의 반응이다.

군(郡)의 면적이 서울시보다 넓은 곳이 많은데, 인구가 적다고 그런 지자체들을 통폐합하여 인구 60만~100만명이 되게 하려면 10개 군(郡)을 합쳐도 모자랄 수 있는데 그 광활한 구역에서 어떻게 민생(民生)행정을 펼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세옥 원장은 “중앙집권의 뿌리가 매우 깊은 우리나라에서 시ㆍ도에 대한 분권조차 인색했던 중앙정부가 그보다 구역이 좁은 광역시 1계층으로 개편했을 때 분권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중앙집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정치권의 개편안은 도를 폐지하고 도가 담당하던 광역적 기능과 중앙정부가 관장하던 기능을 지방광역행정청을 신설하여 처리토록 한다는 것이므로 중앙집권화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쟁점4> 실현가능성

민주당 노영민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부위원장(청주흥덕을)은 2010년까지 관련법안을 통과시키고, 늦어도 2014년부터는 새 지방행정체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행정체제 개편안이 합의가 되더라도 현실화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자유선진당이 ‘연방제수준의 지방분권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헌법개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다 2006년 국회특위에서도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 김보흠 전문위원은 "단적으로 현행 행정체제에서 출마하는 사람들의 숫자로 볼때 행정구역이 개편되는 것에 대해 반발이 심각해질 것은 뻔한 일"이라면서 "개편취지를 이해하지만 실현되기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교수)도 "구역 통합 및 자치계층 축소는 동시에 진행될 수 없는 엄청난 과제이다. 즉, 일시에 구역통합과 자치계층 축소를 한다는 것은 논의만 무성하데 만들지 소득이 없는 작업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오히려 벌써부터 지역간 갈등만 부추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괴산군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즉각 증평군측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정우택지사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지역세가 약한 지역의 반대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주시등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청주청원통합의 효과가 예상되는 청주시등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춘수 제천시 민원팀장은 면서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명확한 내용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80년에 시로 승격한 제천시가 1995년에 주변의 8개 면을 흡수해 통합시로 승격할 때도 찬반논란이 뜨거웠고 통합후에도 2~3년간이나 논란이 있었다”고 말해 행정체제 개편이 현실화 될 것인가에 대해 비관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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