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베르테르 효과
상태바
자살과 베르테르 효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9.06.16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락 청주의료원 정신과장

   
▲ 최영락 청주의료원 정신과장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자신의 죽음에 대한 애도뿐 아니라 이에 뒤따르는 죽음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애인의 자살로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응급실에 예전과 달리 압박붕대를 사용한 환자가 증가하였다. 또한 TV 속에서도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과 동반자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자살은 그 자체의 심각성 이외에도 전염성이 매우 강해 가족은 물론 자살한 사람을 알고 지내던 주변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감과 불안감을 조장하고 불행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쉽고, 허무한 자살을 시도하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자살을 목격한 가족들과 주변인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마음속에 화상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보았고 그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일반인의 자살도 주위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절망감을 남기는데 영향력 있는 사람의 자살은 그 영향만큼 자살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현재 전 세계가 신종플루의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는데 자살의 전염성은 이에 못지않게 파괴력이 크며 누구나 쉽게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를 유발할 수 있다.

 베르테르효과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문학 작품을 읽고 주인공 베르테르의 자살에 공감해 그 시대에 급증했던 젊은 세대의 자살 사태에서 유래된 용어로  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또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영향을 받아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은 전이반응이 심각하다. 과거의 중요한 인물과 나누었던 인간관계를 현재의 생활에 투영시켜 이유도 모른 채 불안해하거나 우울해 하면서 자살충동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부모와 윗사람 등 중요한 인물의 태도와 행동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면서 동일시  한다. 이는 자신이 존경했던 영향력 있는 사람의 자살과 자신의 삶을 결합시켜 자신의 자살마저 합리화 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학습효과는 특정자극에 대한 다양한 반응 중에서 시행착오로 성공한 것은 강화되고 실패한 것은 약화된다는 내용으로 다분히 의식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자살을 통해 자살을 배우고 자살의 방법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자살의 이유와 동기도 다양하고 결과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지만 모든 자살은 회피적 성격이 다분하다.

자살자에 대한 위로와 동정도 이해가 가지만 자살은 합리화 될 수 없으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자살은 쉬쉬하면 할수록 음지화 되는 것처럼 개인의 불행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손상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자살에 대한 공개된 토론이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