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 ‘피폐’, 충북개발연구원은 ‘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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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은 ‘피폐’, 충북개발연구원은 ‘예스맨’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2.0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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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식’ 용역연구결과 비난 고조 … 신뢰성 타격
다양한 해법 제시 없이 ‘하나의 정답’만 쏟아져

   
충북지역에서 민간 경제관련 연구의 토양은 척박하다. 민간연구소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존재하는 민간연구소도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자체연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충북 최초의 민간연구소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있는 퍼스트경영기술연구원이다. 그러나 이 연구원도 자체 연구를 하지 못한 채 수탁과제를 용역하느라 급급하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6월에 창립한 뒤 12건을 수탁했는데, 올해는 1년 동안 같은 건수를 받는데 그쳤다.

수탁연구도 대부분 시.군 등 자치단체 용역물이다. 그러다보니 연구참가자들과 상근직원들의 급여와 운영비를 대기도 벅찬 상태다. 퍼스트경영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는 새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예산이 삭감되는 등의 여파로 용역연구가 줄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역문제를 연구하거나 세미나등을 개최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데 미진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씽크탱크’의 역할부족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충북도내에는 충북개발연구원 말고 한국은행 충북본부, 재단법인 충북테크노파크 전략산업기획단, 각 대학의 연구소등이 대표적인 ‘씽크 탱크’이다.

한국은행충북본부는 기획조사팀을 두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연구물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14건이 있으며, 올해는 4건이 올라와 있다. 또 매월 충북지역 주요경제지표, 충북지역경제동향, 주요경제일지등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각 대학 연구소의 경우 지역산업 및 지역발전과 관련된 논문 발표 보다는 용역연구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청주상공회의소도 경제연구소를 두고 있으나 단위부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회원업체 관련 조사발표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각 연구기관간의 연구 교류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각각의 연구를 수행하기에도 벅찬 실정이어서 교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종일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장은 “연구조사를 하는데 있어 지역통계가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서 “큰 시.도가 아니다보니 연구기관이나 관련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발주처에서도 안 믿는 연구결과
충북개발연구원이 최근 충북도의회에 행정사무감사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최근 기본과제, 정책과제, 수탁과제등 연구과제의 비약적인 물적.양적 성장 및 발전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탁과제의 연구성과물의 경우 발주처에서 활용가치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등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발생함’이라고 적혀있다.

연구의 진실성과 신뢰성, 대안마련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원에게 치명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일부라고 했으나 연구를 발주한 곳에서 활용가치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는 것을 드러낸 충북개발연구원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충북개발연구원의 가장 큰 정체성 위기는 충북도의 ‘예스맨’으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충북개발연구원이 가장 두드러지게 연구한 분야중 하나가 충북도의 투자유치정책에 대한 ‘긍정적’ 연구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충북개발연구원은 지난 2년동안 모두 5회나 정책과제를 수행하면서 민선 4기 투자유치 성과분석에 따른 연구를 수행했다. 지난 해 7월 ‘민선4기 1년간 투자유치 성과분석 개선방안’(2007. 8~2007. 12)의 연구결과가 끝난지 한 달도 안돼 ‘13조원 투자유치에 따른 지역경제파급효과분석’(2008. 1. 7-1. 17)을 내놓았다. 또 3개월 후에는 ‘15조원 투자유치에 따른 지역경제파급효과’(2008. 4. 14~5. 13)와 ‘충북경제의 위상변화와 의미’(2008. 4. 10~5. 13)를 한꺼번에 냈다.

또 계간 ‘충북경제 ISSUE & Trend’는 충북도의 경제정책에 대한 성과 홍보물로 착각할 정도다. ‘충북경제 동향과 전망’을 폐지하고 충북현안에 대한 분석, 지역경제동향등을 수록하기 위해 지난해 창간된 이 간행물은 ‘충북의 또다른 이름 경제특별도’(통권 1호), ‘경제특별도 선포 1주년, 성과 및 과제’(통권4호), ‘민선4기 2년의 성과와 2년의 전망’(통권6호)등 총 7회중 3회를 충북도의 투자유치 성과 위주의 기획특집으로 채워졌다.

이에 대해 조택희 연구위원은 “이 간행물은 전문 학술지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충북도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충북도가 예산.인사권 쥐고 있으니…
충북개발연구원의 이같은 문제는 예산권과 인사권을 충북도가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보니 발생한다. 충북개발연구원의 올해 예산은 61억8798만5000원이다. 이중 가장 높은 비중을 갖는 수입이 수탁과제로 26억4850만원, 전체의 42.8%에 이른다.

지난해 30억 623만4000원보다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포인트 낮아졌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정책과제보조금(11억5000만원)과 보조금(14억원)을 합칠 경우 전체의 84.0%가 도청이나 발주기관의 예산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의회에서도 “연구원의 수탁연구과제는 대부분이 도정발주분에 의존하고 있는 문제점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각 시군 및 외부기관 수탁용역 확대방안 강구하라”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충북도의 수탁과제수는 올해 9건으로 전체의 32.1%, 지난해에 비해 4건(10.9%) 감소했지만 여전히 충북개발연구원의 최대이자 최고고객이다.

일부 연구의 경우 충북도가 다른 연구기관에 의뢰했다가 연구비가 적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아 시일도 촉박한 상태에서 충북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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