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혔다” 곳곳서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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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혔다” 곳곳서 아우성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1.04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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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비미납 속출, 주식투자 쪽박, 황량한 상권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에 있는 모 아파트는 원룸형으로 지어져 있고, 대학이 주변에 있어 서민들이나 대학생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 엘리베이트 입구에는 눈길을 끄는 게시물이 하나 있다. 아파트 관리비 미납호수가 적혀 있는 공지문으로 관리비 납부를 독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한 아파트에 붙어있는 관리비 미납 공지문
지난 7월과 8월 2개월동안 미납한 세대가 34가구나 된다. 어떤 가구는 1개월치, 어떤 가구는 2개월치를 미납했다. 이중 8월 관리비를 미납한 세대수만 전체 138세대 가운데 24세대에 이른다. 전체의 17.3%에 가까운 수치다. 아파트 관리비가 각종 요금까지 합쳐도 10만원이 되지 않는 소형 아파트임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다.

직장인 A씨(37.청주시 상당구 금천동)는 남모르는 고민이 있다. 부인 몰래 사둔 주식이 폭락하면서 1000만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남들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코스피 지수 1500대에 주식을 산 A씨로서는 이제 주식시세표를 보기조차 싫은 상태다. 다만 주변에서 깡통계좌가 속출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는 위안을 스스로 하면서.

B씨(40.청주시 흥덕구 산남동)는 자신이 주장해 지역의 모업체 주식을 샀지만 주식폭락 사태를 피하지는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해당회사의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그로서는 요즘 지인들의 눈초리를 보느라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중국펀드에 돈을 넣어둔 직장인 C씨(30.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사정또한 만만치 않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한지 얼마나된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잔액이 줄고 있는데도, 해약을 하지 못한채 근무에 지장을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D씨(43.청주시 흥덕구 봉명동)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작은 평수로 이사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낸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화한통화조차 없다. D씨는 “시세보다 낮게 내놨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다”면서 “대출이자도 내야되고, 애들도 키워야 하는데 얼마나 더 내려야 살 사람이 나타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부진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줘 서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대목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 깡통아파트 속출, 주가폭락 등 곳곳에서 돈줄이 막혀 서민이나 중산층 가릴 것 없이 상당수의 가구가 ‘가계(家計)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

시내버스 이용객 두배 증가

한국은행 충북본부가 지난달 16일부터 24일까지 도내 연간 매출액 15억 원 이상인 414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BSI(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는 매출 부진 등으로 10월 80에서 11월 73으로 7p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특히 수출기업(-7p)과 내수기업(-8p) 모두 전월보다 떨어졌다.

충북도내에서 지난 9월말 기준 도내 각 시군의 건축허가 통계에서도 경기침체의 단초를 알 수 있다. 집계결과 건축허가 면적은 주거용 85만2000㎡, 상업용 106만8000㎡, 농수산용 23만6000㎡, 공업용 98만5000㎡ 등 총 393만8000㎡로서 전년대비 430만㎡에 비해 약 8.4% 감소했다. 충북도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 급증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축 경기 위축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생활속에서 도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의 정도가 어떤지는 청주시가 집계한 청주시내버스이용객수에서 잘 드러난다. 청주시가 최근 우진교통등 청주시내 6개 시내버스회사의 운영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시내버스 이용객은 42만 4350명으로 8월의 16만5600명, 7월의 27만9450명보다 최고 26만명이나 늘었다. 이에 대해 윤기민 청주시 교통행정과장은 “최근 고유가로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는 추세인데다 공공기관의 홀짝제 시행등으로 시내버스 이용객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제2의 오창되나” 산남3지구 ‘괴담’

청주 산남 3지구는 ‘청주의 강남’으로 불리며 대형 아파트들이 밀집한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각광받는 곳이다.

   
▲ 산남3지구
그러나 이곳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의 경기는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 탓에 주민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까닭에 매출은 오르지 않고, 임대료는 비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간판정비구역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초대형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매출신장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지역은 벌써부터 ‘제2의 오창’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창과학산업단지의 경우 8400세대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2만명이 넘는 상주인구가 있지만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아 소상공인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산남3지구도 높은 상가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으로 되고 있다. 대로변 39.7㎡(12평) 규모의 상가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250~300만원의 임대가가 형성되어 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선뜻 입주를 하지 않다보니 빈 상가도 많다. 부동산 업계에서 파악한 바로는 산남3지구 전체 상가의 공실률은 40%대다. 10곳중 4곳은 비어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아파트에 있는 상가까지 합칠 경우 공실률은 60%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상가임대료를 내려서라도 상가활성화를 해야하지 않을까. 말처럼 쉽지 않다. 대출을 받아 평당 평균 2000만원대에 분양받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출 경우 대출이자등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영태 경매전문지 '인포케어' 발행인은 “산남3지구의 상황은 경기침체가 지속될수록 임차인이나 임대인 모두에게 손실을 입히는 동반몰락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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