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저항은 예수님 말씀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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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저항은 예수님 말씀에서 출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9.12.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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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철 천주교 수동성당 주임신부

청주시 북문로 2가 세꼬시
‘성탄절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도 마음이 들뜨지 않는다. 거리에는 경쾌한 캐럴이 사라졌다. 차분한 성탄 분위기라고 위안을 삼기에는 ‘사람의 마을’에 몰아치는 겨울바람이 너무 맵차다.

성탄을 앞두고 청주시 북문로 2가에 있는 간이횟집 세꼬시(253-5005)에서 천주교 수동성당 곽동철 주임신부를 만났다.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활동해 왔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곽 신부를 통해 2009년 성탄의 의미를 듣고 싶어서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축원이 한가위가 연중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의 고단함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처럼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사제의 마음도 세상의 낮은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곽 신부는 “성탄절은 낮은 자, 없는 자, 가난한 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기쁜 날이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요란스럽지 않다. 교회도 그렇다”는 말로 운을 뗐다. 곽 신부는 또 “어쨌든 국민 대다수가 믿었던 사람이 억지를 부리기 때문이다. 갈수록 세상이 가진 자의 편을 들고 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깎아주면서도 서민생활과 직결된 간접세와 공공요금은 올라가다보니 서민들이 신이 날 수 있겠냐”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국민 대다수가 믿었던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물론 곽 신부가 믿었던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에게 상처를 주기를 바랐던 것은 더더욱 아닐 터. 곽 신부는 “실정이 너무 눈에 드러난다. 많은 사람이 기대를 걸고 밀어줬지만 마음의 상처가 너무 많다. 서민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3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30여 년 전’은 곽 신부가 순명서원을 하고 사제의 길로 들어선 당시를 말하는 것이다.  1973년 사제서품을 받은 곽 신부는 권력과 부의 횡포에 일관되게 저항해왔다. 1976년 부강성당 신부로 재임할 때는 경북 안동문화원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에서 성명서를 낭독했다가 1주일 동안 구금되기도 했다.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의 서슬 퍼런 칼날에 맞선 대가였다. 1980년대 말 6월항쟁을 계기로 봇물처럼 터진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곽 신부의 사직동성당은 민주화운동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곽 신부는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정치적 행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곽 신부는 “예수님 말씀에서 출발했다. 성경에 나와 있고 그렇게 배웠다. 무엇을 반대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진리를 얘기하고 정의를 실천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세꼬시(뼈째로 썬 회를 의미하는 일본어 ‘세고시’에서 유래)’라는 식당의 이름 그대로 세로로 뼈째 썬 회에 매운탕이 곁들여졌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입담 덕분인지 뼈의 씹힘마저도 느끼지 못한 채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곽 신부는 “오후 2시부터 청주불교방송에서 ‘종교인 사랑방’과 관련한 라디오 녹화가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종교인 사랑방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도내 각 종교인들이 사회적 봉사를 실천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곽 신부는 본인의 표현대로 나이 탓(?)에 회장인 ‘방주’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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