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놓고 세상사는 이치나 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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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려놓고 세상사는 이치나 논합시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04.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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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충북지방변호사회장

그래도 ‘명사와의 맛집토크’라고 김병철 충북지방변호사회장을 만났는데 ‘맛 얘기’는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하고 ‘법 얘기’만 듣고 왔다. 그 것도 진짜 법 얘기는 3할이었고 그가 공부하는 불법(佛法), 아니 세상사는 이치에 대한 담론이 7할이었다.

김 회장을 만난 곳은 청주시 모충동에 있는 등심·삼겹살 전문점 ‘산마을.’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김 회장은 설렁탕을 주문했다. 생고기 전문점답게 진한 육수에 얇게 썬 고기도 야들야들 했다. 사실 설렁탕에 화려한 밑반찬이 따라 나올 리도 만무하고 맛 예찬도 여기까지다.

하지만 김 회장의 맛있게 먹는 법은 소개할 만하다. 설렁탕이 나오자마자 뚝배기에 쉰 김치 한 접시를 다 쏟아 부었다. 이어서 깍두기 몇 쪽을 넣고 휘휘 저은 뒤 김 회장의 식사가 시작됐다. 콩나물 무침 등 다른 반찬도 있었지만 젓가락은 사용하지 않았다.

‘왜 이 집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이제는 예전처럼 검사나 판사 만나서 로비할 일도 없고 오히려 만나는 게 이상한 세상이 됐다. 혼자 밥 먹기는 이 집이 좋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김치, 깍두기를 먼저 섞는 이유가 맛도 맛이지만 식사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그러나 이날 식사시간은 길었다.

가장 기초적인 예불문(禮佛文), 반야심경을 비롯해 우리나라 불교경전 대부분의 번역이 잘못됐다는 지적에서부터 김 회장이 강론이 시작됐다. 예를 들자면 예불문의 ‘광명운대(光明雲臺)’에서 광명은 명사가 아니라 ‘운대(구름층)를 비춘다’는 동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식사가 끝난 뒤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 자료집을 건네주기도 했다.

김 회장이 직역한 예불문, 반야심경, 금강경 약찬 자료집은 해석 앞에 주어, 동사, 목적어 등 문장구조를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 법조인답게 경전해석에도 문법을 철저히 적용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국불교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참지 않았다. 수행의 기본인 탁발(걸식)을 금지하면서 부패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사람만 모아놓아라. 법률상담은 유료지만 불교 강의는 공짜다. 누구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공부해온 것을 나누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불교 강론은 거침없이 이어지다가 승속(僧俗),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깨달음의 경지를 서로 견주는 ‘무차대회(無遮大會)’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어서 주역과 지명에 대한 작명 유래, 영어·중국어·일어 성경의 번역을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메시지에 대한 설명까지 듣고 나서야 변호사 김병철을 만날 수 있었다.

김 회장이 추구하는 변호인상은 돈이 많건 적건 누구에게나 적정한 비용부담을 안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돈 많은 사람에게 비싼 수임료를 받아서 축재하고 없는 사람에겐 적게 받아서 부를 재분배한다는 과거의 통념은 틀렸다.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품위유지와 생존에 필요한 수입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50대 변호사인 김 회장이 산출한 노후비용은 2억원. “그만큼은 벌어놓았다”는 김 회장은 그래서 당당했다. 김 회장은 청주고,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1995년 충북변호사회의 전신인 청주변호사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2007년 변호사회장에 취임했으며, 2009년 1월부터 재선 임기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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