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충북 의료관광도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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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충북 의료관광도 '된서리'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9.09.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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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10개소 건강검진사업 등 신청…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신종플루 확산·관광업계 몸사리기·통역문제 등 겹쳐 '첩첩산중'

   
▲ 의료관광을 신청한 청주의 한 종합병원이 4일 건강검진센터에 내원한 환자에 대해 MRI 촬영을 하고 있다.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지역 의료관광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중소병원의 재정 건실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5월1일부터 개정 시행되는 의료법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신청·등록이라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역 병의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관광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충북에서는 청주 효성병원을 비롯해 두리이비인후과, 고운세상피부과, 구본길피부과, 맑은피부과, 이즈치과의원, 참조은치과, 스타쁠레르연합의원 등 병의원 10여개소가 의료관광을 신청·등록된 상태다. 이들 병원들은 종합병원 건강검진센터 사업, 치과병원 임플란트, 피부과 피부미용 시술, 외국인 관광객 중 감기환자를 대비한 이비인후과 진료 등을 대표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걸음마 단계부터 신종플루 대유행이라는 난제에 부딪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의료관광은 비급여 대상자인 외국인을 상대로 진료활동을 벌이고 현찰로 의료비를 받을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충북도는 외국인 결혼이민자(다문화 가정)를 대상으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통역가이드 지원계획도 갖고 있다.

고감염성에 의료관광 유치 논의만
그러나 고감염성으로 일반 독감에 비해 감염 속도가 4배나 빠른 신종플루의 특성상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들 병원들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관광업계와 협의를 통해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패키지로 연결하는 의료관광 코스를 개발할 생각이었다. 실례로 가로수 길과 상당산성, 청남대, 육거리 시장 등을 둘러보는 관광코스와 지정병원에서의 진료활동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청주 이즈치과는 서울 강남 이즈치과 등과 월 1차례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자구책으로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발열감지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홍보활동 계획도 갖고 있다. 이즈치과 관계자는 "문제는 의료비 단가가 맞지 않는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가격 조정이나 선진국에서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지만 역시 신종플루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했다.

청원군 오창읍 두리이비인후과는 최근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진료에 필요한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특히 오창의 경우 과학산업단지내 외국인이 많아 의료관광병원 신청을 통해 진료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의료관광 사업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필요하지만 역시 최근 유행하는 신종플루 때문에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머물고 쉴곳 관광인프라도 갖춰야
청주 구본길 피부과 원장은 "서울 강남에 뒤지지 않는 미용시술을 할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면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청주는 부족하다"며 "라마다플라자 호텔이 유일한 상태다. 현재로서 체인점들을 위해 의료관광을 신청한 상태지만 추후 신종플루 유행이 지나면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청주 효성병원은 중국 흑룡강성 쌍암시 인민병원과의 진료협약과 의료진 교류사업으로 의료관광을 신청했다가 최근 교류가 뜸해진 상태다. 효성병원 관계자는 “환율 차이로 비용문제가 역시 문제였다”며 “차후로 외국과의 진료협약을 통한 양한방 협진체계 구축이나 외국인 대상 건강검진센터 활성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이다”며 “하지만 현재는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청주 효성병원 신철호(35) 과장은 “신종플루에 대해 너무 둔감하게 반응해도 문제지만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도 문제다”며 “최악의 상태는 대유행으로 진료공백을 빚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개인병원은 문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 각자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예방하는 것이다. 다만 손세정제나 체온계, 마스크가 동이 나는 현 상황을 지켜 볼 때에 언론이 의료상술을 부추기는 일이 없었으며 한다”고 말했다.

"안일한 대처·지나친 공포심 경계"
신철호 효성병원 감염내과장

   
▲ 신철호 청주효성병원 감염내과장. <약력> 신철호 청주효성병원 감염내과장, 원광대 의과대, 서울 보훈병원 수련의 과정, 대한 소화기학회원.
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청주 효성병원 감염내과 신철호(35) 과장. 그는 거점병원으로서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단 별도의 진료실 공간을 만드는 일부터 의심환자가 왔을 때에 진료실을 오가며 진료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더구나 의심환자 내원시 곧바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지만 단순 독감(계절성 인플루엔자)환자와 신종플루 환자가 같은 공간에서 대기하면서 2차 감염의 우려를 무시활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신종플루 거점병원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입원환자나 외래환자 모두 신종플루에 감염되지나 않을까 꺼린다는 것. 실례로 신 과장은 일본의 한 장티푸스 치료 거점병원이 알려지면서 문을 닫은 사례를 들기도 했다.

특히 그는 "2차 감염 예방을 위해 의료진들이 마크스를 착용하도록 질병관리본부에서 권하고 있으나 내원 환자들이 거부감을 느낄까봐 착용하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종플루가 일반 감기와 증세가 비슷하다 보니 의심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리면서 진료건수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신 과장은 "신종플루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포심이나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례로 그는 지난달 21일 효성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이래로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진료를 받은 122명 중 타미플루 투여를 받은 환자는 8명(7%)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 과장은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신종플루 의심증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독감증세 이외에 구토와 설사, 인후통의 증세를 동반할 경우 가까운 지정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시중에 있는 마스크는 70%까지, 의료용 마스크는 최대 90%까지 감염을 막아준다"며 "다중장소에선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외출후 손을 자주 씻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 과장은 또 "기침을 할 때에 손이나 손수건으로 가리고 하는 예절도 필요하다"며 "내 건강 못지 않게 주변사람들의 건강도 챙겨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꼭 필요하지 않는 한 다중 장소를 피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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