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을 거라면 차라리 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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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을 거라면 차라리 굶는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12.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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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교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청주시 우암동 ‘청안식당’>
오선교 한국건설감리협회장(선엔지니어링 회장)이 숨겨놓은 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낮에도 수은주가 영하에 머물던 14일 점심, 뜨끈한 국물이 그리워 찾아간 곳은 청주 우암교회 옆 골목길에 있는 청운식당(252-7875)이었다. 간판도 출입문도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집이었다.

음식 값은 평범 이하였다. 웬만하면 1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생태찌개가 8500원. 그나마도 최근에 가격을 올린 듯 ‘5자’는 고쳐 써넣은 흔적이 역력했다. 그보다 싼 5000원짜리 동태찌개 3인분을 시켰다.

맛집은 밑반찬부터 남다르다. 계란찜과 총각무, 도라지무침 등 토속적인 반찬들이 젓가락질을 재촉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머릿살까지 발라먹고, 국물 한 방울 남길 게 없는 개운한 식사가 오 회장의 걸걸한 입담을 거들었다. 자고로 배가 불러야 기분도 좋아지는 법이다.

오 회장은 “힘들지만 열심히 산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엔지니어링은 설계·감리회사로서는 전국 규모를 자랑한다. 건축사 30명, 기술사 150명 등 520명에 이르는 대식구를 거느리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식솔들을 챙기는 것도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2~3년 가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니 지금 당장 어려운 건 아니더라도 다가올 위험에 늘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오 회장의 설명이다.

가장 쉬운 것은 감원이지만 팀워크로 이겨내는 것이 상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골프를 좋아하지만 직원들과 산악회를 만들어 산에 오르는 것을 해법으로 삼고 있다. 등산을 통해 체력도 단련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 오 회장은 “산을 오르면서 골똘히 강구하고 정상에 올라서는 기원을 한다”고 귀띔했다.


종교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오 회장은 은근히 주술에 기대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 1982년에 지은 현재의 영동 사옥도 청주시 탑동에 있던 구 청주교도소 건물을 해체할 때 나온 적벽돌을 재활용한 것이다. 모르타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외형은 일단 고졸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멋보다는 ‘교도소에서 나온 물건을 쓰면 재수가 있다’는 속설 때문에 일일이 벽돌을 다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라니 말이다.

‘대명천지에 무슨 시답지 않은 얘기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오 회장은 그렇게 돌을 쌓듯 성실하게 공든 탑을 쌓아왔다. 오 회장의 고향은 충남 보령이다. 지금은 대천해수욕장과 대천항이 유명하지만 유년기의 고향은 탄광촌이자 포구가 있는 작은 어촌이었다. 거기에서도 빈농의 아들이었던 까닭에 장학금을 받으려고 대전공고에 진학했다.

1968년 청주대 건축과에 1기로 입학한 것이 청주와 맺은 첫 인연이다. 1974년 청주대 출신 1호 건축사가 됐고, 이듬해 건축사사무소를 낸 뒤로 35년째 현역에 머물고 있다.

오 회장은 2008년 제8대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에 당선돼 2년 임기를 수행 중에 있고 내년 2월이면 임기가 마무리된다. “정치를 해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직업인으로서 건설감리협회장은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만큼 오 회장은 직업세계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에 대해 중시하고 있다. 오 회장은 “다른 것은 관리하지 않아도 직원들에게 일주일 동안 점심 먹을 사람들의 명단을 내라고 한다”고 공개했다. 오 회장은 ‘만약 본인의 점심약속이 없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혼자 먹을 거라면 차라리 굶는다”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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