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당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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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당당해야 한다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11.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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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동 사회문화부 기자

최근 한 달 동안 여러 명의 공무원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겁이 많다는 것이다.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여 문제가 생기면 승진에 큰 걸림돌이 되거나 자칫, 징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다. 이런 문제로 자신이 맡은 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응, 프로젝트를 통한 아이디어도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채 오늘 하루 업무만을 마무리 하며 쳇바퀴 돌듯 출·퇴근을 반복한다. 아니 프로젝트 자체가 없는 직업이 공무원일지 모른다. 단지 단순하고 방대한 보고체계업무에 그들은 희한하게도 점심시간 퇴근시간을 누구보다 바쁘게 맞는다. 이런 식이라면 뭔가를 이뤘다는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어느새 ‘잘 버텨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퇴직에 다다를 것이다.

취재를 위해 공무원들과 통화를 많이 하는 기자는 마지막에 항상 이런 소리를 듣는다. ‘무슨일 있는 것 아니죠’ 조심스런 목소리로 담당 공무원은 항상 되묻는다. 특별히 문제가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일까,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육공무원들은 더욱 심한 것 같다. 지난달 취재를 위해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기자에게 자료를 건네는 한 교사에게 교감선생님의 호통이 떨어졌다.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얼핏 봐도 40대인 여 교사는 그 호통소리에 손을 떨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우스웠다. 주눅이 든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며 교육청 게시판 글 한줄, 언론의 기사 한줄에 자신의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안쓰러울 정도다.

최근 들어 각 공공 기관들은 급격한 행정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연연한 국민 요구의 변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행정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최소한 게시판에 남기는 시민들의 항의 글 하나로 겁먹지 말았으면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직사회는 민간부문에 비해 신분보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성과나 결과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직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남겨도 잘한 것에 대한 보상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그마한 잘못은 국회나 언론 등에서 크게 조명해 비난받고 후에는 특별감사까지 받기 때문에 현상유지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공무원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실천할 때 시민들로부터 진정 신뢰받는 행정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당당한 공무원만이 살아남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주민의 통제보다는 서비스하는 공무원으로서, 자신감을 되찾았으면 한다. 공무원들이여 당당해지자. 자신감 있는 대응에 시민들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다만 친절한 말투는 필수다. 성실한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말투에서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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