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스테이크 놓고 벌인 대선배와의 언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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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스테이크 놓고 벌인 대선배와의 언론이야기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3.23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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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장

“안기자,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회의하느라 늦었네”
“바쁘신 일이 많은가봐요. 회장님”
“자네 회사는 사정이 어떤가. 내가 있는 회사도 영 힘들어서 말이지, 갈수록 언론환경이 어려워지는것 같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서는 부쩍 지역신문의 통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지 않아도 시민단체 간부들이 나보고 나서서 신문사 통합에 앞장서라고 하는데, 내가 현직에 있으면서 그럴수 있냐고 말을 하기는 했네만…”

“또 언론사 통폐합하는데 있어서는 충북도등 자치단체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말이지. 강원도는 지역유력인사들과 자치단체가 나서서 신문사 난립을 막았거든. 또 두 개의 신문사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구독도 해주는데 음…우리도 충북도가 전폭적인 지지를 해야 돼”

맛집에서 만난 명사와의 대담치고는 처음부터 무겁다. 이상훈 충북지역개발회장(72)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신문사 뿐만 아니라 지역 신문사들의 경영악화와 비전에 대한 고민이 몸속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듯 보였다. 사진기자가 뒤늦게 도착하고 인사를 하자 “우리끼리 신문사 죽이자는 얘기를 했어”라고 농담을 건넨다.

이 회장과 만난 곳은 청주시 상당구 주성동에 위치한 빨간지붕(043-212-9052)이다. 충북경찰청과 맞닿아 있는데 길찾기가 쉽지 않다. 이회장은 “예전에 외국손님들이 왔을 때 호텔급 요리에다 가격도 저렴한 집을 찾다가 보니 자주오는 곳”이라면서 “맛이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1인분에 2만원짜리 정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전에 또다시 시국토론(?)이 벌어졌다. 취재원과 기자사이가 아닌 대선배와 후배기자의 흉금을 터놓은 자리와 같았다.

“요즘 수도권규제완화다, 청주공항 민영화다 해서 도민들의 마음이 꽉막힌듯 합니다”
“그렇지.충북이 자연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생산성이 낮고, 댐이 많아도 각종 규제에 걸려있어 약점이 많아. 그렇지만 (정우택도지사가) 투자유치에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지역민의 정신적 통합을 이루는 일에 대해서는 미흡해. 도의 정책개발이나 비전제시가 약하지”

음식이 나왔다. 묽지 않은 크림수프가 입맛을 당기고, 양상추등의 샐러드가 싱싱했다. 이어 주요리로 치즈돈가스와 새우구이가 나왔다. 앙증맞게 작은 크기인데도 생생한 치즈맛과 바싹 구운 고기맛이 잘 어울렸다.

“그런데 말이죠. 청주통합문제도 거론하지 않을수 없는데요.”
“청주청원 통합 이야기를 청주시에서 나오면 안돼.” 무슨 말이 이어질까 긴장되는 순간이다. “통합에 대한 주장은 청원군민으로부터 나와야지. 환경과 개발의 측면에서 볼때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군민들이 의견을 개진해야지 지금처럼 시가 나서서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통합을 막는 것과 같은 거야”

“그러면,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대안은…” “내 생각에는 오창과 오송을 합쳐 하나의 독립시로 성장시키고, 나머지 청원군과 청주시를 합쳐서 통합시를 만들면 좋을 것 같군”

두번째 주요리가 나왔다. 이번에는 안심스테이크다. 치즈돈가스와 같은 만만한 크기인데, 육즙과 고기의 질이 예사롭지 않았다. 방금 치즈돈가스를 다 먹고나 식욕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데도 자연스럽게 나이프와 포크의 지휘가 시작됐다.

7, 8년전에 같이 점심식사를 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건강에 대해 물었다. “나이드니까 힘이 없어지지 뭐”라고 말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를 느낄 수없을 정도다. 언론인으로서, 지역의 명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어깨에는 아직도 짐이 남아있을까.

“내 좌우명이 족적을 남기지 말자야. 이미 내 몸도 다 기증했어. 이대로 살다가 이대로 사라지는게 좋아” 노신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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