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돌진하던 ‘이회창호’, 도안역서 ‘일단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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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돌진하던 ‘이회창호’, 도안역서 ‘일단 멈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5.0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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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보궐선거 지도부 ‘올인’ 불구 석패...김인수 도의원도 탈당
“한나라당 제쳤다” 위안, “내년 선거구도 유리할 것” 전망도

잘나가던 이회창호 열차가 증평 도안역에서 잠시 멈춰섰다. 도안역을 지나 증평역, 오근장역에 이어 청주역에 입성하려던 이회창 총재의 야심은 일단 접게 됐다.

자유선진당은 4.29 보궐선거가 벌어진 증평군의회 보궐선거(나선거구·도안면)에서 연규송(53)후보가 민주당 연종석(36) 후보에게 17표차로 낙선했다. 연종석 후보는 486표(33.17%), 연규송 후보는 469표(32.01%), 한나라당 김인화 후보 384표(26.21%), 무소속 연장희 후보는 126표(8.60%)를 얻었다.

   
▲ 지난 4.29보궐선거에서 자유선진당이 패배해 앞으로의 선거구도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29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한표를 호소하는 연규송자유선진당 후보.

연규송 후보는 지난 2006년에 열렸던 동시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열린우리당 박준선 후보(490표, 득표율 28.4%)에게 7표차(483표, 28.0%)로 진 바 있어 이번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선거다음날인 지난 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열심히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쨌든 유권자의 심판과 판단이 있었던 만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욱 우리가 지향하는 전국정당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담담한 어투였으나 자유선진당이 받은 충격은 상상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유선진당은 이번에 충북지역에 디딤돌을 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기초의회의원이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의 돌풍을 재현할 ‘패’였기 때문이다.

선거도중에 자체 여론조사결과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강구성 자유선진당 도당 사무처장은 “두 번의 여론조사를 했는데, 우리가 1위를 차지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선거일 불과 3일전만 해도 현지 주재 기자들 사이에서는 연규송 후보가 앞도적인 표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불모지서 바람 일으켜”
이회창 총재도 모두 5회나 도안을 찾았다.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전 대통령후보였던 정치인과 이용희 충북도당 도당위원장 직무대행등 지도부가 이곳에 쏟아부은 정성은 알만하다. 강구성 도당 사무처장이 상주하면서 선거운동을 지휘했을 정도였다.

이런 일들은 증평보궐선거가 작지만 큰 의미를 갖는 선거구였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일들이었다. 이에따라 자유선진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지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최근들어 전현직 기초자치단체장들과 접촉을 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해온 당의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패배로 후보군 조직에 당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소속이던 보은 김인수 충북도의회의원이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을 누르고 2위로 선전하는 등 자유선진당 불모지에 바람을 일으켜 내년 선거를 준비하는데 오히려 큰 힘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는 당별 지지율로만 따져본다면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증평 도안 유권자들은 민주당, 자유선진당, 한나라당의 순으로 지지율을 보냈다. 2006년 이지역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43.58%의 득표율을 얻었고 열린우리당이 28.4%, 무소속 28.0%를 얻었지만, 이번 4.29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이 33.17%로 가장 높았고, 자유선진당이 32.01%로 2위, 한나라당이 26.21%, 무소속후보 8.6%의 득표율을 보였다.

강구성 도당 사무처장은 “비록 아쉽게 당선하지는 못했지만 당원이 한명도 없는 이곳에서 한나라당을 누르고 2위를 했다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래서 오히려 내년 선거구도가 잘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3위에 그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으나 차기 도당위원장 선출등에서 선거이후 쇄신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석 한나라당 충북도당 사무처장은 “이번 선거는 집성촌에서 벌어진 것으로 씨족사회의 연관성이 강한 면이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할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의원 8석 중 6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체면치레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도당 정책실장과 국회의원 보좌관을 상주시킨데다, 손학규 전대표 및 김종률.이시종.홍재형 의원등 국회의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지원사격’을 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앞으로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에서 내년 선거준비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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