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 짙은 전통찻집 ‘삼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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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이 짙은 전통찻집 ‘삼화령’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2.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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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골목 입구 2010년이면 20년 역사

삼화령(三花嶺)은 경주 남산에 있는 고개이름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의 고승 충담사(忠談師)가 일년에 두 번(3월3일, 9월9일) 삼화령에 머무는 미륵불에게 차를 공양했다는데, 지금은 돌을 쪼아만든 연꽃방석만 남아 남산의 골짜기들을 내려보고 있다.

   
▲ 운이 좋으면 주인장이 우린 차와 차담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삼국유사는 또 충담사가 미륵불에게 차를 바치고 내려오는 길에 경덕왕을 만나 역시 신비로운 차를 대접하고 즉석에서 안민가를 지어 불렀다고 전한다.

청주에도 삼화령이 있다. 성안길에서 서문시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족발골목’ 입구에 있는 ‘삼화령’은 고개가 아니라 전통찻집이다. 족발골목 입구 왼쪽에 있었으나 임대가 만료돼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위치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분위기도 한층 밝게 꾸며졌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놓인 풀꽃 화분들이 화사한 느낌을 발산한다.

   
▲ 이왕이면 좌실에서 차를 마시면 더욱 운치가 있다.

삼화령에 가면 지리산 야생차를 비롯해 우려서 마시는 꽃차, 대용차로 대추차, 솔잎차, 유자차, 모과차 등 각종 차를 음미할 수 있다. 이곳에선 끽차와 함께 우리고 또 우려낸 찻물처럼 담백한 차담(茶談)이 저절로 오간다. 차의 가격은 4000~5000원.  

삼화령에서는 이처럼 그윽한 차는 물론이고 두 명의 사람, 그리고 한 마리의 견공을 십중팔구 만나게 된다. 생활한복 차림에 조용한 음색으로 손님을 맞는 이는 1995년부터 이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희수씨.

그리고 편안한 차림에 주로 등산화를 신고 있는 이가 1990년 삼화령의 문을 연 다도연구가 조기언씨다. 조씨는 1983년 부산 광복동에 전통찻집 소화방(素花房)의 문을 열었으며, 소화방은 1997년 남포동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나무판자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옮겨온 것으로 유명하다.

   
▲ 정겨움을 더해주는 장작 난로.

   
▲ 삼화령의 터줏대감 미숙이.
삼화령의 또 다른 주인장은 ‘미숙이’다. 이름을 함부로 불렀지만 견령(犬齡)으로 12세이고, 사람으로 치면 70살을 족히 넘겼을 나이다.

손님이 들면 어슬렁어슬렁 따라다니는데 절대 물지는 않는다. 다만 쓰다듬을라치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수도 있으니 초면에 친한 척은 금물이다.  (전화: 257-6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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