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모르고 거래만 아는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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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모르고 거래만 아는 정권”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0.01.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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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11일 밤 11시 대전지역 3개 방송사가 공동 주관한 세종시 대토론회가 전파를 탔다. 당사자인 정 총리를 거들기 위해 김성배 숭실대 교수가 참석했다. 반대편 토론자 2명 가운데 1명은 서울지역도, 대전·충남도 아닌 청주 서원대 엄태석 정치행정학과 교수였다.

엄 교수는 국무총리실이 방송토론에 앞서 방송국에 사회자 오프닝·클로징 멘트까지 담긴 대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된 이 불편한 토론회에서 요목조목 수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따졌다. 엄 교수는 정부기관이 분리이전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행정부처가 이동한다 할지라도 소통과 리더십의 문제이며,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른 문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엄 교수는 15일 오후 7시 청주MBC에서도 권태신 국무총리실장과 유기철 충북대 교수의 세종시 관련 생방송 맞장토론의 사회를 봤다. 그러고 보니 엄 교수는 서원대 교수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을 정도로 입심을 인정받는 교수 가운데 한사람이다.

엄 교수를 청주시 사직동에 있는 버섯집 와우(223-0306)에서 만났다. 와우는 버섯 샤브샤브를 비롯해 버섯육계장, 맑은탕 등 버섯요리를 대중화시킨 집이다. 학교에서 가깝고 식당 내부도 깔끔해 엄 교수가 점심식사 장소로 자주 찾는 집이다.

“맛도 맛이지만 버섯의 씹히는 질감이 좋다”는 것이 엄 교수의 설명이다. 이날 시킨 육개장은 팽이와 느타리, 표고, 석이버섯이 듬뿍 들어 밥을 말기 어려울 정도로 푸짐했다.

엄 교수는 ‘어떻게 대전까지 가서 패널로 참석하게 됐냐’는 질문에 대해 “정부의 입장에 반(反)해 나서려는 교수들이 없어서 나한테까지 차례가 온 것 같다. 솔직히 지금 수정안에 찬성하는 교수 가운데 일부는 행복도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방송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엄 교수의 독설이 이어졌다. 엄 교수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자족용지라는 미명 아래 대기업들에게 땅만 팔아먹고 마는 것이다. 혁신도시, 기업도시도 지원하겠다며 물타기를 하고 있는데, 결국 혈세로 대기업들 배불리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격의 화살은 정권으로 향했다. 엄 교수는 “헌법재판소를 거치고 여야가 합의해서 법까지 만들었다. 이는 자의적으로 뒤집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가는 것이 정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합의도 구하지 않고 대통령의 생각만으로 이를 뒤집었다. 후보시절부터 문제를 삼거나 당선 직후에 이를 거론했더라도 얘기가 다르다. 대통령의 품격에 흠결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이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이를 따라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라 그런지 협상보다는 거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빠랑 목욕탕 가면 요구르트 사줄게’라고 말하는 것과 지금의 세종시 정국이 다를 게 없다”는 엄 교수의 비유는 귀에 쏙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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