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충북도민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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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충북도민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8.12.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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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점거투쟁 충북출신 국회의원들

민주당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을 기습점거를 시작한지 3일째를 맞은 지난 29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다 눈보라까지 가끔 날리는 휑한 야경과 달리 의사당안에는 기자며, 민주당 보좌관들, 국회 관계자등이 대낮같이 밝은 중앙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 29일 국회의사당에서 충북출신 국회의원들이 "한나라당의 악법 직권상정을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밤 9시 20분쯤 먼저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노영민의원이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노의원 덕분에 경위들의 제지를 받지 않고 의사당에 입장해 중앙홀에 들어섰다. 중앙홀 한벽면에는 ‘MB악법 직권상정 결사반대’는 큰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벽면을 따라 민주당 당직자 수십명이 대기를 하고 있으며, 방송국 기자들도 보도 테이블을 만들어 놓고 방송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기자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바람에 긴박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었다.

중앙홀인 로텐다홀에서 노영민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의 염원을 안고 출범했다. 이런 이명박 정부가 경제 대신 이념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휴대폰 도청을 합법화 한다든지, 은행과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고, 은행과 방송을 재벌의 품에 안긴다든지, 시위시 마스크를 쓰면 처벌하는 등 반민주 악법의 도가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도민들께 죄송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만 반민주악법이라든지, 서울과 지방을 편가르는 수도권 규제완화입법, 재발살리기 법안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라는 충정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본회의장을 잠시 ‘탈출’한 홍재형 의원(청주상당)은 청주에서 기자가 한 밤중에 취재를 온 것에 대해 놀라움과 함께 고마움을 표시했다.

홍의원은 “노영민 의원 뭔 얘기 했어. 나는 좀 다른 말을 해야지”라면서도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상식 밖의 일을 지금 하고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키지 않고 지난 10년간 쓰지 않은 직권상정,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의권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상정해서 통과시키려고 해서 민주당의원들이 나섰다. 여러 가지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너무 일방적으로 하고 있어 의원들이 이렇게 본회의장을 지키면서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3선의원 답게 술술 풀었다.

   
▲ 변재일 의원이 휴대폰을 통해 협상과정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뒤이어 이시종 의원(충주)과 변재일 의원(청원), 김종률 의원(음성진천괴산증평)도 자리를 함께 했다. 본회의장을 지키면서 경위들이 밀고 들어올 경우 각종 저지작전(?)도 짜고, 독서도 하고, 모처럼 의원들끼리 대화도 나누는 등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쏜살 같다고 했다.

의원들 모두 장시간의 농성과 긴장감으로 피로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변재일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20~30년 후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막아야겠다”고 말했으며,2008년도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된김종률의원은 “재벌한데 은행도 주고 방송사도 갖다주는 악법들을 일방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악법들을 반드시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시종 의원 또한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이 국회의 존재 자체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국회에 민주주의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민과 도민들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출신 국회의원 7명 가운데 한나라당 송광호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농성. 오제세 의원은 모친이 위독해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이어 ‘지역에서 올라온’ 기자를 위해 사진포즈도 취해 준 국회의원들은 국회식당옆에서 모처럼 모여서 대화시간을 가졌다. 주시경 선생이 충주말을 표준어로 삼으려고 했다는 이시종의원의 주장, 본회의장을 부순게 아니라 문이 안잠겼다는 말등 모처럼 긴장을 푸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 시간에도 변재일 의원은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협상을 체크했으며, 의원들도 시시각각 변하는 뉴스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국회의원들이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 이제 그만 가봅시다” 좌장격인 홍재형의원의 말과 함께 5명의 의원들은 30분간의 즐거운 대오이탈(?)을 접고 1층 민주당 원내대표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길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밤 11시 18분. 다시 의원회관에서는 양측의 협상이 결렬돼 경위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긴박하게 전해졌다. 민주당의원들을 내보낸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농성을 한다는 소식이다. 이 시간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쓰지 않겠다. 어떻게 됐는지 다 알테니까.

이날 농성 참여 국회의원들은 한결같이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 ‘도민의 이익’, ‘지역살리기’를 염원했다.

2009년을 불과 3일 앞둔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고, 국회 정문 밖에서는 언론노조가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주의 전당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모습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드리워진 짙은 어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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