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契사건’ 정치계로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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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契사건’ 정치계로 파문 확산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4.08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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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원, 현직 교수도 피해...정당 직원은 미납
책임소재논란 불구 피해변제 노력 한뜻...액수 커 부담

최근 불거진 한 여성시민단체 전직 임원들의 계 사건에서 여.야 정치인이나 정당 관계자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이 단체의 자료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2~2003년에 발생한 계사건으로 아직까지 계돈을 받지 못한 계원들은 모두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H씨가 운영한 계의 피해자는 25명이며, 피해액은 8000만원에 이른다. N씨가 운영한 계의 피해자는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액은 6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당 관계자도 미납
곗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 가운데는 지방의회 의원인 C씨의 친척이 포함돼 있으며 국립대 교수인 J씨도 500만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 국회의원 K씨는 곗돈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자 계주에게 빌려준 돈 600만원을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 한 시민단체가 재정사업으로 도입한 ‘계’가 깨지면서 수년동안 피해변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과 관련, 이 계에 도내 정당관계자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해당 단체 사무실 내부모습.

이에 대해 지방의원 C씨는 “친척을 소개해줬는데, 그 친척이 1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조금씩 받아서 이제는 못 받은 돈이 200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계 피해자 가운데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H씨등이 1000만원대로 가장 많고, 대다수가 350만원~700만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곗돈을 타고 나서 돈을 불입하지 않아 계가 깨지게 만든 30여명 가운데는 미납액이 2200만원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500만원 이상 미납한 사람들도 10명 정도에 이른다. 2003년과 2004년에 곗돈을 탄뒤 1,750만원을 미납한 Y씨는 이에 대해 “갚아야 하지만 어려워서 돈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납자 가운데는 정당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모정당 충북도당의 고위직 비서일을 하는 Q씨는 지난 2003년 11월과 2004년 1월에 곗돈을 탄뒤 불입을 하지 않아 아직까지 945만원이 미납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Q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월 되는대로 갚고 있다”고 말했다.

미납자들 가운데는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도 상당수 있으며, 매달 일정액을 변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앞번호의 계를 탄뒤 곧바로 계돈을 납부하지 않아 ‘사기의혹’을 받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계획적으로 달려든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1000만원짜리계를 들면서 앞번호로 타놓고, 계불입을 안하다가 어느날 나타나서 다른 계에서 또 1번을 타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4년 정도 잠잠하던 이 문제가 최근에 다시 불거지게 된 배경에는 계의 성격을 두고 피해자와 계주, 소속단체간에 피해변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변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단체의 계는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됐지만 1999년부터는 계의 운영전반을 당시 임원이던 개인들이 나눠 맡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체와 계주, 피해자간에 운영주체와 법적 책임자가 누구인가를 두고 아직까지 명확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이 단체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H씨는 “계주는 그 단체이고, 관리자는 언니”라고 주장했다. H씨는 언니가 운영하던 계를 들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다. 현재까지 100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계 운영의 책임소재를 떠나 피해액 변제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H씨나 N씨, 이 단체가 떠맡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게 부담이 되고 있다. H씨는 현재 정당활동을 중단한 채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으며, N씨도 3년 임기의 이 단체 대표직을 1년 만에 그만두고 변제에 노력하고 있다. 이 두 계주가 그동안 변제한 금액도 7000만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정치계 ‘충격’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계운영 수익금을 재정후원금으로 받은 금액은 모두 3500만원이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전.현직 이사, 사무처 실무자들이 50만원~100만원씩 모아서 계문제가 생겼던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입금된 후원금 1439만원을 피해자들에게 반환했다. 이 금액은 피해자들에게 40만원~50만원씩 나누어 입금됐다.

이 단체는 또 지난 1월 입장발표를 통해 “법적책임 이전에 도덕적 책임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함을 통감하며 계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피해금액 변제를 위해 계운영자들과 당시 임원들로 구성되는 재정사업단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소재 부분은 민사소송이 제기된 만큼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분명하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시민단체의 지불책임도 있다고 판결될 경우 2003년 당시의 이사진들에게도 피해변제 의무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계주를 비롯해 모두 15명에 이르는 이사진이 책임을 져야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법원 판결이든, 자체적으로든 단체가 나서서 피해변제 노력을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단체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모색했으나 뚜렷 한 방안을 내놓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이사회에서 강경대응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자세로 피해변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재판결과도 지켜보겠지만, 모금운동등 재정사업을 벌이는 등 피해변제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여성 정치계가 큰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씨는 “이 단체에서 활동한 것을 유력한 경력으로 들먹거렸는데, 이게 무슨 망신이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계주들이 계 운영에 대한 원칙이나 법칙을 잘 모르고, 순진한데다 마음은 착하고 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최초에 문제가 있을때 공개하고 함께 해결했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단체는 또 “계와 관련해 직접적,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롭게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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