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農心, 속타는 ‘가짜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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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農心, 속타는 ‘가짜 농부’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0.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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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쌀직불금수령 공무원 1,562명...부당수령자수 따라 파문 커질듯

충북도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가운데 '쌀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자진신고한 숫자가 1,562명에 달해 이들 가운데 부당수령자가 과연 몇명이나 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쌀직불금’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요즘 도내 자치단체 공무원 가운데 13%가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자진신고했다. /사진 육성준 기자
지난 27일 충북도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쌀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은 충북도 318명(충북도본청 143명, 도소방본부 175명)이고 시.군 자치단체에서 총 1244명으로 밝혀졌다. 이중 보은군이 162명으로 가장 많고, 청주시 159명, 충주시 149명, 청원군 137명, 진천군 129명, 옥천군 126명 순이었다. 또 괴산군과 음성군이 각각 90명, 제천시 67명, 단양군 28명, 증평군 27명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이에따라 30일까지 신고사항을 확인한뒤 현지실사등을 거치고 당사자의 이의신청을 받은 뒤 재심사를 거쳐 부당수령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어 '쌀 직불금 부당 신청.수령 기준'에 어긋나게 직불금을 타낸 것으로 판단되는 직원의 명단과 조사 결과를 오는 31일까지 행안부에 보고하게 된다.

행안부는 관계부처 심사 등을 통해 부당 수령자로 최종 판단된 직원과 가족에 대해서는 직불금을 전액 환수하고 해당자를 징계할 예정이다. 특히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추후 농식품부의 전수 조사 과정에서 직불금을 부당수령한 사실이 적발되는 공무원에게는 가중 처벌을 내릴 방침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진신고 공무원들이 관련자료를 첨부해 적법한 수령을 했다고 신고했지만 부당수령을 스스로 신고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현재 자료를 검토중이지만 부당수령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쌀직불금 수령 공무원 100명 중 13명꼴

충북도내 자치단체 공무원의 쌀직불금 수령자 숫자가 예상보다 많은 것도 주목되고 있다. 충북도내 공무원의 정원총수는 1만1909명이다. 이중 쌀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신고한 숫자가 1,562명으로 100명중 13명이 농사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별로는 보은군이 590명 가운데 162명이 자진신고를 해 보은군청 공무원 중 27.5%가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도내 최고를 기록했다. 4명중 1명이 직불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진천군이 562명 가운데 129명(23%), 옥천군이 602명 가운데 126명(20.9%)가 직불금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직불금 수령자가 가장 적은 곳은 단양군으로 전체 532명 가운데 5.3%인 28명만 신고했으며, 제천시도 978명 가운데 6.9%인 67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몇 명이 부당수령자인지는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쌀직불금 수령자가 충북도내 자치단체 공무원의 13.1%나 차지하는 것 자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와 소속 시.군.구에 직불금을 받았다고 신고한 공무원은 약 2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남도에서 도청 소속 432명을 포함해 총 4천226명이 직불금 수령 사실을 신고해 가장 많았으며, 경북 3천830명, 충남 3천71명, 경남 3천여 명, 전북 2천783명, 경기도 2천700여명, 강원도 1천60명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제주도는 신고자가 없었으며, 광역시에서는 광주 546명, 대구 510명, 울산 417명, 부산 357명, 인천 350명, 대전 269명으로, 농경지가 많은 도 지역에 비해 적었다.

타시도의 자진신고자 비율은 전남도의 경우 전체 공무원의 21.1%, 충남도는 18.7%, 전북도는 1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아니더라도 공공기관 임직원이나 선출직 공무원등이 전수조사를 통해 부당수령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파문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들끓는 농심, “3일만에 조사 가능하냐”
 
도내 농민단체등은 쌀직불금 수령자 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가짜 농부’들을 철저히 색출하라고 정우택 지사에게 요구했다.

전농 충북도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8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일 동안 1562건을 확인조사하는 것이 가능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충해서 면죄부를 주려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06-2008년까지의 쌀 직불금 문제는 정우택 도지사의 재임기간내 벌어진 일로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며 “행안부에서 정한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조사단을 꾸려 공동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명진땀 공직자들, 겸직 자영농들

도내 공무원들 가운데 부당수령 의혹이 제기돼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에서 부당수령 의혹이 제기된 대표적인 인물은 유영훈 진천군수와 이향래 보은군수 등 2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성명서등을 통해 자신들이 직접 경작을 했다고 밝혔으며, 관련자료를 취합해 자진신고를 마친 상태다

 유군수는 지난 17일 '쌀소득 등 보전직불제 관련 성명서'를 통해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376-4 1108㎡의 논은 집에 바로 붙어 있는 것으로 1990년에 매입해 직접 경작을 해 자가소비를 하고 있다"며 "군수 취임 후에도 주말을 이용해 직접 경작해 왔다"고 강조했다. 유 군수는 직불제가 시행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42만6490원의 직불금을 수령했고 올해는 11만원 가량을 신청했다.

이향래 보은군수가 "절대 부당수령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군수는 "지난 40여 년간 농사를 짓는 농민으로 정당하게 직불금을 받은 것인데 이를 부당수령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중에서도 직접 농사를 짓지만 불법으로 직불금을 수령한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속에서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8일 청주근교 논에서 만난 모씨는 "내가 직접 농사를 짓는 땅에서 오늘 수확을 하게 됐다"면서 "주변에서 마치 불법수령을 한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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