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꿩 요리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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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 꿩 요리에 반하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5.01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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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CJB청주방송 상무이사

꿩요리의 진수를 맛보았다. 꿩전골·꿩만두·꿩냉면·꿩등심아몬드스테이크 등. 임성재 CJB청주방송 상무이사(55)는 평소 칼국수를 즐겨 먹지만, 18일 저녁 큰 맘 먹고 꿩 요리를 먹었다.

청주시 흥덕구 사직1동 흥덕구청 입구에서 왼쪽을 쳐다보면 자연산 꿩요리 전문점인 ‘청주 신흥관’(043-237-0210)이 있다. 큰 나무가 그늘을 제법 만들어주고 마당에는 나무둥지를 군데 군데 놓은 ‘꽤 인간적인’ 식당이다. 임 상무는 이 곳을 우연히 알게 됐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냉면과 만두에 꿩 고기를 넣는다는데...”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인 아주머니 이문옥 씨는 “북한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구미가 확 당겼다. 흥미롭게 물어보자 이 씨는 줄줄이 털어놓는다.

“2004년에 10여명의 가족들이 북에서 넘어와 고생끝에 식당을 차렸다. 남한에 와서 그동안 안 해본 장사가 없다. 나는 함흥시에 있는 신흥관에서 7년 동안 접대장으로 일했다. 남한의 매니저 같은 것이다. 함흥냉면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김일성 주석이 자주 들렀다. 냉면은 100% 감자전분과 꿩고기로 만든다. 청주 신흥관 음식도 북한음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꿩은 시아주버니가 직접 잡아온다.”

▲ 꿩송이전골
▲ 꿩아몬드스테이크+사과
음식은 북한음식 특유의 담백함 때문인지 정말 맛있었다. 꿩 전골에는 꿩 고기와 꿩 만두, 그리고 송이·느타리·목이·팽이버섯 등 버섯종류가 많이 들어 있었다. 가격은 4인분 가량의 작은 남비가 5만원. 주인은 꿩 고기와 버섯이 ‘찰떡궁합’이라고 했다. 그는 ‘꿩등심 아몬드스테이크’를 몇 조각 가져오더니 자신이 개발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넓적하게 만든 꿩 고기 위에 아몬드를 박은 요리였는데 별미였다. 평양을 방문한 적 있는 임 상무는 북한음식이 담백해서 좋다고 말했다. 

▲ 꿩냉면
충남 부여가 고향인 그는 대전MBC PD로 활동하다 지난 97년 6월 CJB 편성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송국 개국에 앞서 온 덕분에 개국준비까지 해야 했다. 그 뒤 편성국장겸 본부장을 거쳐 상무가 됐다. 대전MBC에 있을 때는 노조위원장을 내리 3번이나 했다.

당시 경험담. “80년 6월에 입사한 뒤 신입 PD시절에는 계엄사령부 언론검열관한테 매일 원고 검열 받는 일을 했다. 검열관과 안면을 튼 뒤에는 내가 알아서 도장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 청남대를 지으면서 문의주민들이 이주해야 했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든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을 여과없이 방송해 사표를 써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때 일화가 참 많았는데...”

CJB로 온 임 상무는 당시 지방방송에서는 보기 드문 아침 종합프로그램 ‘무심천 새아침’을 선보인다. 그리고 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토론회를 40회나 내보내는 기록을 세웠다. 공명선거실천충북협의회와 공동으로 자치단체장 후보들을 불러 패널들이 토론하는 프로그램 이었다. 요즘에는 방송법 개정 논란과 경영악화로 방송국 사정이 편치 않아 마음 또한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함구했지만, 간부로서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사실은 이 인터뷰도 몇 번의 고사끝에 이뤄졌다.

그런 그가 어떻게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건물 1층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파키스탄·방글라데시의 아이들 3명을 도와주고 있는데 퇴직하면 이 아이들을 만나러 갈 생각이다.” 부자는 아니지만 남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주인은 기가 막힌 맛의 함흥냉면을 가져 왔다. 백년초와 오미자로 국물을 내서 붉은색 이었다. 냉면은 ‘서비스’로 얻어먹은 때문인지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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