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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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중독증’
  • 안태희 기자
  • 승인 2009.07.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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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희 정치경제부장

   
오늘 아침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아내가 홈플러스에서 사온 국거리가 화제가 됐다. 우리 집은 '홈플러스 안가기'를 실천했다가, 안했다가 하는 집이다. 홈플러스에 거의 갈 일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홈플러스를 가지말 것을 종용한다. 그렇지만 아내는 근처에서 살 수 없는 게 있을 때만 어쩔 수 없이 홈플러스에 간다고 항변한다.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은 홈플러스에 안간다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홈플러스가 24시간 영업도 하고, 기업형 슈퍼마켓을 들여오기 때문에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 상인들이 살기 힘든다. 당분간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부모의 주장에 대해서 “그러면 슈퍼나 시장도 24시간 장사하면 될 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집은 홈플러스 중독자 수준이다. 홈플러스가 길 건너에 있다. 한 달에 수십만원을 홈플러스에서 쓴다. 먹을거리, 학용품, 의류등 소비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사업장을 확장해 청주·청원지역에서 모두 3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주말과 일요일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근처에서는 교통체증까지 심각할 정도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새롭고도, 즐거운, 또 색다른 유통업체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최근들어 기자도 복대시장에서 닭을 샀고, 홈플러스 근처 고깃집에서 소고기도 산 적이 있다. 우유등 간단한 간식류는 아파트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산다. 이 슈퍼는 홈플러스가 생길 때 폐점했다가 1년 정도 방치된 뒤 다른 사람이 문을 연 곳이다.

한 달에 한 가구가 50만원을 홈플러스에서 쓴다고 가정할 때 청주에서1000가구만 홈플러스 중독증에서 빠져 나온다면 월 5억원, 1년이면 60억원을 지역 소상공업체에 쓸 수 있고, 이 돈이 지역에 돌 수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충북도내 대형소매점 판매액(백화점 포함)이 643억원에 이른다. 4월보다는 15.9%나 증가한 액수고, 오락용품의 증가율은 67.7%나 된다. 업체별 평균판매액이 월 53억원이므로 1000가구의 소비행태 변화가 구매자의 교섭력이 우위를 점하게 하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홈플러스 불매운동은 결코 작은 캠페인이 아니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너무 큰 명분에 따라 행동하는게 아닌 생활속에서의 새로운 지혜를 찾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딜리셔스 샌드위치(Delicious Sandwich)>라는 책에서 “우리나라는 온가족이 함께 대형할인점에 와서 쇼핑카트에 아이들을 태우고 시식코너들을 돌며 쇼핑을 즐기는 것이 흔한 풍속도다. 그러나 미국에서 쇼핑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일이고,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에 끝낸다. 쇼핑센터에서 생활용품을 사는 것보다는 다양한 활동, 스포츠, 공연, 예술, 기타 공동체 활동들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하면 부모와 함께 하도록 배려 받는다”고 썼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핑계로 대형마트에 너무 자주 데리고 다닌 후유증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 같다. 대형마트의 지역진출은 이제 상권 문제 차원 뿐만 아니라 가정교육, 자녀들의 미래상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는 하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당분간의 불편이 따르더라도 ‘대형마트 끊기’는 해야 할 것 같다.
덕분에 불필요한 지출이 확실하게 줄었다. 경제도 어려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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