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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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6.0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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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 정치경제부장

   
지난 달 25일 봉하마을에 갔다. 대통령 조문과 관련한 첫번째 취재이자, 고 이한열 열사 장례식 당시 대학신문사 기자로서 취재를 한 뒤 22년만이다.

그런데 봉하마을에서 기자들의 존재감은 없었다. 100만명에 달하는 조문객들에게 기자나 언론의 존재는 ‘쇼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진기함 말고는 다른게 없는 듯 보였다. 나는 취재증 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취재를 했는데도 전혀 제지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할까봐 겁먹은 내가 우스웠다. 이번처럼 기자의 존재감을 표시한적 없이 취재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은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노사모에 의해 쫓겨났던 KBS중계차를 다시 마을로 진입시키는데도 힘겨워했다. 한 미디어담당 장례위원이 “KBS 중계차가 다시 들어온다고 하니 진입하도록 협조해달라”라고 누군가와 통화했지만, 한 노사모 회원의 끝까지 울먹이며 저지하려고 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언론사를 따져가면서 취재를 거부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이렇게까지 된데 대해서 언론은 충분히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노전대통령이 이렇게 된 데는 기자들도 책임이 있다”고 울먹였지만, 이 내용을 보도한 곳은 없었다.

이처럼 일부 시민들이 그들의 취재를 거부한 것은 기자들에 대해 정부·여당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 동감한다.

물론 노전대통령의 서거이후 언론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는 했다. SBS기자가 앞으로는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의 보도태도에 대해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KBS나 이른바 ‘조중동’만 문제가 있고 다른 언론사들은 괜찮은가.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이 날카롭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오마이뉴스에 보낸 글에서 “민주당과 진보언론이 현정권과 검찰에 책임을 묻기에 앞서 먼저 반성을 해달하고 부탁하고 싶다. 그래야 이들의 책임론이 힘을 받을 수 있고 우리가 서로 원망하는 마음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각을 돌려 충북지역 언론의 실정은 어떠한가. 마치 호흡기를 떼면 사망할 지경에 이른 지역신문은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최근에 충북지역 중견언론인들이 모여 충북언론인클럽을 만들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지역언론 회생의 진지한 소통창구로 활용되고, 결과물을 내놓는 토론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서중 성공회대교수가 미디어오늘 좌담회에서 “신문업계의 위기에 대해 종사자들 스스로 자조적 분위기에 갇혀 있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적극적 노력이 없다”고 말한 대목이나, 박재규 충청타임즈 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언론의 경영구조를 바꾸고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모든 언론인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독자나 시청자들은 무서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침묵하는 다수’가 바라는 바람직한 언론상을 구현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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