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떨어지는데 낙지 맛은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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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떨어지는데 낙지 맛은 일품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4.15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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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식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

무심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내리막길로 막 가려는 순간, 무심천변에는 꽃비가 내렸다. 아무리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하지만 벚꽃의 생명이 짧기는 짧다. 왜 벚꽃 얘기부터 하느냐면 김진식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61)을 만난 곳이 무심천변 ‘낙지한마당’이기 때문이다. 무심천을 바라보고 있는 ‘낙지한마당’ 앞에는 벚꽃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봄에는 장소 덕을 톡톡히 본다. 안 그래도 낙지요리로 유명한 식당이지만, 지난 10일 점심에도 꽤 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갑자기 키 큰 신사가 한 명 쑥 들어왔다. 김진식 본부장이다. 178cm의 키를 자랑한다. 요즘 20대들이야 키 큰 친구가 많지만, 김 본부장 연배중에서 이런 장신은 흔치 않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어머니가 40세 넘어 낳으셔 내가 좀 시원찮다’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한다. 물론 아무로 동의하지 않지만.

평소 이 식당을 애용하는 김 본부장은 낙지예찬론자다. 참, 우리는 이 집의 대표메뉴인 낙지연포탕을 주문했다. 식탁에서는 지금 연포탕이 설설 끓고 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손에 쩍쩍 달라붙는 낙지를 떼어낸 뒤 통째로 탕 속에 집어넣었다. 역시 요령있게 떼어낸다. 그러자 낙지는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금방 오그라들었다.

주인은 낙지를 가위로 숭숭 썰더니 야채와 조개 등이 들어간 국물과 함께 한 그릇 떠주었다. 이럴 때 한국사람들은 시원하다고 한다.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도 시원하다고 할 때의 그 맛이다. 김 본부장의 낙지예찬론이 나왔다. “낙지를 ‘뻘속의 산삼’이라고 한다. 그 만큼 좋다는 얘기다. 단백질이 많고,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게 이 것 아닌가. 술 마신뒤 속풀이에도 좋고, 건강식품이다. 더 말하면 잔소리.”

김 본부장은 지난 2007년 4월 충북도 농정본부장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18세, 고등학교 3학년 때 9급 공무원시험을 봐 합격했다. 공무원 생활은 고향인 괴산군 장연면사무소에서 시작했다. 대학진학은 꿈도 못 꿨으나, 군대가서 당시 대학 예비고사 시험공부를 꾸준히 해 합격한 뒤 청주대 행정학과 4년 장학생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형편상 야간인 법학과로 돌려 고생끝에 졸업을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김 본부장을 눈여겨 본 상사의 배려로 면사무소에서 일약 충북도청으로 발령을 받은 그는 이후 3급 국장까지 올라갔다. 총무계장, 지사 비서실장, 공보관, 증평부군수, 바이오산업추진단장, 농정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의전에 밝아 의전의 1인자 소리까지 들었다는 후문이다.

또 올해 김 본부장은 충북도가 12개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최우수인 S등급을 받았다. “우리 기관이 15일로 2주년이 되는데 그동안 기업인들의 ‘氣’를 살리기 위한 향토기업인대상을 실시해오고 있고 만성적인 주차난도 해결했다. 그리고 매년 도비 2000억원으로 창업·경영안정·벤처기술 행상을 위해 중소기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기업이 없는 충북에서 중소기업을 살리는 노력은 매우 필요하다. 충북도는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매년 자금을 풀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는 바닥을 맴돈다. 중소기업 회생을 담당하는 김 본부장도 요즘에는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럽다고 했다.

연포탕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자 주인은 소면을 넣고 맛있는 국수를 만들었다. 국수까지 먹고 나자 포만감이 느껴졌다. 평소 농담을 잘하는 김 본부장은 동행한 사람을 놀려 우리는 한바탕 웃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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