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초기에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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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초기에 잡아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3.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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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실 청주성모병원 내분비내과장

WHO(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9천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있으며 2030년에는 환자수가 3억 7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급증하는 당뇨병 발생율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3년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4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2030년에는 국민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통계수치가 아니더라도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당뇨병 환자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언론매체를 통해 ‘당뇨대란’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외상을 제외한 실명 원인 1위, 교통사고를 제외한 족부절단 원인 1위, 투석이 요구되는 만성신부전 원인 1위가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합병증이며, 당뇨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한 해 5조원에 육박하는 것을 보면 당뇨대란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약들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 약만 먹어도 배부르고 입맛도 없어요.”
“당뇨병은 완치가 안 되나요?”
“인슐린 맞으면 당뇨병 말기고 치료도 끝난 것 아닌가요?”

외래 진료를 보면서 당뇨병 환자들로부터 듣는 흔한 질문이고 대답이 궁한 경우가 많다. 고혈압, 고지혈증, 협심증 등 대부분의 성인병들이 그렇지만 당뇨병 또한 완치 되는 질환이 아니다. 당뇨병을 치료한다고 하지 않고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당뇨병이 어려운 질환인 이유 중 하나는 약물 치료도 중요 하지만 식이, 운동 요법과 같은 생활 요법에 따라 관리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건강 식단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당뇨병 환자뿐만이 아니라 사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활요법을 잘 하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 이렇게 완치도 되지 않고 평생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당뇨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또한 당뇨병 전 단계를 미리 찾아내어 관리하는 것이다. 질병의 예방 및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당뇨병에서도 예외가 아니며 더욱 중요하다.

당뇨병은 혈당이 매우 높기 전에는 증상이 별로 없어,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혈당이 높을 때는 다음, 다뇨, 다식의 삼다 증상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체중감소, 무기력감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증상 발현시에는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하여 공복 혈당 측정 및 당뇨병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뚜렷한 증상 없이 건강검진 혈당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당뇨병은 공복혈당을 측정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어 대부분의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무증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규검진 등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래에 해당 사항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규적인 당뇨병 검진을 해야 한다.

45세 미만이라도 당뇨병의 고위험군 성인 즉,
  비만한 사람, 가족력상 당뇨병 환자가 있는 사람, 고혈압이 있는 사람, 이상지혈증을 가지    있는 사람, 거대아 출산력이 있거나 임신성 당뇨병 진단력이 있는 여성에서는 매년 공복혈당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매년이 어렵다면 최소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자.

건강검진 결과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 2차례 이상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정규적인 혈당 측정을 하고 식이, 운동 요법을 비롯한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무증상에 바쁘다는 이유로 검진에서 당뇨병을 진단 받고도 그대로 지내다 2-3년 후 심한 증상과 일부 환자에서는 합병증까지 동반하여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는 초기 진단 받았을 때에 비해 혈당 조절이 어렵고 이미 시작된 합병증을 되돌리기 어려워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공복혈당이 100-125mg/dl 로 나오면 정상 혈당도 아니고 당뇨병도 아닌 당뇨병 전 단계로 진단하게 된다. 당뇨병 전 단계의 경우 조금은 낯설은 용어로 당뇨병은 아니지만 당대사장애가 있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당뇨병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당뇨병으로 이환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단계라 하겠다.

또한 이런 환자들에서 당뇨병 발병이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동맥경화증의 위험이 높아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단계라 하겠다.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전 단계는 50세 이상 성인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다. 그만큼 이 단계에서 당뇨병 이환으로의 예방이 중요하다.

당뇨병 전 단계에서 당뇨병 예방은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하는 것으로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을 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고 정상 혈당으로 회복시킬 수도 있다. 또한 동맥경화 발생의 위험률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이런 결과는 대단위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것으로 ‘당뇨병 예방프로그램’, ‘핀란드 당뇨병 예방연구’의 결과를 보면 당뇨병 전 단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생활습관을 교정한 군에서 60% 정도의 당뇨병 예방 효과를 보였으며, 어떠한 약물보다도 생활요법이 효과가 좋음을 보여 주었다.

당뇨병 전 단계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에게서도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차의료기관에서의 교육과 관리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당뇨병 전 단계는 당뇨병에 대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로 이해하고, 약물 치료를 하는 것도 병원을 자주 찾아야 되는 상태도 아니지만 생활요법을 하며 정규적인 혈당 측정과 외래 추적 관찰해야 한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앞으로 급증하는 당뇨병으로 인한 대란을 예방하는 유일한 대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뇨병은 현재 의학 기술로 완치되기는 어려운 병이다. 하지만 생활요법을 기본으로 약물 치료를 병합함으로써 혈당조절을 잘 한다면 합병증을 예방하며 별다른 문제없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뇨병 관리에 있어서 환자, 의료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당뇨병 전 단계를 찾아내어 관리하는 것이 이런 당뇨관리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길이다. 숨어있는 당뇨를 찾아내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이 당뇨 치료의 근간이고 당뇨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예방법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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