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보건소장이 선정병원 행정원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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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보건소장이 선정병원 행정원장으로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9.12.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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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앞두고 심사 참여한 당사자가…' 의혹증폭
병원측 "오랜 행정경험·인맥 살리려 영입 결정"

   
▲ 지난해 6월말 정년을 맞은 청주의 한 보건소장이 자신이 민간위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운영권 위탁을 준 청주의 한 종합병원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퇴임식에서 청주시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는 A씨.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운영자 선정 의혹>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운영자 선정과정에 대한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 5월 외부공모를 통해 오는 2013년 6월까지 4년 동안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할 민간위탁자로 청주의 한 종합병원을 선정했다.

그런데 당초 시설이용 계획과 달리 시설운영을 하면서 시설전용 논란을 낳더니 이번에는 민간위탁심사위원회의 당연직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보건소장이 정년이후 해당병원의 행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모종의 뒷거래가 있던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사고 있다.

A씨(60)는 지난해 6월말 청주의 한 보건소장을 끝으로 34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그가 임기 내 마지막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바로 청주시가 156억원을 들여 청주시 흥덕구 장성동 1322㎡ 부지에 지상 4층, 연면적 5178㎡로 지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의 수탁자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청주시는 지난해 5월초부터 보름동안 청주시립노인전문병원의 수탁자를 공모했다. 여기에 청주지역 의료법인과 개인 등 6명이 신청했다. 시는 같은 달 29일 제출받은 사업계획서 등을 바탕으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심의위원회를 열어 적격심사를 통해 청주의 한 종합병원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정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수탁자 적격심사 위원으로 참석했던 보건소장이 정년이후 4개월여 만에 자신이 심사하고 선정했던 해당병원의 행정원장으로 영입되면서 온갖 의혹을 낳고 있는데 있다.

시설전용 논란 이어 커넥션 의혹까지
시 관계자는 "당연직 위원장인 부시장을 비롯해 보건소장, 시의원, 대학교수 등 관련전문가 14명을 심사위원명단에 올려놓고 적격심사 당일 날 9명을 추천해 민간위탁심사를 했기 때문에 부정이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항간에선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제외한 합산점수를 평균해 수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9명 전원위원의 점수를 합산해 평가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로비를 통해 특정 신청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A씨는 "수탁자 선정이후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준비하던 것이 있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퇴직 이후 4개월여가 지나 병원 이사장의 제안으로 지난해 11월1일부터 근무해 두 달여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34년 보건행정직 분야의 행정경험과 노하우를 사장(死藏) 시키느니 지역 민간병원에 접목시켜 경영개선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민간위탁심사위원들의 명예에 흠결이나 나지 않을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지난 2003년 7월1일자로 서기관 승진을 한 A씨의 직렬·직급은 지방기술 서기관이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군의관으로 익힌 행정경험은 지난 15년 동안 우리병원의 성장에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단계 발돋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오랜 행정경험을 가진 분을 영입해 재도약의 계기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원위원 합산점수 순위로 선정
이어 병원 이사장은 "성실하고 충직한 행정부원장이 있지만 오랜 행정경험과 대인관계를 갖고 있는 행정원장을 통해 보조를 맞추고 싶었다"며 "행정원장 자리는 본래 아내가 맡아보던 일로 경영관리를 총괄하게 되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신규 사업 등을 활발히 벌이려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논란이 되고 있는 해당 병원은 당초 40병상의 노인전문요양시설과 단기보호시설을 갖추기로 했다가 이를 어기고 165병상의 노인 병원으로 만 운영하면서 지난해 9월 시설전용논란을 낳기도 했다. 또한 당시 개정도 되지 않은 통합사회복지법을 이유로 보건복지가족부의 업무지침을 소급적용하면서 특혜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지난해 12월16일부터는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330-2 옛 청주장례식장을 매입해 병원장례식장으로 리모델링해 운영에 들어가면서 장례업까지 진출했다. 이로써 해당병원은 중풍센터와 심혈관센터 등 298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에 건강검진센터, 165병상 규모의 노인병원, 장례식장까지 갖춘 종합의료복지라인을 구축했다.

해당 병원은 지난 1995년 11월1일 병원 이사장의 생터로 알려진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일원에서 개원했다.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정형외과, 일반외과, 내과, 진단방사선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52병상으로 시작해 현재 298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당병원 '노인병원에 장례식장까지'
사업도 다변화해서 중국병원 및 중의약대학과의 의학적 교류는 물론 의료관광과 학술 및 의료기술 교류까지 하고 있다. 행정원장 A씨는 "보건행정직은 5급 사무관까지는 직렬이 유지되다가 서기관으로 승진하면 기술직으로 정리 된다"며 "정황상 오해를 살 수 있지만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위탁자 선정과정의 비리는 있을 수 없다. 관련 자료가 남아 있으니 살펴보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 서기관 출신 보건소장이 정년후 자신이 심사한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수탁병원의 행정실장으로 옮기면서 출연기관과 유관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와 정년연장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금 나오고 있다. 사실 청주시는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임을 외부공모를 통해 발탁했다.

정년이 2년6개월여가 남은 의회사무처장이 명예퇴직 절차를 밟아 내정된 것에 대해 일단 내부적으론 인사적체 해소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낳고 있다. 또 나름대로 오랜 행정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짧은 외부공모 기간에 행정 고위직 공무원의 잇단 후임 인사를 두고 고위공직자 자리보존 관행이 여전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은 피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오랜 행정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 이면엔 외부 전문가 집단에게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관행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청주의 한 종합병원 행정실장 인사의 경우 민간병원으로 인사권이 재단 이사장에게 있다지만 관련인사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민간위탁심사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사실만으로 뭔가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관련 병원 이사장은 “비리는 없었다”며 “오랜 행정경험을 높이 사서 정년을 맞은 보건소장을 영입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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