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니 새로운 인생이 보이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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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니 새로운 인생이 보이는구려”
  • 안태희.남기중 기자
  • 승인 2009.01.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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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도지사들의 근황]학계로, 정치일선으로, 자연으로 돌아가 ‘인생정치’

“안기자 고향이 어딘가”, “육기자는 어디 출신이지”
비서가 미리 전해준 취재진의 이력이 담긴 용지를 들고 두꺼운 안경알 넘어 살피는 모습이 낯익다. 평소 첫 대면을 하는 사람에게 출신지며, 출신학교등을 물은 뒤 꼼꼼하게 적어 관리하기로 유명한 정종택(74) 충청대학장, 제 18대 충북도지사(1976.10~1980.1)는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정종택,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아쉬워”
충청대학교 학장실에서 만난 정 학장은 평소보다는 조심스런 거동이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요즘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물구나무서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희를 훨씬 넘긴 그로서는 몸에 무리가 갈수 있기 때문이다. “물구나무서는 것, 옛날 얘기여”라고 덧붙인다.

   
▲ 세월이 흐르면서 전직 도지사들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학계로, 정치일선으로, 자연으로 돌아간 그들은 새로운 삶에 도전하면서 ‘도정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충청대학장으로 재직중인 정종택 전 지사가 학생들과 어울려 담소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76년부터 1980년 1월까지 관선 충북도지사를 지냈다. 당시만해도 ‘도지사는 지휘관’인 시절이었고, 그 또한 활발하게 도정을 이끌었었다. 그의 나이 마흔한살 때 도지사로 일을 시작했으니까.

전직 지사로서 현재의 충북도정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다들 잘하니까”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청주국제공항이 활성화되지 않는데 대해서는 크게 아쉬워했다. 정학장은 “내가 14대 국회의원선거 때 청주국제공항 때문에 낙선했잖아. 그런데도 아직까지 공항이 활성화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지역발전의 척도로 여기면서 최선을 다해온 ‘부도옹’(不倒翁)에 짙은 안타까움이 퍼져나왔다.

도정과 정계에서 물러난지 한참이 지난 그로서도 수도권규제완화의 짙은 어두움이 드러워졌다.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가니까 그것이 제일 걱정이야”. 묻는 말보다 대답이 훨씬 간단하다. 그러나 충청대학 직원은 말수는 적어졌지만, 여전히 학사업무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고 귀띔한다.

지난 몇 년간 정학장은 후학을 기르고, 대학을 키우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학생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난 정학장은 “차 한잔 더하고 가지”라면서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역대 충북도지사는 모두 29명이다. 이중 이원종 전지사와 주병덕 전지사는 관선지사와 민선지사를 역임하는 기록을 갖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어느새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자 그들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주병덕 “고향이 너무 그립다”

   
▲ 주병덕 전지사
이중 퇴임이후 건강악화로 거의 언론에 얼굴을 노출하지 않은 주병덕(73) 민선1기 도지사(1995.7~1998.6)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관선지사(1990.3~1990.9)도 지냈던 주 전지사는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라에서 칩거하고 있다.

원래 육중한 체격의 주 전 지사는 무릎관절 수술로 집에서도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서 가족행사에도 전혀 참석하지 못하고, 집밖 외출은 무릎 수술로 인한 재활운동과 집 앞 정원 산책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의 대외활동은 부인인 김종군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김씨는 세종대학교에서 39년 동안 강단에 선 외식경영학과 교수이다. 얼마 전 정년퇴임한 김 씨는 세종대로부터 평생명예교수를 임명받아 아직까지도 대학원 강단에 서고 있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 전 지사는 걷는 것만 불편하고 대체적으로 정정한 편이어서 평상시 여가생활을 독서로 보내고 있다. 요즘은 유기농법이나 농업에 관련된 책 읽기를 즐기고 있으며,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고향인 충북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맞을 때면 눈물을 보이곤 하는 주 전 지사는 “고향이 매우 그립다. 고향소식이 듣고 싶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기축년 설을 맞아 주 전 지사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고향인 충북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며, “새해에도 정우택 도지사를 비롯한 공직자와 도민들이 하나되어 충청북도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이원종, “마음을 비우니 즐거워”

▲ 이원종 전지사(현 성균관대 석좌교수)
민선2, 3기를 이끌고 가장 최근에 퇴임한 이원종(67) 전지사(1998.7~2006.6, 1992.4~1993.3)는 ‘아름다운 용퇴’는 후학을 키우는 일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면서, 오로지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매진하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 그는 이제야 ‘덤으로 사는 인생, 이제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최근 지인들과 청주에서 조촐한 생일잔치를 한 그는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독서와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최근에  ‘공공정책과 기업가형 리더십‘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재임 시절에 겪었던 12개 중요 문제해결 사례를 사실에 의거해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전지사는 이책을 강의를 위한 교재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늘 입각설과 정치복귀설에 시달리는 그는 “욕심은 없다”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확고하게 보여줬다. 한 측근은 “저 나이가 되어서 나도 저렇게 인생을 즐길 수 있을까 싶을정도”라고 말했다.

▲ 김종호 전지사
김종호(74) 전지사(1980.1~1980.9)의 새해 바램은 도민들과 지역에 시사하는바가 컸다. 그는 “그동안 대통령들이 충북도민들에 의해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선된후 충북이 핫바지 소리를 듣는게 내 정치인생의 최대의 한”이라면서 “충북도도 앞으로 욕심을 내서 충북의 후손들이 정치적으로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그는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한국국회의원 보이스카우트 빌딩 2층의 개인사무실에 나가고 있다. 다섯 번이나  세계국회의원보이스카우트 총재를 한 그에게 연맹측에서 영구 명예총재로 위촉하고 마련해준 사무실이다. 그는 “아직은 젊은 사람처럼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마지막 관선지사였던 허태열(64) 전지사(1994.9~1995.6)는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차기 행정안전부 장관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최근 한나라당 수뇌부와 함께 모처럼 충북도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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