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맘 편하면 피부도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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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맘 편하면 피부도 좋아져요”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09.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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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 ‘구본길 피부과’ 원장

청원군 남이면의 ‘자연산 버섯촌’

“난 명사가 아닌데 어쩌나.” 구본길 청주 ‘구본길 피부과’ 원장(54)의 첫 마디다. 초면의 구 원장은 악수를 청하며 명사가 아닌데 괜찮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청주 지역사회에서 구 원장의 피부과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나친 겸손일 뿐. ‘구본길 피부과’는 86년 문을 연 이래 환자들의 발걸음이 줄곧 이어져 ‘꽤 잘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나있다.

피부과 쪽에서는 충북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 그는 성격적으로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해 단체 대표 같은 것을 맡지 않았을 뿐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현역 의사다.

지인들 몇 몇과 함께한 자리에서 구 원장은 시종 유쾌했다. 몇 년 전부터 인기과목 중 하나인 피부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공부 잘하는 사람들한테 밀려서 갔는데 요즘에는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부양에 전혀 지장이 없으니…”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본과 4학년 때인 25세에 결혼해 아이까지 있을 당시 대학 피부과 과장한테 찾아가 뽑아달라고 읍소했다는 얘기까지 그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재미있게 들려줬다.

이 날 청원군 남이면 수대리 ‘자연산 버섯촌’(043-260-1818)의 식탁에는 각종 버섯들이 총출동했다. 주인 강애란씨의 남편이 버섯경매 관련 일을 하기 때문인지 버섯이 풍성했다.

이 식당은 청주시내에서 이마트를 지나 10분 가량 자동차로 달리면 오른쪽에 있다. 예약을 했더니 주인은 버섯전골을 중심으로 가지나물, 오이장아찌, 땅콩조림, 고사리나물, 버섯나물, 잡채, 열무김치, 부추전, 샐러드 등을 한 상 차려 놓았다. 전골에는 송이, 능이, 싸리 버섯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또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와 버섯들이 조화를 이뤄 기분좋은 맛을 연출했다.


이 집의 음식은 미식가인 구 원장도 만족시켰다. 한동안 찌개는 보글보글 끓고, 동석자들의 젓가락은 부지런히 오갔다. 이 때 한 지인이 속리산에서 가져온 동동주를 권했다. 버섯전골과 동동주, 썩 어울렸다. 맛있는 음식에 술이 빠질리 만무다. 경남 경산 출신의 구 원장은 충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청주에 정착했다. 인턴생활 중 청주의료원으로 파견 근무를 오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광명안과 원장님이 친구 형이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청주에 눌러앉은지 23년이나 됐다. 내가 청주로 간다고 하니까 피부과 동기인 나해철 시인이 도종환 시인을 소개해줘 만난 적이 있다. 청주는 살기좋은 곳이다. 좋은 사람들도 많고, 서울과도 가깝고.”

구 원장에게는 간호사들을 위해 아파트를 숙소로 내주고, 1년에 3~4번씩 병원 직원들과 그 가족들까지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멋진 면이 있었다. 자녀들의 혼사 때도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아 화제가 됐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베풀고 사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소문내지 않으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따뜻한 정을 나눠준다는 것. 그는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으나 지인들은 그의 그런 면을 잘 알고 있었다.

요즘 그는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다. 청주 인근에 집을 마련해 나무 심고, 농사도 짓는 제2의 생활을 설계하고 있다. 소박하고 편한 생활이 그리워지는 나이가 됐으나 아직부인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럼 피부과 원장은 피부를 어떻게 관리할까.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다소 싱거운 답이 돌아왔다. ‘일체유심조’. 생각해보니 과연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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