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인생이 가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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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인생이 가치 있습니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2.1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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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인생에 도전하는 사람들

“도전하는 인생이 가치 있습니다”
경기침체기에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사람들

연말로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욱 우울해진다. 내년 2%대 경제성장을 한국은행이 예측할 정도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요즘, 무엇하나 즐거운게 없다. 경제가 어려우니, 이곳저곳에서, 이일저일이 모두 경제난탓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알고 있는 것보다 힘차게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난관을 극복하고, 희망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우리의 이웃들이 어떻게 힘을 내고 있는지, 왜 그들은 성공했는지를 밀착취재해봤다./편집자주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죠”
공장이전으로 실업자된 김씨 아줌마

15일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에 위치한 청주고용지원센터 1층 실업창구에는 20여명의 실업자가 상담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녀 대기자들 가운데는 실업급여 상담이 익숙해보이는 사람부터 실업이 처음인듯 좌불안석으로 불안해하는 20대 여성까지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로 구성됐다.

   
▲ 실업급여 신청자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 가운데 아기를 안고 있는 한 청년을 만났다. “누가 실업급여를 타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저의 어머니께서 타려구요”라며 마음씨 좋게 생긴 청년이 대답했다. 사연인즉 이 아기는 자신의 조카이며, 여동생의 아들이었다. 아기 할머니인 김모씨(56)의 사연은 다소 황당했다. 김씨가 최근까지 3년동안 진천에 있는 철근을 만드는 공장의 식당에서 일을 해왔는데, 갑자기 이 공장이 문을 닫고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사로 합치게 된 것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던 수십명의 노동자 가운데 진천에 연고가 있어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고, 비교적 거주가 자유로운 외국인노동자들만 데리고 간 것이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김씨는 이날 아들, 딸과 함께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상담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김씨가 상담절차에 어둡기도 하지만 한글을 몰라 자식들이 대필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들에 의하면 몇 년전에도 실업급여를 타려고 왔었지만 글을 모르는데다 다소 위압적인 분위기 탓에 포기했었다고 한다.
김씨의 아들은 “어머니한테 더 이상 일을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듣지 않는다”라면서 “오른쪽 무릎도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또다시 일을 나가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침 8시부터 저녁6시까지 일을 하고 한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급여를 받았다고 한다.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잘릴까봐’ 아무 말도 못했는데, 결국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9년간의 실패경험 이제는 되풀이 안해
7전8기 창업정신 김세연씨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이른바 금천광장 외곽에 있는 ‘김세연 아구나라’ 입구에는 의미심장한 구호가 나무에 새겨져 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무슨 식당에 이런 거창한 구호가 적혀져 있나 싶지만 식당주인인 김세연씨(47)의 사연을 들어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김세연 사장
김씨는 지난 달 1일에 아구찜 음식점인 ‘김세연 아구나라’를 새로 열었다. 그는 이 음식점 문을 열기 5개월전에는 불과 20m떨어진 건물에 계약했다가 건물이 공매처분되는 바람에 5개월동안이나 계약금 8000만원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간신히 계약금을 돌려받고나서 차린 곳이 바로 이 음식점이다.

그는 ‘귀향인’이다. 지난 15년간 인천등지에서 큰 음식점을 운영했다가 철저하게 쓴맛을 본뒤 ‘고향 앞으로’를 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이곳은 보증금 1억2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얻었다. 대출금 5000만원, 소상공인지원센터 지원금 2000만원등으로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그는 왜 실패했었을까. “경험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는게 풀이다. “수업료도 많이 냈다”고 한다. 수업료로 지금의 보증금보다 몇배는 냈다고 하니 힘든 음식업의 노곤함과 씁쓸함이 느껴진다. 다행히 지금은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 둘째와 셋째 쌍둥이 아들이 저녁에 거들어주는것도 큰 힘이 된다. 

‘억척이’ 같은 그는 사업에 실패한 뒤 겪은 곤궁함을 당당함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내일 굶어죽더라도 절대로 어렵다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돈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이 쌓아온 신용을 잃는게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강원도에서 팬션을 하는 오빠가 직접 만들어준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를 좌우명 처럼 여기면서 오늘도 ‘아구나라’로 향하고 있다.

20만원도 내게는 큰 돈
청원시니어클럽 채순이 할머니

“20만원이 어디여. 지금 이 일을 안하고 있으면 경로당에서 고스톱이나 치고 있겄지 뭐...”
청원군 오창읍에 있는 청원시니어클럽에서 채순이 할머니(73.청원군 오창읍 장대리)는 이렇게 도시락을 싸는게 즐겁다.

   
▲ 채순이 할머니
청원시니어클럽은 60세 이상 지역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 노인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노인일자리도 만들어주고 이들이 만든 도시락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청원시니어클럽 도시락 사업단은 오창읍 지역 노인 25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이 할머니들로 직접 지은 밥과 반찬을 매일 40여개 만들어 주위의 계약회사들에게 납품하고 있다. 노인들은 조를 나누어 출근을 하게 되는데, 1명당 1주일에 평균 이틀, 총 8시간 정도 근무를 한다. 급여는 월 20만~30만원정도를 받는다.

채 할머니는 “이 돈으로 내 마음대로 쓰는겨”라고 말했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보다도 자신이 직접 일해서 번 돈을 쓰는 즐거움이 매우 큰 듯하다. 이 도시락 작업장은 늘 시끌벅적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처녀, 총각처럼 떠들고 웃는 모습에서 ‘회춘’을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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