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몰려오는 지역건설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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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몰려오는 지역건설 살리기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5.1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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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보다 심각” 진단...하반기 감원태풍 우려 ‘전전긍긍’
“조기발주, 밑돌 빼 윗돌 괴는 격”...“지역업계 공멸할 수도”

<지역건설단체장들의 진단>
지역건설업체들이 휘청이고 있다. 정부의 조기발주에 따라 예상보다 큰 밥상을 받아놓은 업체들도 하반기 수주급감을 우려하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지역산업계에 충격을 주었다면, 최근 발표된  '2020년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변경안'은 그나마 지역건설경기에 희망을 갖고 있던 지역건설업체들에게 낙담을 주고 있다. 충북지역 건설업의 현주소와 업계의 피나는 노력에 대해 살펴보았다./편집자주


“지자체가 지역건설업 활성화 외면”
상위 20%가 전체매출 70%차지 양극화 심화 우려
이상열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장

“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 흔드는 식으로 지역건설업 활성화 정책을 해서는 안됩니다”.

   
▲ 이상열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장
이상열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장(사진.구백건설 대표)은 지역건설업 활성화에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산남 3지구에서 대단위로 아파트가 건설될 때 충북도등이 팔짱을 끼고 있는 바람에 이 곳에서 하도급을 받은 충북지역 업체는 한두군데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외지 업체가 차지했었다”라면서 “최근에 들어와서야 지역건설업 활성화를 외치고 나섰지만 지금 경기가 바닥인 상태에서 누가 건설을 하려고 나서느냐. 다 소용없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특히 회원사 가운데 70% 정도가 매출실적이 낮아 ‘연명’하는 수준에 그쳤다면서 효과가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충북도회 가입회원사 1550개 가운데 평균매출은 10억원선”이라면서 “그러나 이중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대부분의 업체들의 연간 2억~3억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1000개 이상의 업체들이 폐업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지역건설분야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7%의 성장을 했고, 올해도 10%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조기발주의 여파로 물량이 크게 줄어들 하반기에 회원사들이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대규모 실직사태 온다”
IMF 때보다 심각...업체 공멸도 우려
김영세 한국주택건설협회 충북도회장

김영세 한국주택건설협회 충북도회장(사진.천일건설 대표)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업계의 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 김영세 대한주택건설협회 충북도회장
김회장은 은행이 PF(Project Financing;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을 동결하는 바람에 A등급 아닌 대부분의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아파트를 지으려면 최소한 300세대 이상을 지어야 건설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원가기준으로 건설소요비용 700억원대를 자기자본으로 지을 수 있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주택건설협회 충북도회 소속 회원사들의 실정은 더욱 처참한지경이다. 회원사 총 140개 가운데 연 200만원인 회비를 내는 회사가 40개 정도에 불과하다. 회비를 내는 회사들도 대부분 일감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여서 협회 업무도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연 1억5000만원 소요되는 협회경비를 조달하지 못해 5000만원 정도를 본회에서 지원받을 정도다.

김회장은 “IMF 때도 은행자금이 동결된 적이 없는데 지금은 여러조건이 최악인 상태”라면서 “지방주택 사업체가 거의 전멸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또 “그동안 2~3년 정도 협회운영이 반짝 적자를 면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더욱 나빠져 본회에서 계속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협회가 이정도면 회원사 사정이 어느정도인지 알만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런 주택건설업의 불황에 대해 김회장은 최소한 내년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따라 올 하반기부터는 그나마 사업체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폐업하거나 직원들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우려했다.

김회장은 “경인지역이 기침을 하면 충북은 독감에 들 정도로 지역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일감이 이토록 없는데 어떻게 업체들이 버티겠는가. 아마 하반기가 되면 업체들별로 구조조정 태풍이 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양길에 든 주택산업을 살리기는 어렵고 건설일자리 창출사업도 자칫 잘못되면 업체들이 공멸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주택건설업의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건설활성화 정책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건설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면서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실적이 없다고 회원사들에게 영업정지나 폐쇄를 시키는 행정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 업체들에게 재기를 위한 시간은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출하할수록 적자, 레미콘업체 죽는다”
대형.관수시장 레미콘값 안올려줘...하반기 물량 대폭감축 전망
최재옥 충북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

“지금은 관급공사장에 레미콘을 납품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 최재옥 충북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
최재옥 충북레미콘협동조합 이사장(사진.충북도의회의원)은 건설경기 조기발주속에서도 레미콘업계가 적자에 시달리는 이상한 구조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충북레미콘협동조합에 따르면 레미콘에 들어가는 시멘트가격이 14%나 올랐는데도 레미콘가격을 인상하지 못해 적자경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충북레미콘협동조합측은 ㎥당 현재 5만5000원에서 5만8000~5만9000원으로 3000~4000원은 올려야 업체가 수지가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전문건설업체는 레미콘 납품가격을 올려주고 있는데, 정작 대형건설업체들이 안올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량이 많은 대형건설업체들이 레미콘 가격을 인상해주지 않자 관급공사장에서도 인상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옥 이사장은 “지금은 관수납품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이상한 구조에 처해 있다”면서 “40개인 회원사들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 속으로 울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조기발주에 따른 후폭풍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요즘은 조기발주 덕에 3~4일치 레미콘물량이 밀려있는 지경이지만, 하반기 건설물량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이사장은 “작년 이맘때 대비해 레미콘 출하량이 180% 늘었지만, 레미콘 가격이 오르지 않아 죽을 맛이다. 여기에 밑돌빼서 윗돌 괴는 형태의 발주 때문에 하반기에는 출하량이 급격하게 줄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는 업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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