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대상이냐 MB눈치냐, 정우택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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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대상이냐 MB눈치냐, 정우택의 ‘딜레마’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4.1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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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규모 궐기대회 개최...불참 자치단체장 낙선운동키로
자유선진당 ‘핫바지론’으로 민심 불지펴...한나라당 ‘물타기’

   
▲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와 정당, 자치단체가 오는 27일 충북살리기 범도민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도지사 선출이후 처음으로 대중집회에 정우택 지사가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행사를 기다리다가 시계를 보는 정지사.
충북민심이 들끓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국가균형발전과 함께 충청권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세종시에 대한 격하 움직임에 대한 도내 정치인들의 태도여하에 따라 ‘낙선, 낙천운동’마저 불사할 조짐이다.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는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처음으로 낙선.낙천운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협의회는 오는 27일에 개최하기로 한 ‘행정도시 정상추진,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집적유치, MB정부 대선공약 이행촉구 충북살리기 범도민 궐기대회’에 정당한 사유없이 불참하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낙천.낙선운동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의 이같은 방침은 우선 정우택 충북도지사와 한나라당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지사나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정우택 첫 대중연설 실현 관심
지난 8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현재의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사태임에도 정우택 충북지사를 위시한 도내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과 내로라하는 각급 기관단체장 등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청와대 등에 서류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모든 할 일을 다 한듯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정우택 충북지사를 비롯한 지역정치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한 것도 이같은 시민단체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일단 정지사와 한나라당은 성난 민심의 직격탄을 맞지 않으려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표정이 역력하다. 정지사는 13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염원 도민결의대회는 정치적인 입지 선정을 차단하고, 도민의 역량결집과 충북입지 당위성을 홍보하는 행사인 만큼 준비에 철저를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열린 범도민 궐기대회 1차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충청북도와 청원군.보은군.영동군 관계공무원이 참석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정지사의 입장에서는 시민단체와 야당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 집적유치, 대선공약 이행촉구등의 대회명분까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참석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완구 충남지사나 김문수 경기지사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대중연설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지사의 지시내용 중에는 행정도시 정상추진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1차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충북도 등 몇몇 참석자들이 세종시보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궐기대회 추진과정에서 불협화음이 터질 가능성도 있다.

만일 정우택 지사가 지난 해처럼 궐기대회에 참석하지 않거나 행사를 방해한다는 의혹을 살 경우 시민단체의 ‘낙선후보 1호’로 선정될 수도 있다. 정지사의 한 측근은 “세종시 문제등은 도지사가 책임질 사안도 아닌데, 너무 도지사만 흔드는게 아닌가 싶다”면서 “그렇지만 도민들의 염원을 담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집적유치등을 위해 집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진당, 핫바지론으로 불지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당들의 ‘셈’ 또한 치열하다. 가장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곳은 자유선진당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연일 정부여당에 대해 ‘사기극’, ‘핫바지론’을 거론하면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이 총재는 13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출연해 “행복중심복합도시를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일에는 청주에서 ‘핫바지론’으로 민심을 자극했다. 이 총재는 자유선진당 충북도당 사무실 이전 개소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 폐기 운운은 마치 15대  때의 충청 핫바지론을 연상시키는 심한 말"이라고 말했다. 거의 14년만에 '충청도 핫바지론'을 거론한 이 총재의 복심은 무엇일까. 민심의 역풍을 맞아도 별로 타격이 없고, 지역거점 확보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이 기저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호기를 잡긴 했지만 지역 국회의원 8명중 6명을 차지하는데서 오는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가 세종시 격하를 밀어붙이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나라당과 지방자치단체장만 비난했다가는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도 만회가 쉽지 않은 당의 입장에서 이번에 민심에 각인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안팎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중앙당의 입장을 반대할 수 없는 처지에서 시민단체와 야당의 공세속에서도 궐기대회에 ‘세종시’를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쟁’보다는 ‘도민의 이익실현’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이명박 정부 압박요인을 하나라도 없애기 위해서 ‘물타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규석 한나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은 “충북의 발전을 위해 첨단의료복합단지, 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를 위해 원내든, 원외든 모여서 뭔가 충북의 이익을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취지의 결집된 모습을 보여줄때가 된 것 아니냐”라면서 “그러나 세종시 문제까지 넣는게 충북 발전을 모색하는 것인지, 대전충남까지 가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충북의 이익만 가지고 집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두영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지역이 대동단결해서 지역발전을 해야 할 시점에서 너무 정파적으로 움직여서는 안된다”라면서 “명분은 행정도시로 살리고, 실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서 찾을수도 있는데, 사소한 이견은 극복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오히려 더 나서는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2만명 운집 초정파 대규모 도민궐기 예상
충북도등 실무위원회 구성, 비가와도 강행

오는 27일 오후 2시청주체육관앞에서 열리는 ‘행정도시 정상추진!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집적유치! MB정부 대선공약 이행촉구! 충북살리기 범도민 궐기대회‘는 계획대로라면 약 2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될 전망이다.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 및 정당,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확정한 범도민 궐기대회 추진계획에 따르면 이날 대회에서 도민들은 △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의 정상추진 △수도권규제완화 철회 △초광역개발권 「내륙첨단산업벨트」 확정과 조속 추진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집적유치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 청주공항활성화, 충청고속화도로 조기건설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범도민 궐기대회는 식전공연, 대회선언, 경과보고, 대회사, 연대사 및 각계발언, 충북도민 화합다짐 퍼포먼스 및 문화공연, 결의낭독, 시가행진등으로 구성된다. 궐기대회는 비가 와도 강행하며, 대회가 끝난 뒤에는 상당공원까지 단일대오로 이동한 뒤 각각 내덕오거리와 남부권은 육거리까지 행진한 뒤 해산할 계획이다.

참가인원은 충북지역 국회의원, 광역기초 지자체장, 광역기초 지방의원, 각 정당 도당 대표,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장 전원 참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청주 7000명, 청원 3000명, 충주 3000명등 각 시군에 인원 동원 목표를 정했으며, 총 2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궐기대회 실무준비는  충청북도, 충북도의회, 충북시장군수협의회(청주시), 충북시군의회의장단협의회(청주시의회), 충북대학총학장협의회(청주대), 수도권과밀반대범충북협의회로 구성되는 실무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범도민 궐기대회에 앞서 오는 20일 2차 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26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도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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