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각지대 놓인 장애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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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각지대 놓인 장애여성들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10.22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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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잇따르나 대책전무
성폭력 관련 법개정 절실 처벌 강화해야

장애인이란 취약점을 노린 성폭행으로 장애 여성들이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이들은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는 처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 관련 법적 장치도 허술해 이들에 대한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3월에는 7년간 지적장애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일가족이 항소심에서나마 법정 구속됐다. 다만 피해자의 친할아버지에 대해서는 건강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하지만 사건이 종결 됐음 에도 이들이 피해자와 백부·숙부 관계이면서 지적장애의 나이 어린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은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 속에 잊혀 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 ‘취약점’ 노린 성범죄
보은경찰서는 지난 6월 장애인 모녀를 20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자택과 피해자 집에서 B(47·지체장애3급)와 B씨의 딸을 번갈아 가며 성폭행해 충격을 줬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1월까지 B씨의 남편과 노동일을 하면서 알게 된 뒤 자주 B씨의 집에 왕래하며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B씨의 남편 역시 지적장애가 있어 가족들의 피해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의붓딸을 수년간 성폭행 한 50대가 구속되기도 하고 왜소증과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친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오빠와 친구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렇듯 도내에서는 장애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지만, 지적장애로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범죄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범행의 입증, 진술의 일관성이 확보되지 못해 무혐의 혹은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향이 많아 정확한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청주 여성의 전화 부설 이은미 소장은 “장애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이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를 단지 성폭력의 한 유형이 아닌 관심의 손길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댈 곳 없는 여성장애인
도내에서 발생하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대부분 본인 혹은 가족이 아닌 이웃주민과 시민단체에 의해 경찰에 알려지고 있다.

이는 피해 여성이 일부러 시민단체를 찾아가 이를 알리지 않는 한 피해 사실조차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 여성들이 치료를 받으며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는 ‘여성장애인 전용 쉼터’는 전국적으로 4개에 불과하다.

성폭행 신고부터 상담, 치료 등을 한 곳에서 처리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원스톱센터’도 도내에 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관련 시스템은 없다.

충북장애인여성연대 권은숙 소장은 “우리나라 지역 및 가족 공동체가 많이 해체된 상황에서 이들 장애여성들은 이웃뿐만 아니라 가족에게서조차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단체가 꾸준히 이들을 보살피는 게 유일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권소장은 가족이 없거나 가정폭력·성폭력 등으로 가족에게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장애인은 제삼자가 후견인으로 뒷받침해 주는 후견인제도의 확대를 제안했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처벌규저 실효성 떨어져
여기에다 여성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처벌규정에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여성 성폭력과 관련한 특별법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형법 302조에서 규정한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 등 두 가지다.

특별법 8조에는 ‘신체 또는 정신상 장애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여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는 형법상의 강간 또는 강제 추행죄로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 수준의 신체·정신적 장애를 가져야 ‘항거불능’'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여성의 경우 이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또 형법 302조는 ‘심신미약자 간음’을 친고죄로 규정, 피해 여성의 의사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돼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여성에게 특히 불리한 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권소장은“특별법의 경우 ‘항거불능’이라는 문구가 엄격하게 적용돼 장애여성이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형법과 특별법에 흩어져 있는 관련 규정의 통합과 함께 장애여성 보호를 방해하는 문구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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