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MB’ 암시하며 ‘선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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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MB’ 암시하며 ‘선제 공격’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7.0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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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붕괴시도 세력 막아야”...“오버의 극치” 반발
‘중도대통령론’ 띄우고 ‘경선’ 원해... ‘애드벌룬 정치’ 비난도

<정우택지사 발언 일파만파> 정우택 도지사가 차기 도지사출마를 선언하면서 내세운 말들이 큰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자신감에 넘치며, 상대후보에게 반감을 안겨줄 정도로 비쳐진 정지사의 출마선언은 마치 ‘출정선언’으로 비쳐지면서 당 안팎에서 새로운 논란거리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 정우택 지사가 차기 도지사 선거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발언이 지역정가에 큰 파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정지사가 청주도매시장을 찾아 서민행보를 하던 때의 모습.

정지사가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도지사 선거에 나서겠다’는 부분이다. 그는 지난 2일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세력이 특정정당과 연계해 활동하는 것을 경계한다. 충북이라도 막아야 하는 시대적 사명감이 있다. 이 경우 충북지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출마이유를 자유민주주의 수호로 내세웠다.

청와대 눈도장찍기(?)
그의 이날 발언은 당장 민주당등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마디로 미친 것 아니냐”, “유치해서 못봐주겠다”라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숨기지 않았다.그는 “지방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매카시 선풍을 불러일으킬 것처럼 말한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처럼 될 줄 아느냐”라면서 “이는 오버의 극치”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당의 ‘점잖은’ 공식입장은 4일 후에나 나왔다.

그렇다면 정지사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론’은 왜 나왔을까. 느닷없이 등장한 정지사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론’은 출마선언용이 아니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정지사는 지난 1월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탈당설, 10월 재보궐선거 출마설에 시달려 왔으며, 이와 관련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크게 민감해 했다.

특히 그는 탈당설이 근거가 있는 것처럼 청와대에 비쳐질지에 대해 노심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충북도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그렇지 않아도 정 지사를 깎아내리기 위한 음해가 많은데, (탈당설과 관련한)이런 보도가 나오게 되면 정보보고가 청와대까지 가기 때문에 지사의 입장이 난처해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설과 보도가 청와대에서 정지사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출마의 변을 이런 발언으로 작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사실 그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등 이념적인 발언을 거의 한 적이 없다는 것도 이런 해석의 배경이 되고 있다.

중도대통령 ‘애드벌룬’
여기에 ‘이명박의 유력한 후계자’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지사는 2일 브리핑에서 “도지사를 한 번 더 한 뒤 2012년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정지사의 심중을 짐작할 수 있게 한 기사는 ‘헤럴드 경제’에서 나왔다.

   
▲ 지난 4월 16일 열렸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기원 자전거대행진에서 정우택지사를 비롯한 지역인사들이 유치결의를 다지고 있는 모습.

이 신문은 정지사가 “국토의 중심에 있는 충청권은 △균형발전 △자유민주주의적 중도론 △포용의 국정을 시험하고 주도하는 터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최근 대통령께서 언급한 ‘중도론’은 지난 10년 세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서민층 일각에서 행여 ‘우리한테 소홀해 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생길까봐 서민과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뜻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도청 브리핑에서는 발언하지 않았던 ‘자유민주주의적 중도(대통령)론’에 대한 그의 심중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동안 정지사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중원 대권론’ 또는 ‘충청권 대권론’을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확대론’의 뒤를 잇는 ‘자유민주주의적 중도(대통령)론’으로 바꿔서 일찌감치 차기 대통령 구도를 선점하려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일부러 이데올로기 논쟁을 불러일으킨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지난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의 '신심'을 얻은 것처럼 공세를 펴 결국 이원종 전지사가 ‘아름다운 용퇴’를 하도록 이끌어냈던 그가 이번에는 ‘MB 후계자’인 것처럼 공세를 펴 경쟁자들을 일찌감치 물리치려는 고도의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출마선언을 하기 불과 며칠 전에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과연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풍 맞을수도
그렇지만 정지사의 이날 발언은 야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도 여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게 아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정지사의 지나친 자신감이다. 정지사는 청와대에 갔을 때 “2~3명이 경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도지사 후보예상자인 김병일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 사무총장, 한대수 전 청주시장등을 직접 겨냥해 포문을 연 것으로 마치 ‘경선쇼’를 통해 자신의 차기를 보장받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지사측에서는 그동안 진천음성괴산증평 보궐선거 출마설, 탈당설등을 퍼트린 당사자로 보고 있던 경쟁자들에게 ‘다 덤벼도 이길 수 있으니 한번 붙어보자’라고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 지난 2006년 경선당시 모습.

물론 정지사의 이같은 자신감은 그동안 나타난 여론조사에서 높은 도정운영 지지율로도 짐작할 수 있다. 또 집권 2기 들어서는 시민단체와 극렬한 대립을 겪지 않았고,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는 등 기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차기도전 의사 발표를 축하하듯 맞춰진 20조원 투자유치등 모든 시나리오가 오히려 독주를 우려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 지사에게는 큰 짐이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투자유치를 20조원이나 했다고 하더라도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는데 실패한다면 그 파문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대권도전에 대해서도 ‘도지사 장식용 애드벌룬’이 또 떠오른게 아니냐는 의심을 눈초리를 사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박성효 대전시장, 이완구 충남지사처럼 평소 대권주자다운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그가 내세운 ‘대권론’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서에서 “정우택 지사의 발언은 2010년 도지사, 2012년 대선을 동시에 겨냥한 출마의 변인데, 충북도지사를 대선의 징검다리쯤으로 활용하겠다면 이는 충북도민을 너무 경시한 태도요, 도지사 출마가 목표인데 몸값 부풀리기 위해 대선출마 운운했다면 이는 충북도민을 기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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