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할 때도 ‘혁신’ 강의하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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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할 때도 ‘혁신’ 강의하는 사장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9.12.16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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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천석 충북개발공사 사장

‘길성이백숙’ 청주 율량점

함박눈이 아니고 겨울비가 기세좋게 내리던 날, 채천석 충북개발공사 사장(56)과 점심약속을 했다. ‘길성이백숙 청주 율랑점’(043-211-1188)에서 누룽지백숙과 쟁반국수를 주문했다.

율량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으나 ‘길성이백숙’은 청주시내에만 체인점이 5개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음식점. 이 곳의 간판메뉴는 누룽지백숙. 지난 2002년에는 특허등록도 했다. 80~90년대 충북 음성에서 인기를 끌던 ‘장수촌’에서 누룽지백숙 한 번 안 먹어본 도민이 없을 정도다. ‘길성이백숙’은 장수촌 대표 최상락씨의 매제인 김길성씨가 만든 브랜드다.

평소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많은 채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토종음식을 브랜드화해서 입맛을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전에 둔산지구가 들어서면서 근처 유명했던 음식점들이 모두 없어졌다. 청주도 광역화돼가는 시점에 있으므로 맛과 영양이 검증된 음식점들은 브랜드화해서 살려나가야 한다. 청주에도 토종브랜드화할 수 있는 소재가 상당히 많다. ‘길성이백숙’은 그런 의미에서 성공했다. 그 중 ‘길성이를 찾습니다’라는 광고는 매우 앞서가는 것으로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는 무슨 음식이든 가리지 않지만 백숙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주인 이길재 씨는 “음식궁합 이라는 게 있는데 백숙과 쟁반국수는 잘 맞는다. 누룽지백숙은 고단백 저칼로리로 원기를 돋워주는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백숙은 막 버무린 겉절이, 배추김치, 물김치 등과 함께 나오고 닭고기와 누룽지탕은 따로 따로 나왔다. 음산한 날씨로 따뜻한 게 먹고 싶은 날 안성마춤이었다.

충북개발공사는 2006년 1월 설립됐으나, 최악의 경영상태를 기록해 충북도 평가에서 최저등급인 C등급을 받았다. 사기업으로 치면 파산한 회사였던 것. 차라리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지난 1월 취임한 채 사장은 ‘모든 걸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6월 취재차 만났을 때 채 사장은 조직개편, 인사단행, 규정 정비, 위원회 구성 등 시스템을 정비했다고 말했다. 다시 6개월만에 만난 그는 흰머리가 더 늘었으나 표정은 밝았다. 지속적인 교육과 시스템 정비로 회사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어쨌든 좋은 일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3가지를 알려줘야 한다. 1단계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2단계 ‘무엇을 해야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 3단계가 ‘어떻게 가치창출을 할 것인가’이다. 충북개발공사는 그동안 이런 게 없었다. 아직은 1단계지만 내년에 2단계, 그 다음해는 3단계로 진입할 것이다. 내가 있는 동안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확실한 기틀을 다져놓겠다.”

채 사장은 또 충북개발공사가 개발한 제천 제2산단의 일부 부지를 베어링제조업체에 매각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의 첫 출시작이라는 것이다. 난마처럼 얽혀있던 밀레니엄타운 부지와 보은 첨단산업단지, 오송단지 등도 실타래가 풀리듯이 풀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10여년 동안 골치를 썩인 밀레니엄타운은 시민단체·학계·주민대표·충북도·도의회 등이 참여해 밀레니엄타운조성사업협의회를 구성, 구체적인 방향 설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고려대 법대 출신의 채 사장은 ‘공부하는 사장’으로 유명하다. 미국 USC 도시 및 지역계획석사를 마치고 단국대 도시 및 지역계획박사와 고려대 법학박사 등 두 군데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건국대와 서울디지털대, 한국사이버대에서 겸임교수를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식사를 하면서도 끊임없는 화제거리를 찾아냈다. 그 주제는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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