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잠복기… 알면 숨지는 무서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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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잠복기… 알면 숨지는 무서운병"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9.02.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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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원인질환 폐암·중피종·석면폐 등 크게 3가지
건대충주병원 정헌종교수…"체계적 의료지원 필요"

   
▲ 환경운동연합이 발암물질인 석면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천시 수산면 전곡리 일원이 석면 오염지역으로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수산면 한 초등학교 운동장의 모래와 수질, 공기 샘플을 채취해 한국보건환경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한 가운데 의심환자에 대한 건강검진까지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광해관리공단, 정치권, 충북도도 정확한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강구에 분주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막연히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과 피해 질환은 무엇이 있을까.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산업의학과 정헌종 교수는 석면광산이나 시멘트공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제대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장기간 노출됐을 경우 석면으로 인한 질환은 크게 세 가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나는 석면으로 인한 폐암, 둘째는 폐의 흉막에 염증(흉반)이 생겨 암으로 발전하는 악성 중피종, 끝으로 석면이 폐에 축적되어 생기는 진폐증과 유사한 석면폐 등이다. 하지만 정교수는 "우리나라는 중피종으로 사망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잡혀 있지 않아 잘 모르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건대병원도 진폐증 환자가 있지만 발병 원인이 석면인지는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알 수 없다"며 "다만 석면에 의한 피해 질환은 잠복기가 짧게는 20∼30년에서 길게는 50년에 이르는데다 원인을 찾아내기도 힘들고 알았을 때에는 이미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무서운 질환임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교수는 "외국처럼 석면을 취급하는 사람들이나 인근 주민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관리하고 문제 발생 시 정부가 적극 진료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며 "특히 건축자재나 자동차용품, 가전기기 등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제품(3000여종)에 석면이 많이 사용된 만큼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대체용품 개발이나 사용에서 폐기까지 이력제로 관리, 오염지도를 통한 관리 등도 필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실 석면 폐광산 지역의 중피종 발발 우려에 대한 지적은 올해 1월 대전충남녹색연합이 먼저 제기했다. 녹색연합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대학원 백도명 교수의 연구자료를 통해 대전과 충주지역이 상대위험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발표했다. 백 교수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지역별 중피종 사망자 수를 분석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중피종 사망자수는 중구 4명을 비롯해 모두 11명으로 5개 광역시도중 상대위험도가 2.34%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충주도 이 기간 중피종 사망자수가 4명으로 상대위험도가 4.04%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90년대 중반까지 석면시멘트와 건축자재(스레트공장) 공장이 밀집되어 있던 입지적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결과는 환경운동연합(석면추방네트워크)과 시민환경연구소의 조사와도 일치한다. 환경운동연합의 전국 석면광산 실태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부터 1988년 사이 가동된 석면광산 전국 36곳 중 72%에 이르는 26곳(충북 9·충남 17)이 충청권에 밀집되어 있다. 충북의 경우 제천시 수산면 수산광산, 동아광산 등 7개소, 충주 대화광산 등 2개소가 가동됐다.

   
▲ 도움말=건대충주병원 산업의학과 정헌종 교수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정현 사무처장은 "충주의 중피종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전은 중피종 환자가 70∼80여명에 이르고 심지어 1개 병원에 5∼6명이 입원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석면추방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제천 수산면 일원의 공기와 모래, 수질의 샘플을 채취해 조사를 의뢰한 만큼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행정기관에 대책강구를 요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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