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람이 부는 의회로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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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바람이 부는 의회로 바꾸겠다
  • 민경명 기자
  • 승인 2003.10.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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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관 충북도의회의장

권영관의원이 충북도의회 의장이 됐다. 일찌감치 의장일 것 같던 그는 늘상 그 언저리에서 생채기만 안아야했다. ‘비겁한 성공보다는 정정당당한 실패가 떳떳하다’는 믿음으로 버텨오지 못했다면 벌써 벗어던졌을 의원 뺏지였다. 3선의 최다선의원인 그가 지난해 7월 7대의회 개원과 함께 강력한 의장 후보로 등단했다가 유주열의원에게 1표차로 의장석을 내주어야 했던 기억은 쓰라리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경선을 통해 의장 후보로 권의장을 선택한 상태였다. 그러나 하루밤새 반란세력들이 규합하여 타당과 힘을 합쳐 이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에 앞서 6대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그것은 배신감으로 다가왔다.

6대 전반기에 부의장을 지내 자연스럽게 후반기 의장 후보로 거론됐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6대 후반기 의장 선거는 금품이 오가는 혼탁 선거로 점철되면서 의원 구속 사태로 치닫는 상황에서 그의 꿈은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런과정을 거쳐 의장이 된데 대해 권의장은 “그때는 아직 이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는 소회로 받았다. 이번 충북도 의회의 권의장 선출은 역대선거중 가장 순리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분위기는 오랫동안 쌓여온 의회 내부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는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 유독 의원간 화합을 강조하는 권의장의 인화 드라이브에서 연유하겠지만 뒤틀린 의장단 선거로 야기됐던 문제들이 순리에 되돌려지면서 당연히 따라온 분위기로 해석된다.

당장, 물의를 빚었던 의원간 폭행사건에 대해 윤리위를 통해 내부적으로 원만히 풀리게 될 것 이라는 것이 권의장의 말이다. 잠자고 있던 윤리특위를 일깨워 해결의 물꼬를 트게 한 것은 의장 당선 당일부터 일일이 찾아 다니며 화해를 이끌어낸 권의장의 중재 노력 덕택이다.
 
상임위 중심의 의회

권의장의 의회 운영 방식도 뼈아픈 실패와 기다림속에서 잉태됐다. “의회가 너무 의장 중심으로 되어 있다. 사무처도 오직 의장만을 위해 있는 조직 같다. 이제는 의원 개개인, 나아가 상임위 중심의 의회가 되어야 한다. 사무처 뿐만 아니라 의회 간부들도 이들을 찾아가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회 운영에 대한 이같은 진단과 처방에 대해 권의장은 “두번의 실패를 거치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이 길었기에 의회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며 “신선한 바람이 부는 의회로 바꾸어 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지역에서 도의원의 위상도 확실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권의장의 중요 목표다.

“광역 도의원들은 지역을 대표해서 선출되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막상 지역에서는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위치도 모호하다. 도의원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장과 시의원, 해당 지역 국회의원 사이에서 샌드위치다. 어떤 지역은 시장이나 군수와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배제되기도 한다. 지역 행사장에 가도 군수, 군의장만 있지 도의원은 소개도 잘 않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도의원의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이다.”

권의장은 이를 도의회의 위상 정립과 연관지어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번 회기 정기회가 끝나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의장단과 사무처 요원이 함께 다니며 지역별로 지역인사 초청 간담회를 가져 도의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며 “이는 도의회 전반의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을 보였다.

 “의원간 결집이 관건”

그렇더라도 도의회가 지역현안을 외면한다거나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 등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 물었다.

문제는 의회 의원간 단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 관련 법상으로 보면 지방의회의 권한과 위상은 보잘것 없다. 이를 극복하고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힘을 합치는 길밖에 없다. 집행부가 거대 여당이라면 의회는 소수 야당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 야당이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단합된 힘이 원천이다. 의원 개개인이 개인적 행위를 하지 않고 단합만 되면 의회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는게 권의장의 지론이다.

다만 지역적으로 이해 관계가 다른 문제가 있고 청주 청원지역에 정책 및 예산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다른 지역의 불만도 많아 전체적인 컨센서스를 이뤄내기 지난하다는 것도 지적했다.

권의장은 최연소로 충주시 체육회 부회장을 맡아 당시 지역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온 장본인이다. 충주청년회의소회장, 시정자문위원, 충주시 생체협회장 등을 거쳐 지방의회 출범과 함께 지난 91년 충주시 의회의원에 당선되어 지방의회에 진출한 뒤 다음에 도의원으로 출마, 3선의원이 됐다.

권의장은 넉넉한 가운데 의와 덕을 중히 여기며 지역을 지키고 살아온 가풍이 오늘을 있게 했다고 겸손해한다. 그가 현재 모시고 있는 부친(89)은 동경대 농대를 나온 우리나라 농업 경영에 선구자로 농업분야에서 금탑산업훈장 1호를 수상했다.

부친 친구인 윤일중선생(국회 부의장 역임)이 자신에게 준 “청렴해야 위엄이 있고 겸손해야 덕이 생긴다”는 글귀를 늘 가슴에 지니고 산다는 권의장은 ‘옳 곧은 지성’을 지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절대 사람만은 놓치지 않았다 그가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된 의회로 도민앞에 봉사하는 의회상을 구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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