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장 사람들’ 만들었던 일벌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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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장 사람들’ 만들었던 일벌레 시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11.0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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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정 전 청주시장

<청주시 문화동 본가>

11월1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막을 내리고, 청주국제공항은 여전히 패트리어트미사일 기지 설치계획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 있었다. 1999년 ‘우려 반 기대 반’의 떨떠름한 여론을 무시(?)하고 공예비엔날레를 밀어붙인 인물이자 청주국제공항 개항 초기 항공엑스포 등 대규모 행사와 정책을 쏟아냈던 나기정 전 청주시장이 떠오른 것이다.

‘명사와의 맛집토크’를 위한 의도적인 접근임을 숨기고 그냥 점심식사를 빌미로 만났다. 도청 정문 앞에 있는 ‘본가(전화 255-0292)’에서 칼국수를 앞에 놓고 마주앉았는데 시간은 점심시간의 끝 무렵인 오후 1시였다. 나 전 시장의 사무실인 미래도시연구원과 소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식당인데 “구내식당처럼 거의 매일 들르는 곳”이라는 것이 나 전 시장의 설명이다. 식사시간을 1시로 늦춘 것도 12시 ‘땡’하면 서둘러 밥을 먹고 떠나는 공무원들과 뒤섞이기 싫은 나 전 시장의 고려 때문이었다.

한우 뼈를 우려낸 국물에 검정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면발, 쇠고기 고명과 감자와 호박을 채 썰어 얹은 칼국수는 조개 국물이 대세인 유행과 달리 전통의 충청도 맛이었다. 

공예비엔날레를 먼저 화두로 던졌다. “공예비엔날레? 양적, 질적으로도 많이 발전했지. 남상우 시장도 얘기했지만 상설전시장을 만드는 게 관건이야. 제대로 하려면 연초제조창 부지를 마저 사들여야 해.” ‘행사장엔 가보셨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초청장은 오지만 가보진 않았어. 자문을 필요로 한다면 몰라도 내가 낯 낼 일이 있겠냐”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뭔가 심기가 불편하구나’하는 느낌이 전해져왔는데, 생각해보니 나 전 시장이 벌여놓은 대규모 사업 가운데 후임 시장이 제대로 계승한 것이 거의 없었다. 무조건 새로 시작하려는 민선의 병폐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감당키 어려운 통 큰 시장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1994년 관선 청주시장 시절에 상당공원에서 육거리까지 지하 2층 규모의 상가와 주차장을 건설하려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나 전 시장은 “대우와 삼성이 합작해서 만든 법인과 계약까지 했었다. 시비는 들이지 않고 시행업체가 16년 간 상가에 대한 사용권을 갖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는데 민선 1기 김현수 시장이 백지화시켰다”며 아쉬워했다.

대규모 축제만 해도 공예비엔날레를 필두로 항공엑스포, 인쇄출판박람회가 모두 나 전 시장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공예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찾아와 전시회를 하자는 걸 비엔날레로 확대시킨 것이 나 전 시장이다. 항공엑스포는 3회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제행사가 난립한다’는 이유로 후임 한대수 전 시장에 의해 중단됐다.

나 전 시장은 “당시 군 고위 관계자로부터 비행장을 나가라고 내몰지 말고 행사를 하고 관련 산업을 유치하다 보면 저절로 나갈 명분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는데, 결국 그 자리에 미사일기지가 들어선다는 얘기”라며 아쉬워했다.

나 전 시장은 재임시절 대다수 공무원들로부터 불평을 들었다.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의욕이 넘치고 일 잘하는 공무원들을 ‘편애’하다 보니 ‘나 시장 사람들’이 누군지는 명찰을 달고 다니는 꼴이었다. 임기가 끝난 뒤 후임 시장들로부터 이들이 박해 아닌 박해를 받았던 것도 다 아는 얘기다.

“지금도 자꾸 떠오르는 게 많다”는 나 전 시장의 말을 듣고보니 ‘위정자들이 사심 없는 원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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