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넘게 출판계 달구는 손광섭씨의 ‘옛 다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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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넘게 출판계 달구는 손광섭씨의 ‘옛 다리 이야기’
  • 민경명 기자
  • 승인 2003.1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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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언론 서평란 ‘주유’, 호평
“북한의 옛다리도 연구하고 싶어”

지역 건설업체 공영건설 대표 손광섭씨(60)가 낸 ‘우리 옛 다리 이야기’ 책이 전국 지방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중앙지 서평란에 실려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가 아닌 올해 회갑을 맞은 건설업자가 난생 처음 책을 냈다는 것부터가 이채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회고록이나 수필집이 아니라 ‘천년 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라는 제목대로 전국에 산재한 ‘옛다리’에 관한 문화적 고찰을 담고 있어 더욱 놀랍다. 곡성 태안사 능파각, 선암사 승선교, 진천 농다리, 진도 남박다리, 병영 홍교, 대천 한내돌다리 등 28개 우리 옛 다리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교보문고는 지난주 손씨의 ‘천년후...’를 신간 베스트 셀러 물과 함께 진열, 언론의 주목을 반영했다.

‘천년 후,...’는 손씨가 틈만 나면 전국의 다리를 뒤지고 다니며 고증을 거치고 인근 주민들의 설명을 꼼꼼히 채집하여 발로 쓴 역사 문화서로 인정 받아 중앙 일간지를 비롯한 전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경향신문의 경우는 손씨가 실제 현장 취재했는지를 확인하는 검증 취재도 벌여 서평의 질도 높이고 책의 무게도 실어 주었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서경봉면장은 “처음에 참 희한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취지를 알고나서부터는 발벗고 나서 우리 동네 ‘병영 홍교’에 관한 여러 자료를 제공해 줬다”고 경향신문에 응답했다.

이런 일간지의 서평은 거의 모든 언론에 돌아가며 실려 한 달여를 두고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잘 알려지지 않은 건설사 대표가 낸 책이 이렇게 주목 받게 된 것은 출판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를 두고 출판계는 ‘비작가의 글쓰기’임에도 보기 드물게 ‘옛 다리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를 문화적으로 고찰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충청리뷰 연재에서 출발

‘천년 후....’의 탄생은 손씨가 지난해 본보 충청리뷰에 ‘세상의 통로 교량을 찾아서’라는 교량 탐사 연재로부터 시작됐다. 7년여간에 걸쳐 전국을 누비며 옛 다리를 찾아 너무도 생생하게 엮어 놓은 자료를 보고 본보는 손씨에게 신문연재를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체계적인 보완이 이루어져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우리의 옛 다리가 천년후에 다시 재현된 것이다.

1년여간 계속된 신문연재에서 보여준 옛 다리 이야기에 관한 손씨의 열의와 성의는 현재 ‘천년 후...’의 출판 평가를 일찌감치 예견케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자료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모자라는 구석이 있거나 찍어온 사진이 당시 연재 계절과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또 다시 달려가 사진을 찍어오는 극성(?)스러움을 보여줬다.

손씨가 옛 다리에 관심을 가져 책까지 내게된 것은 건설업자로서 교량 토목공사에 대해 자연스럽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평소 하찮은 것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수집과 정리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가진데다 보존의 역사성에 대한 깊은 인식을 더하고 있는 그의 성향에 기인함이 크다.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최초의 건설박물관을 만들어 일반에 제공하고 있는 사실에서 ‘천년후...’란 제목의 교량 관련 서적 출판의 정신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손씨는 ‘천년후...’에 대한 인세를 모두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한국복지재단과 모교인 청주고 등에 기부 위탁해 놓고 있다.
손씨는 “앞으로 개성부터 신의주에 걸쳐 있는 북한의 옛다리를 연구하고 글을 쓸 계획”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각도로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청주 건설박물관 확장,
옛 다리 모형 제작 전시 계획

손광섭씨는 사재를 털어 지난 2002년 청주시 수곡동 광진빌딩에 만든 청주건설박물관을 확장한다. 손씨는 현재 50여평 2개층에 걸쳐 있는 건설박물관에 건설관련 전시물 15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한개층을 더 확장하여 전시공간을 늘린다.

지난 7년여간 전국을 누비며 찾아내 이번에 책으로 엮은 우리 옛 다리 30여개의 모형을 만들어 전시할려는 계획 때문이다.

손씨는 “현재 제주도에 건립되고 있는 세계 건축물 모형 전시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한 자리에서 전국의 옛다리 모형을 볼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또한 현재 전시하지 못하고 쌓아 둔 귀중한 건설 자료의 전시와 어렵게 구한 구석기,신석기 시대의 석기도 전시할 계획이다.
이 건설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는 손씨는 간혹 어린이들이 단체 관람을 오면 한걸음에 달려가 직접 안내자로 나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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