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들 ‘고통분담’ 대신 ‘고지거부’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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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 ‘고통분담’ 대신 ‘고지거부’ 동참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3.3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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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교육감. 남상우 청주시장도...도의원 11명, 시장군수 6명
일부 공직자 부모재산까지 상세공개 대조...“공개하라” 요구 거세

<고위공직자 ‘직계존비속’ 재산 고지거부>
충북도내 고위공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들의 재산을 공개하면서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 재산형성 과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충북지역 광역의회의원이나 기초자치단체장, 교육감, 교육위원 중 상당수가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도내 고위공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직계존비속의 재산고지를 거부해 도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사진은 직계존비속의 재산고지를 거부한 도내 고위공직자들.
2008년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에서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고지거부한 공직자들 가운데 충북도의회 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 전자관보등의 자료에 따르면 정우택 도지사나 이승훈 정무부지사, 안재헌 충북도립대학장, 이대원 충북도의회 의장등은 직계존비속의 재산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충북도의회 11명이나 고지거부
그러나 충북도의회 의원 26명 가운데 11명이나 고지를 거부했다. 고지거부 의원들은 이범윤의원(한나라당.단양2, 모.장남.손자.손녀), 김법기(한나라당.청주3, 부.모), 김광수(민주당.청주1,  장남.차남.손자2명.손녀1명), 박재국(한나라당.청주4, 장남.차남. 손자2명, 손녀2명), 송은섭(한나라당. 장남.차남), 연만흠(한나라당.증평2, 부.모), 오용식(한나라당.괴산2, 장남.차남), 이규완(한나라당.옥천1, 부.모), 임현(한나라당.영동1, 장남.차남), 조영재(한나라당.영동2, 부.모.장남), 한창동의원(한나라당.청원1, 모)이다.

특히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고지거부한 경우가 시장, 군수등 기초자치단체장에서도 두드러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충북도내에서 직계존.비속의 재산내역을 고지거부한 시장군수들은 남상우 청주시장(장남), 김재욱 청원군수(장남, 차남), 박수광 음성군수(장남, 차남, 3남), 이향래 보은군수(장남, 차녀, 3녀), 한용택 옥천군수(장남), 유영훈 진천군수(장남, 차남, 손자 2명)등 6명이나 된다. 이들의 고지거부 이유는 모두 ‘독립생계 유지’이다.

교육계에서는 이기용 교육감이 2007년에 장남에 이어 2008년에는 차남의 재산도 고지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 교육감은 행정안전부로부터 고지거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장남은 2007년부터, 지난해 11월에 결혼한 차남이 독립생계를 유지함에 따라 고지거부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위원들도 7명 가운데 4명이 지난 해에 이어 고지거부를 계속하고 있다. 성영용(장남, 차남, 손자1명).김부웅(차녀).서수웅(장남).이상일위원(장남, 차녀)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반면 청주시의회의 경우 고지거부 의원이 총 26명 가운데 5명에 불과해 충북도의회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청주시의회의원들 가운데 고지를 거부한 의원은 남동우(모).박종성(부).안혜자(장남, 차녀). 유성훈(모).최진현(부)의원이다.

부모재산이 더 많은 경우도
직계존비속의 재산 공개여부가 공직자의 재산내역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를 가늠케하는 사례가 있다. 민경환 충북도의회의원(한나라당.제천2)의 경우 2008년 재산신고액 총액은 7억 9439만 3000원이다. 이중 아버지와 어머니의 재산은 모두 1억 1327만 6000원으로 전체의 14.3%를 차지하고 있다. 민의원은 지난 2006년에는 부모재산을 고지거부해 2005년보다 2억8200만원이 줄어든 6억6100만원이라고 신고했었다. 2년만에 총재산이 1억3000만원 증가했는데, 증가된 재산의 상당수가 부모 재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사례는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재산을 모두 공개한 청주시의회 박용현 의원의 경우이다. 박 의원은 이번에 총 23억 2663만 5000원을 신고했는데, 이중 부모의 재산이 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박 의원이 부모재산을 고지거부했더라면 재산신고액이 5억원에 그친다. 박 의원은 “부모님 재산을 고지거부해도 됐지만, 공인으로서 부모 재산이나 아들 재산이나 다 공개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들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포함하느냐 여부가 고위공직자의 재산총액 및 재산형성과정을 밝히는 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부모나 자녀가 임금이나 연금 등으로 월 73만 6000원(1인)~199만원(4인) 이상의 정기 소득만 있으면 재산 공개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공직자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공직자의 부모나 자녀 가운데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산신고 사항의 등록·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이에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었는데 고위공직자들 상당수의 재산이 증가한 것만으로도 위화감을 조성할만하다”라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들이 직계존비속에 대한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법규가 미비하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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