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가을유행 전염병 등한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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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가을유행 전염병 등한시 우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9.09.08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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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 양산 치중… 독감·신증후군출혈열은 뒷전
적절한 치료·예방… 사각지대부터 찾아 적극 해결 필요

   
▲ 신종플루 대유행이 예고되면서 최근 청주의 한 거점병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원한 환자를 맞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보건당국의 전염병 관리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유행단계에 접어든 신종플루 방역에만 너무 치우치다 보니 가을철에 유행하는 또 다른 전염병에 다소 소홀한 면이 있다는 것. 더구나 가을철 3대 전염병인 쯔쯔가무시병과 렙토스라피증, 신증후군출혈열 환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신종플루 백신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독감백신은 물론 이들 전염병에 대한 예방백신 등의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실제 충북도 보건위생과에 따르면 법정전염병 61종에 대해 2002년 237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216건으로 무려 5배나 발생건수가 증가했다.

특히 들쥐 배설물에 있던 한티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신증후군출혈열의 경우 초기 증세가 오한과 두통, 고열, 근육통이 동반되는 신종플루나 독감(계절성 인플루엔자)과 유사해 적정한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 이는 사망률이 7%에 이르러 야외활동이 많을 경우 예방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 발병하는 쯔쯔가무시증도 충북의 경우 지난해 모두 366건이 발생해 전년도에 비해 81건이 증가했다. 쯔쯔가무시병도 몸살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 다만 피부발진과 함께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검은 부스럼 딱지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걸리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추석 벌초. 성묘 가을전염병 주의해야
감염후 12일 이내에 고열과 두통, 근육통에 시달리다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렙토스피라증. 지난 2007년 16건으로 무려 5배 이상 증가했다가 지난해는 3건으로 줄었다. 이들 전염병은 특히 추석을 앞두고 벌초·성묘 등 야외활동이 늘 것으로 보여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전염병에 대해선 적절한 치료가 뒤따를 경우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유사증세로 인해 신종플루로 오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전염병 발생 시 역학조사 및 감염경로 추적을 위해 병의원→보건소 및 보건위생과→질병관리본부→보건소의 보고 및 방역체계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는 예방을 위한 홍보에 치중하는 주의단계에서 이미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위기경보체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정부가 손씻기 개인위생철저, 마스크 착용 등의 예방홍보 활동에 주력했지만 정작 집단 발발이 우려되는 다중장소에 대한 조처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만연되면서 지난 7월22일 국가 위기경보체계를 경계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후 지난달 21일부터는 민간 거점병원과 약국, 보건당국의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집단발발이 의심되는 학교 등은 보건당국이 맡고 일반 환자는 민간의료기관이 맡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점병원의 신종플루 환자 격리치료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유행단계인 심각한 상황을 빚고 있다. 충북도는 7일 현재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보건소(98명)와 민간의료기간(110명)을 모두 합쳐 200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약 받은 사람도 1364명에 이른다.

격리치료 거점병원 육성 필요
더욱이 집단발발을 우려해 발열감시체계에 들어간 학교의 경우 보건실을 방문한 학생이 688명, 결석한 학생도 6000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북도는 지난 2일 뒤늦게 민관합동 인플루엔자대책협의회를 가졌다. 이날 충북대와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과 의약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충북도 인플루엔자 대책본부는 이날 자리에서 전체인구의 27% 수준에 이르는 4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해 오는 11월부터 취약계층을 상대로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항바이러스제 1만6000명분을 확보하고 추가로 전체인구의 20%에 이르는 30만명분을 확보할 예정임을 강조했다.

이날도 변종바이러스나 가을전염병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었다. 충북도 보건위생과 오용길 과장은 "발생하지 않은 전염병의 예방백신을 미리 준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며 "약간의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은(44·행정학과 교수)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장은 "보건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진찰에서 투약 격리치료까지 이어지는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해 신종플루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찾아 철저한 방역 시급"
이재은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장

   
▲ 이재은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장(행정학과 교수). <약력>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 행정학 박사, 충북대학교 위기관리연구소 소장,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이재민 사랑본부 이사장겸 상임이사, 전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 이재은(44·행정학과 교수)소장은 이번 신종플루 사태에 대해 국가 위기경보체계의 대응단계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지난 6월 도쿄대 학술 세미나를 다녀오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나리타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 들어서면서 너무도 평화롭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현실을 보고 놀랐다. 그는 검역대에서 발열감지기 체크를 하는 정도지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고감염성인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단계에서부터 대처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국가 위기경보체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되어 있다"며 "현재 경계 단계로 빠른 확산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치료를 하는 단계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위기관리 4단계(예방-대비-대응-복구)에서 예방단계인 주의 경보에서부터 철저한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예방 단계에서 정부는 다중집합장소에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부터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축제나 종교 활동, 극장·전시행사를 자재토록 하고 학교와 공항, 공원 이용도 철저한 대비를 했어야 한다는 것.

실례로 신종플루에 취약한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청주 중앙공원의 경우 비둘기 등 새들까지 날아들어 변종 바이러스가 출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대비 단계에서는 전문 인력을 동원해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을 확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미플루의 경우 일본에서 감기약처럼 복용하다가 항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이 자살한 사건도 있어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맹신보다는 의약품의 안정성에 대한 자체검증 작업도 벌여 나가야 한다.

또 치료거점 병원에서 단순 감기환자가 신종플루 의심환자와 함께 진료를 기다리면서 감염이 되거나 변종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도 있으므로 거점 격리치료병원을 지정해 운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사스가 유행하던 시기를 실례로 들었다.

이 소장은 "가장 철저한 복구가 예방책이다"며 "질병관리본부는 사태 축소 은폐보다는 정확한 정보전달을 통해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위기관리의 가장 큰 원칙은 공개와 신뢰다. 사각지대를 찾아 철저하게 방역하고 예방해야 한다. 특히 첨복단지 오송유치가 결정된 요즘 위기관리를 연계하는 충북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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